한국예술종합학교 총학생회와 학생비상대책위원회 공동성명
1. 한예종 사태 개괄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산하 특수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는 매 2, 3년에 한 차례 10일 안팎의 정기감사를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2009년 3월 18일 시작된 종합감사는 이례적으로 40여일 이상 강도 높게 진행되었고, 문화부는 결국 지난 5월 18일(월) 감사결과를 통보해 황지우 총장과 일부 교수들에 대한 중징계 및 이론과 축소/개선, 서사창작과 폐지, U-AT 통섭교육 중지 등 12건의 주의, 개선, 징계 처분을 요구해 왔습니다. 이튿날인 19일 황지우 총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문화부가 제기한 중징계 사유들에 대해 해명하고 “유례없는 융단폭격식 표적감사였으며, 감사 결과의 상당수가 대학 교육의 자율성과 본교의 교권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어 보인다. 본교에 몰려 있는 수압을 덜어줘야 한다”며 총장직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한예종 학내 구성원들은 이번 감사결과와 일부 언론의 논평을 종합했을 때, 한예종의 근간을 흔들려는 모종의 계획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화계 뉴라이트 인사들이 결집한 ‘(사)문화미래포럼’은 오는 27일 심포지움을 열어 한예종 개혁방안 및 설치령 개정안을 논의하겠다고 공언합니다. 그들은 소위 ‘좌파’로 분류된 교수들을 축출하고 음악학, 연극학, 영상이론, 무용이론, 미술이론, 한국예술, 예술경영, 서사창작 등 이론과들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지시킨 후, 최종적으로는 한예종을 전면 해체할 것을 주장해 왔습니다. 현 정부와의 친연성을 고려하면, 문화부 감사결과가 바로 문화미래포럼의 시나리오가 구체화되는 첫 신호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 한예종 학생비대위 결성과정황지우 총장 사퇴 표명 직후, 감사결과가 미칠 파장이 축소/폐지 대상으로 지목된 이론과와 협동과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예종 존립 자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각 과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자발적으로 구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감사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학교를 지키자는 성명서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영상이론과 비대위가 전체 학생을 아우르는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제안함에 따라 21일(목), 학생 비상대책기구 출범을 위한 전학생 모임이 소집되었습니다. 회의에 모인 약 500여명의 학생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한편, 대응방법을 숙고하였습니다. 회의는 자율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다수의 자발적 주체들이 토론을 이끌어 나갔습니다. 열띤 토론은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구성될 비상대책기구의 방향성, 당면 현황에 대한 분석, 효과적인 대책 수립 등이 주요 논점이었습니다. 결국 ‘한예종 학생 비상대책위원회’(이하 학생비대위) 발기인 35명이 선출되었고, 조직 구성과 방향성 수립을 위임받은 발기인들은 밤새워 발족을 준비했습니다. 22일(금) 오전 11시, 석관동 본부건물 앞에서 열린 발족식에서 낭독된 발기문에는 학생의 기본적인 학습권 침해와 부당한 감사로 빚어진 피해에 맞서기 위해 구성된 학생비대위의 역할 및 실천방향이 담겨 있습니다.
학생비대위는 제2차 발기인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현 사태에 대한 인식과 실천 차원에서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어떠한 입장 차이도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양측은 현 사태에 대한 전면적 공동대응에 합의, 방성혁 총학생회장과 예술경영과 김영진 학우를 학생비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실무기구로 홍보팀, 정책팀, 운영팀, 협력팀, 예술행동팀을 세웠습니다. 이로써 총학은 학생 대의기구로써의 정당성을 재확인 받고, 학생비대위는 현사태에 관해 전체 학생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표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3. 현사태에 대한 한예종 총학과 학생비대위의 공동입장총학과 학생비대위는 이번 사태가 교육과학기술부 주도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문화부가 편승, 산하기관인 한예종을 시험대로 삼으면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합니다. 집권 2년차를 맞는 현 정부가 재정수지와 취업률 등 국정지표 개선을 위해 무리하게 교육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시장만이 절대선’이라는 단순 경제논리로만 보면 쓸데없지만, 전체 대학 중 14.5%, 학생 수로는 18.7%에 지나지 않는 국공립대학은 통폐합 대신 육성의 대상으로 보아야 합니다. 살인적인 등록금, 열악한 시설과 기자재, 부실한 교육과정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일부 사립예술대학 학우들을 보면, 문화미래포럼 소속 예술대 교수들의 한예종 해체 및 민영화 주장이 얼마나 악랄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재단전입금 확충 요구 등은 외면한 채 한예종 해체로 얻게 될 반사이익에만 열을 올리는 저들의 주장은 비도덕적일 뿐 아니라, 교육 선진화 및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국민적 열망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만약 문화부가 저들의 농간에 휘둘려 한예종에 대한 인위적 구조조정에 착수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교육 공공성의 포기이자 학생과 교직원 등 교육주체의 학습권과 교권을 돌이킬 수 없이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또한 코드인사 논란이나 정치보복 문제가 재차 이슈화됨으로써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가중될 것입니다.
이에 총학과 학생비대위는 학내 구성원 및 동문, 학부모 여러분에게 아래와 같이 약속드립니다.
우리는 한예종의 교권과 학습권을 지켜내고, 이번 사태로 침해된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자율성을 항구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싸워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국립예술대학 한예종의 존재 의의를 국민들 앞에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우리는 이론과와 협동과정을 포함한 한예종의 현재 구조와 중장기 발전계획이 본교의 설립 취지에 부합할 뿐 아니라, 21세기 창의적 예술인 양성에 필요불가결함을 주장하겠습니다.
우리는 장기적 안목의 문화정책 및 고등교육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동시에, 뜻을 같이하는 모든 학생 및 교수단체, 예술단체, 시민사회단체와의 다각적 연대를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이 사태와 관련해 각 언론매체의 사실에 근거한 품위있는 보도를 요청하고, 사태의 오도 및 악의적 왜곡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습니다.
우리는 학내 모든 구성원의 창조적이고 자발적인 교내외 문화 행동을 적극 지지하고, 이런 활동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며,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학내 전산망, 카페, 블로그, 소식지, 대자보, 선전물, 홍보부스 등 모든 통로를 동원해 학우 여러분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삼천 예종인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미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깊은 관심과 연대를 호소합니다. 춤추는 자는 춤으로, 노래하는 자는 노래로, 그리고 몸짓으로, 그림으로, 영상으로, 글로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저들에게 보여줍시다.
2009년 5월 25일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비상대책위원장(공동)·총학생회장 방 성 혁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비상대책위원장(공동) 김 영 진
▲ 주간미디어워치 11호 표지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