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티비를 잘 안 본다. 유선방송을 끊어버리고 나서는 더욱 그렇다. 당장 화면을 맞추기가 귀찮아서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최소한 공중파 채널 정도는 잘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외부 안테나를 굳이 달아야 한다는 게 꽤나 귀찮다.

어제인가, 식탁에서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신해철이 나오는 학원 광고를 봤다. 학기를 시작할 때 신해철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박은 학원 노트를 뿌려대더니 이제 보니 티비 광고까지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지난 학원 광고 시기에 나왔던 그 숱한 '신해철 까기' 글들은 결국 모두 신해철의 학원 광고를 띄워주기 위한 일종의 들러리 역할을 한 셈이 되는 것인가?

당시에도 어느 댓글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참 영특한 친구다.

얼마 전에 어느 분이 오마이뉴스에 신해철의 인터뷰 기사가 탑으로 떴다는 얘기도 들은 데다 최근에는 무슨 미사일 발사 경축 발언인가 문제도 있었다고 해서 검색창에 '신해철'을 넣고 검색을 함 해봤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또 독립운동을 했다는 외증조부의 사진까지 올린 모양이다. 재치가 차고 넘친다.

아, 얼마 전에는 진중권과 무슨 인터넷 대담인가도 진행했다는 소식이다.


진중권과 신해철

마왕 신해철 '독설인가 궤변인가'


다음은 "마왕 신해철 '독설인가 궤변인가'"라는 이 날 생방에서 나온 얘기를 정리한 글 가운데 일부다.
 
진중권 : 왜 그런 글을 썼나?
신해철 : 그건 진짜 찬양이 아니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비꼬는 퍼포먼스다.

진중권 : 뭐가 웃겼나?
신해철 : 개인블로그에 쓴 거 3분도 안되서 기사화되고 난리치더라

진중권 : 왜 오해 안 생기게 자세하게 적지 않고 과격하게 썼나?
신해철 : 내가 17시간 동안 음악하고 와서 30초 동안 쓴 글이다. 왜 그래야 되나?

재밌다. 신해철의 말에 따르자면 이 영특한 친구는 그러니까 저 정도 멘트 날리면 3분이 아니라, 1분 이내에도 찌라시 기자들에 의해 기사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또 정말로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참 순진도 하시다. 그런데 "17시간 동안 음악하고 와서 30초 동안 쓴 글"에 이같은 복장은 또 뭐인 건지 모르겠다.


신해철

17시간 동안 음악하고 와서 30초 동안 쓴 글이다


그 30초 사이에 설마 저런 복장의 퍼포먼스까지 할 수는 없는 일이겠기에 하는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이 그림을 올린 친구가 혹시 글과 그림을 잘못 연결지은 것일 수도 있겠다. 이에 대해 잘 아시는 분 있으면 누가 설명 좀 해주시길 바란다.

그나저나 '핵 보유가 축하할 일'이라니 확실히 좀 생뚱맞기는 하다. 게다가 이른바 진보연 하는 친구들이 여기에 또 쌍수를 들어 반기는 것도 괴이쩍은 일이다. 아무리 사이비 진보라고 해도 그렇지 '핵을 찬성한다'니 그러고서 어떻게 '자칭 진보'를 부르댈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여러모로 흥미진진한 세상이다.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공교육이 파탄 났으니 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는 아무리 봐도 궤변인 성부르기만 하다. 궤변의 차원을 넘어서 도대체 이게 뭔 소리인가싶기까지 하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이 부분에 대해 이 친구가 어떤 논리를 들이대고 있는지 함 살펴봤으면 싶다.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참고삼아, 신해철의 학원광고가 나왔을 당시 댓글에 답한 글 몇 개를 옮겨둔다.


건성으로 읽어내려가다 저 박스 기사에서 눈이 멎었다. 월 수입 200만원에 큰 아들(아직 둘이나 더 있으시댄다 -_-) 사교육비로만 120만원을 지출한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강아지 개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말인가?

뭔가 잘못된 거겠거니 싶어 처음부터 기사를 다시 함 봤다. 같은 얘기다. 약간 차이가 있다면, 월수 2백만원은 순전히 기사의 주인공이 구두닦이로 버는 돈이고, 아내가 녹즙 장사로 80만원 정도를 보탠다는 정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가족 전부가 버는 돈의 절반을 한 아이의 사교뷱비로 몽땅 쓰고 있다니.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앞서 현인택의 경우를 보면서 도대체 와닿지 않던 어디 먼 나라의 얘기를 바로 지금 '민생의 현장' 르뽀를 통해 듣보는 기분이 영 아니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이 얼마나 웃기잡는 건지를 깨닫기라도 하라는 듯이 신해철이 이상한 방식으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다. 마치 "도대체 왜? 학원 안 보내느냐"는 듯이. 이게... 뭥미..?




하민혁  2009/02/12 00:37

경험칙에 의하면
신해철이 결국 이기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싶은데요. ^^

암튼,
차암..
이상한 사람들의 나라입니다. -_-


하민혁 2009/02/12 19:21

신해철이 학원 광고를 찍었다고 말들이 많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광고 찍는 거 하나도 문제될 거 없습니다. 신해철이 비난을 받는 것은 그가 정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단 과거에 그가 한 발언과 배치된다는 그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가 정작 비판받아 마땅한 대목은 정직하지 않는 그 태도입니다. 비릿한 정도가 아니고 아예 비린내가 진동하는.

입시지옥 만드느라 고생하는 명박이 형님 덕분에 득템했습니다.

정확히는 아니지만, 왜 학원 광고냐고 말하는 이들에게 신해철이 하고 있는 말입니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자신의 말로 자신의 답을 해야 할 자리에서 저 친구는 왜 명박이를 끌고 들어오는 걸까요?

정직하지 않아서입니다.
바로 내가 PD수첩에서 본 그 행태입니다.
 

 하민혁 2009/03/03 17:52 PERM MOD/DEL

아닙니다. 님이 알고 있다고 하시는 것처럼 말하는 분들도 있고 정반대의 얘기를 하는 분들도 있고.. 한마디로 뒤죽박죽입니다. 모두가 제멋대로지요. 공통되는 게 딱 하나 있기는 합니다. 나는 이명박이 싫어요~

요즘 신해철이 학원광고 찍은 걸로 인터넷이 시끄러운데요. 신해철이 욕을 먹고 있는 건 여러가지가 있지만, 내가 보기에 그가 패착하고 있는 지점은 학원광고를 했다는 사실이기 보다는 그가 주장하는 바의 목표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지점입니다.

그가 주장하듯이 맞춤교육이 필요하다고 쳐도 그 맞춤교육이 목표로 하는 게 대체 뭐냐는 겁니다. 그의 학원광고에 따르자면 그 목표는 공교육 기관인 특목고나 일류대 가자는 건데, 그는 또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나는 공교육 비판하는 사람이다! 하면서 말이지요.

다시 말해, 그가 자신의 주장에서 지향하는 바, 혹은 얻고자 하는 바 목표가 왔다갔다 흔들리고 있다는 거고, 그래서 결국은 그가 목표하는 바가 도대체 뭔가 하는 문제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지요.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러니까 신해철이 말하고자 하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맞춤교육인 사교육은 정당하다? 그렇다면 그 사교육으로 얻으려 하는 것은? 결국은 공교육인 일류고 일류대 입학하는 거다?


하민혁 2009/04/17 23:53 PERM MOD/DEL

신해철 기사는 지금 봤습니다. 재밌네요. "의료민영화 반대해도 교육민영화는 찬성, 나쁜 짓 많이 한 공교육은 사멸돼야 한다"니.. 헐, 무슨 이런 궤변이 다 있나 싶습니다. -_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이걸 메인에까지 올렸다구요? 헐~ 아마 다목적용이 아닌가싶은데요. 신해철은 어쨌거나 지난 번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반론의 장이 필요했겠고, 오마이뉴스는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 경축 발언 등으로 뜨고 있는 신해철이 뉴스 메이커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나저나, 북핵 찬양 발언은.. 신해철이 잔머리 굴린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저거 터뜨리면 100% 진보연 하는 아해들은 자기 편에 설테니 말이지요. 지난 번 입시학원 광고 건으로 사시 눈을 뜨고 있는 이른바 진보에게는 '왔따'로 먹히는 컨셉 아니겠는 겁니다. 뭐 어디까지나 심증 뿐인 얘기이긴 하지만, 그렇습니다. ^^

덕분에 재밌는 기사 잘 봤습니다.
어쨌든, 다시 생각해봐도 신해철이 참 똑똑한 친구인 거같습니다. ^^



<덧붙이는글> 이런 거 보면 역시 블로그를 분기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메인 블로그(이렇게 지칭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는 일이겠기에.
<덧> 위에 옮긴 어느 댓글서도 예견하고 있는 거지만, 신해철 학원 광고 건은 확실히 '신해철 승'으로 귀결된 게 맞지싶다. 역시 선지자 하민혁님이시다. ^^
 
2009/05/04 02:36 2009/05/04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