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투신'으로 유명을 달리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이 자꾸 걸립니다.

“혹시 담배를 가지고 있느냐”
“사람들이 지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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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바위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노 전 대통령은 6시40분께 경호원에게 “혹시 담배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고, 경호원이 “없습니다. 가지고 올까요?”라고 하자,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마을 앞길을 걸어가던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지나가네”라고 말하자, 경호원이 잠시 노 전 대통령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이 순간 노 전 대통령은 갑자기 바위 아래로 몸을 던졌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 ··· 502.html


죽음을 작정하고 오른 그 산마루에서 마지막 남긴 말이 '사람들이 지나가네..'였다니..

경호원의 눈길을 돌리게 한 말이라고만 보기에는 뭔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말입니다. 그게 담배 있느냐는 말과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 막막함이 가슴에 와닿아서입니다. 

일부 비흡연자들은 담배 피우는 이들을 거의 혐오에 가까운 눈길로 쳐다보곤 하지만, 그래도 힘든 일에 부닥쳤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담배 한 가치입니다. 그건 힘든 일을 끝마쳤을 때나 한없이 외로울 때, 혹은 끝이 없는 절망감에 빠져 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때 피워무는 담배 한 가치는 언제나 위안이고 평화함입니다.

투신 직전, 노통이 담배를 찾았다는 얘기는 그래서 가슴이 아픕니다. 그거 한 대 풋고 가셨으면 어땠을까 싶어서입니다. 아니, 그보다는 그거 한 대 피우셨다면 또 어땠을까 싶어서입니다. 그거 한 대 피우셨더라면 혹시 생각을 달리 하진 않았을까 하는 하릴없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노통의 죽음에 대해 다른 건 걸리는 게 없습니다. 어차피 하고싶은 것 다 하시고, 죽음까지도 자기 스스로가 선택한 고인에게 내같은 범인이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싶어서입니다. 무슨 말을 한다면 그게 오히려 주제넘는 일이겠다는 생각이구요. 그렇지만 담배 얘기만큼은 자꾸 걸립니다. 그거 한 대 피우고 가셨으면 해서입니다.

그래서 말이지만, 노통.. 담배나 한 대 풋고 가시지 말이지요..


노무현과 담배

2009/05/23 18:53 2009/05/23 18:53
오늘 아침 자살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 전문입니다.  이 유서는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사용하던 사저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으며, 마지막 저장 시간은 23일 새벽 5시 21분이었다고 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노무현 유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내용
2009/05/23 14:26 2009/05/23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