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반대
하민혁의 통신보안 하민혁의 민주통신

바람, 그리고 바람


바람이 붑니다. 비가 오려나 봅니다. 창문을 넘어 들오는 바람이 거의 작살입니다. 비를 머금은 바람이, 그 냄새가 너무 좋아서 이 시간이 이대로 영원히 멈췄음 한다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바람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지방으로 출장을 갑니다.1 블로그는 당연히 계속 운영합니다. 시간적으로 얼마나 충실한 운영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이라고 널널한 상황에서 하고 있는 건 아니니만큼 블로그에서 표면상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크게 없으리라고 봅니다.  


하루 하나씩 블로그에 글 올리기 


하루 하나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겠노라 작정하고 블질을 시작한 게 엊그제인 것같은데, 어제 날짜로 벌써 5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직은 지나온 날들보다 남은 날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지금까지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켜왔다는 사실이 내심 뿌듯합니다. 

실은 어제 어떤 선언을 하나 할까 생각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리 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싶습니다. 몇 가지 일 때문에 뭐든 하면 곧 이루어낼 듯싶기도 하고 해서 "앞으로 나는 이렇게 가겠다" 하고 선언을 하려 했던 건데, 그랬으면 클날 뻔 했습니다. 제가 여간 고지식한 게 아니어서 만일 그렇게 선언을 했다면 그걸 지키기 위해 죽을 둥 살 둥으로 매달리다가 아마 기진하고 말았을 것같아서 말이지요.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대개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출판사와 인터넷신문에 꽤 오래 있었습니다. 글 쓰는 분야에서 계속 있었던 셈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글을 잘 못 씁니다. 논리적으로 글을 풀어가는 능력도 없고, 무엇보다 기본적인 글발 자체가 없습니다. 오죽했으면 무려 5년 동안 인터넷신문을 운영하면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글(껄랑 십 수개의 글)을 쓰는 데 그쳤을까요. -_  2 


글재주도 없어 


실제로 저는 글쓰기에는 크게 취미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별로 노력을 못 했습니다. 아예 날 때부터 타고난 사람도 있긴 하지만,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실제로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교본으로 삼을만한 책이나 기사를 놓고 기본적인 틀을 익히는 한편으로 각 유형의 글에 필요한 기본적인 어휘와 주요 어휘를 자유자재하게 쓰는 훈련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저는 게을리했습니다. 정확히는 단 한번도 해보질 않았습니다. 다른 이에게는 열심히 하라고 시켰으면서도 말이지요. -_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시 유행이던 고시 공부를 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기출 문제를 보는데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3 

그렇다고 말빨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입니다. 말을 하다가 중간에서 얼버무리고는 한참 지난 다음에 뜬금없이 다시 아까 그 말을 계속하곤 해서입니다. 이건 다른 말로 하면 생각이 딸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습니다. 글만 못 쓰는 게 아니고 제가 생각해도 저는 사고력도 한참을 떨어집니다. 


말빨도 없어, 생각도 짧아 


블로그를 찾는 이들이 자주 댓글을 왜 그렇게 열성으로 다느냐고 의아해 합니다. 그때마다 제가 하는 대답은 늘 똑같습니다. 댓글을 달면서 배우고 있는 거라구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거 그냥 하는 빈 말이 아니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글발도 없고 사고력도 떨어지니까 한 방에 가질 못 하고 댓글을 통해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가는 것입니다.  

제가 다닌 학과는 학부 때부터 시험은 늘 그냥 백지 한 장이 다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시험 종료 종이 치기 직전까지 거의 매번 백지로 갖고 있습니다. 생각이 정리가 잘 안 되어서입니다. 결국 마지막 몇 분을 남겨두고서야 어쩔 수 없이 허겁지겁 답안을 채워가곤 합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형광등이었습니다. 반응이 한 인터벌씩 늦다고 해서 지인들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언젠가는 다른 언론사의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데, 으레 그렇듯이 몇 분씩 있다가 겨우 답변을 하곤 했습니다. 나중에는 기자가 짜증을 내더라구요. 이런 제게 우리 형은 자주 그럽니다. "저런 넘이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 우리 형은 나보다 공부는 못 하지만, 뭔가 필요한 거를 암기하거나 이해하는 데는 귀신같이 빠릅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내내 형한테 지청구를 듣고 컸습니다. 


니가 할 줄 아는 게 도대체 뭔데? 


바람


그렇다면 니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는데? 하실 수 있습니다. 

글발도 말발도 없지만, 생각도 살짝 짧지만 저도 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몸으로 때우는 일입니다. 사람들과 더불어 뭔가를 도모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조직하는 일에는 자주 불려다닙니다. 물론 조폭같은 조직을 말하는 건 아니고, 그냥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일에는 뭔가 남다른 재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들도 그 점은 인정해줍니다. 

대체 뭘 하겠다는 거냐고 가끔씩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이 블질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일은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못 쓰는 글이지만 1년 동안 할 수 있는 한 애써 내 생각을 전하고, 그런 다음 그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뭔가를 함 해보려 하는 게 그것입니다. 

그것이 도대체 뭐냐구요? 
저는 그것을 밝혀 전하고 가는 시기를 7~8월로 잡고 있습니다. 아, 오늘 바람이 진짜 지깁니다. 



 
<덧붙이는글> 이 글은 순전히 바람이 불어서 쓰는 글입니다. 어쩌면 바람입니다.
<덧2> 위의 글은 지난 2009/06/02 하민혁의 민주통신에 올렸던 글 http://blog.mintong.org/594 입니다. 이곳 메인이 너무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는 터라 옮깁니다.
  1. 엄밀하게 말하자면 출장은 아니고, 연차 휴가에 가깝습니다. 집안 일로 가는 일이거든요. 다만, 업무는 계속되는 터라 출장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을 뿐입니다. [Back]
  2.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장담컨대, 오연호 기자만큼의 글발이 있었다면 지금의 오마이뉴스보다 백 배는 더 나은 인터넷신문을 만들고도 남았을 겁니다. ^^ [Back]
  3. 그래서 말인데 미네르바님의 경우 제가 보기에는 딱 고시 체질입니다. 다른 것 다 접고 고시에 매달린다면 아마 수 년 내에 충분히 합격의 영광을 누리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일정한 틀에 맞춰 독학으로 익힌 어휘들로 풀어간 그의 글솜씨를 보건대는 그렇습니다. 미네르바님, 혹시 이 글 보시거든, 이 말 허투로 듣지 말고, 뜻이 있거든 꼭 함 찾아오세요. ^^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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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5 22:45 2009/09/2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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