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2002년 대통령 후보 이회창과 2007년 대통령 후보 이명박.

객관적인 지표와 상황만을 두고 판단한다면 이회창은 대통령이 되었어야 하고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회창은 대통령이 되지 못 했고,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었다.
 
왜일까? 여러가지 이설과 분석이 있지만, 내가 보는 이유는 딱 하나다.
이회창의 경우, 선거 캠프가 개판이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해괴한 글 하나가 떠돌고 있다. [고백] 나는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다는 글이다.
 

딴지일보


딴지일보에 올라 있는 이 글의 요지는 자신이 전 한나라당의 미디어분과에서 한 자락 한 사람으로서 '이명박에게 충고를 하나 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가 찰 노릇이다. 어떤 기준에 비춰봐도 필승이던 대통령 후보로도 패한 주제에 선거에서 승리한 진영에 대고 충고를 하겠다니 하는 말이다.

역설적이지만, 이 글은 당시 선거 캠프가 얼마나 개판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친구들이 선거 캠프에 포진하고 있었으니 어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다. 만일 이같은 친구를 캠프에 두고도 선거에서 이겼다면 그게 더 비정상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진중하시라. 그리고 누구한테 충고하겠다고 설레발치기 전에 우선 한쪽 구석에 두 손 들고 꿇앉아 딱 석달 열흘만 반성부터 먼저 하고 볼 일이다. 그게 주제에 걸맞는 행동일 터니. 



<덧붙이는글> '뭐가 뛰니 뭐도 뛴다'더라고, 시절이 하수상하니 이젠 별 해괴한 얘기가 다 고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인터넷을 떠돌고 있네요. 이건 뭐.. 철 따라 이동하는 철새로 분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뭐랄까.. 그냥 한마디로 개판 5분 전인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에효~
2009/05/30 20:04 2009/05/30 20:04
비통하다.
억울하고 분노스러웠을 순간들이 많았겠지만 그래도 참고 살아 그 억울함이 해소되고 업적이 평가되는 그런 좀 더 좋은 날들을 기다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진실로 수천억의 돈을 뇌물로 먹고,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전직 대통령들은 아직도 당당하게 살고 있는데 왜 좀 더 독하게 마음먹지 못하고 그렇게 허망한 삶을 마감했을까
죽음까지 결심한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는 우리로서는 안타깝기만 하다.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 퇴임 후에 나라의 원로로서, 사회의 리더로서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비극적인 최후를 맞고 말다니!  퇴임후에도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그런 대통령을 우리는 얼마나 보고 싶었던가.  도대체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어떤 일이 있어났던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박원순 변호사가 하고 있는 말이다.

박원순씨는 "도대체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어떤 일이 있어났던가"를 묻고 있다. 그러나,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은 우리 사회의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말인데, 박씨와 같은 인식틀로는,
 
참여정부 내내 시행착오와 갈등이 수없이 빚어졌다. 뜻은 좋은데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정책도 적지 않았다. 지지세력이나 시민단체들마저 등을 돌리기도 하였다. 개혁은 혁명보다 더 힘들다고 했던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우리는 그래도 참여정부가 훨씬 나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퇴임 후 아름다운가게 명예점장을 맡으면 어떠냐고 공개제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향리 봉하마을에 돌아가 마을만들기에 집념을 보였다.
그러나 정치는 무상한 것, 새로이 권력을 잡은 측과 몇몇 언론들은 집요하게 그를 공격했고 괴롭혔다.

640만불의 돈을 받았다고 그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엄격히 법적으로 보면 뇌물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노대통령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아주 과거부터 막역한 친구이고 오랜 후원자여서 뇌물을 받는다는 의식을 별로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진정으로 뇌물을 받으려고 했다면 왜 박연차 회장에게서만 받았겠는가. 돈을 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을텐데. 수사하는 그 검찰, 그 검찰의 수사를 즐기고 있었던 여당, 그 배후의 현 정부, 그들은 노전대통령만큼 깨끗한가. 나는 언젠가 이 정부가 노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이번 자결사건으로 큰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고 본다.

그는 갔다.
슬프고 고통스런 일이다.
그 슬픔을 딛고 정의를 바라는 사람들은 살아남아서 다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야 하지 않는가.

죽었다 깨나도, '새로운 세상'은 열어갈 수 없다.
몇몇 그들만의 새로운 세상은 열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말이다. 

 
박원순

박원순 wonsoon.com

 
2009/05/30 17:22 2009/05/30 17:22
“잠자는 국민 깨워주고 떠난 임, 잊지 않을게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남녀노소 조문객들이 29일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북받치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있다.
| 김정근기자/경향신문


“마음 아프다, 가지말라”… 노란바다, 눈물바다
‘민주주의 성지’ 재확인한 서울광장
“놓아줄 수 없습니다” 서울역까지 가득 메운 시민들
운구차량 들어오자 장내 숙연…권 여사, DJ 손잡고 끝내 오열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40여만 시민들 ‘마지막 가는 길’ 뒤따르며 배웅
상록수…사랑으로… 盧 전대통령 상징곡들 울려퍼져
“시대의 새벽 길 홀로 간 당신, 벌써 보고싶어…”

‘잔인한 땅’에 눈물 뿌리고 이제 하늘로…
어록으로 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과 정치
“바위같이 당신곁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마음 아프다, 가지말라”… 노란바다, 눈물바다


* 이 시각 현재 경향신문 주요 기사 모음입니다. 노 코멘트.
2009/05/30 12:55 2009/05/30 12:55
2009/05/30(토) -정권교체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395)

 
김동길

김동길 www.kimdonggill.com


자살로 생을 마감한 16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민장은 가히 “세기의 장례식”이라고 할 만큼 역사에 남을 거창한 장례식이었습니다. 인도의 성자 간디가 암살되어 화장으로 국장이 치르어졌을 때에도 우리나라의 이번 국민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중국의 모택동 주석이나 북의 김일성 주석의 장례식도 2009년 5월 29일의 대한민국 국민장을 능가하지는 못하였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서울에서만 해도 40만~50만의 인파가 애도의 뜻을 품고 서울광장에, 그리고 수원 연화장으로 가는 연도에 운집하였다고 하니 전국적으로는 추모객의 수가 능히 1백만은 넘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실황중계를 시청하다가 꺼버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TV 앞에 앉아 오후 시간을 몽땅 보냈습니다. 그리고 정말 놀랐습니다. 노란 모자, 노란 풍선, 서울광장은 완전히 황색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노사모 회원이 전국적으로 몇 명이나 되는지 알 길이 없지만 장례식 준비만은 완벽하였습니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또 하나의 정부”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땅히 존재한다고 우리가 믿고 있는 그 정부보다 훨씬 유능하고 조직적이고 열성적인 또 하나의 정부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국민장이니 만큼 정부의 도움이 있기는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이는 정부의 능력만 가지고는 이렇게 완벽한 장례를 치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역시 보이지 않는 정부의 조직력이 크게 작동한 것이 사실이라 하겠습니다.

방송 3사가 총동원되어 노무현 씨를 하나의 “순교자”로 “희생양”으로 부각시키는 일에 성공하였습니다. 이 장례식이 끝난 뒤에는 그 어느 누구도 노무현 씨를 비판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한마디 하는 사람은 예외가 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내가 보기에 노무현 씨는 “순교자”도 아니고 “희생양”도 아니고 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영화를 다 누렸고, 저승으로 가는 길도 본인이 선택한 것일 뿐, 누구의 강요나 권고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2007년 대선을 통해 여당은 야당이 되고 야당은 여당이 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정부가 보이는 정부보다 훨씬 능력이 있다면, 이명박 후보를 전적으로 지지한 1천만은 낙동강의 오리알이 되는 겁니다. 왜 대통령이 되셔가지고 우리를 모두 이렇게 만드십니까. 속시원한 말이라도 한마디 들려주세요. 답답하여 속이 터질 지경입니다.

김동길
http://www.kimdonggill.com/

<덧붙이는글> 광장을 회의하는 구시대는 이미 저물었는데, 광장의 새시대를 책임질 세력은 아직도 눈물 타령입니다. 이미 저문 구 시대가 여전히 광장의 주인인 양을 할 수 있는 까닭입니다.
2009/05/30 12:41 2009/05/30 12:41

노무현 대통령님. 얼마나 긴 고뇌의 밤을 보내셨습니까?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자전거 뒤에 태우고 봉하의 논두렁을 달리셨던, 그 어여쁜 손녀들을 두고 떠나셨습니까?

대통령님. 얼마나 외로우셨습니까? 떠안은 시대의 고역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새벽빛 선연한 그 외로운 길 홀로 가셨습니까?

유난히 푸르던 오월의 그날, '원칙과 상식' '개혁과 통합'의 한길을 달려온님이 가시던 날, 우리들의 갈망도 갈 곳을 잃었습니다. 서러운 통곡과 목 메인 절규만이 남았습니다.

어린 시절 대통령님은 봉화산에서 꿈을 키우셨습니다. 떨쳐내지 않으면 숨이 막힐 듯한 가난을 딛고 남다른 집념과 총명한 지혜로 불가능할 것 같던 꿈을 이루었습니다.

님은 꿈을 이루기 위해 좌절과 시련을 온몸으로 사랑했습니다. 어려울수록 더욱힘차게 세상에 도전했고, 꿈을 이룰 때마다 더욱 큰 겸손으로 세상을 만났습니다. 한없이 여린 마음씨와 차돌 같은 양심이 혹독한 강압의 시대에 인권변호사로 이끌었습니다.

불의에 대한 분노와 정의를 향한 열정은 6월 항쟁의 민주투사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삶을 살아온 님에게 '청문회 스타'라는 명예는 어쩌면 시대의 운명이었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3당 합당을 홀로 반대했던 이 한마디! 거기에 '원칙과 상식'의 정치가 있었고 '개혁과 통합'의 정치는 시작되었습니다.

'원칙과 상식'을 지킨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거듭된 낙선으로 풍찬노숙의 야인 신세였지만, 님은 한 순간도 편한 길, 쉬운 길을 가지 않았습니다.

'노사모' 그리고 '희망돼지저금통' 그것은 분명 '바보 노무현'이 만들어낸 정치혁명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님은 언제나 시대를 한 발이 아닌 두세 발을 앞서 가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영악할 뿐이었습니다.

수많은 왜곡과 음해들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어렵다고 돌아가지 않았고 급하다고 건너뛰지 않았습니다.

항상 멀리 보며 묵묵하게 역사의 길을 가셨습니다.

반칙과 특권에 젖은 이 땅의 권력문화를 바꾸기 위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았습니다. 화해와 통합의 미래를 위해 국가공권력으로 희생된 국민들의 한을 풀고 역사 앞에 사과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님이 대통령으로 계시는 동안, 대한민국에선 분명 국민이 대통령이었습니다.

동반성장, 지방분권, 균형발전 정책으로 더불어 잘사는 따뜻한 사회라는 큰 꿈의 씨앗들을 뿌려놓았습니다.

흔들림 없는 경제정책으로 주가 2천, 외환보유고 2,500억 달러 무역 6천억 달러,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었습니다.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어 한반도 평화를 한 차원 높였고 균형외교로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해 냈습니다.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쓰는 세계 첫 대통령으로 이 나라를 인터넷 강국, 지식정보화시대의 세계 속 리더국가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이 땅에 창의와 표현, 상상력의 지평이 새롭게 열리고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까지 한류가 넘치는 문화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습니다.

대통령님이 떠난 지금에 와서야 님이 재임했던 5년을 돌아보는 것이 왜 이리도 새삼 행복한 것일까요.

열다섯 달 전, 청와대를 떠난 님은 작지만 새로운 꿈을 꾸셨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와 잘사는 농촌사회를 만드는 한 사람의 농민, '진보의 미래'를 개척하는 깨어있는 한 사람의 시민이 되겠다는 소중한 소망이었습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봉하마을을 찾는 아이들의 초롱한 눈을 보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뇌하고 또 고뇌했습니다.

그러나 모진 세월과 험한 시절은 그 소박한 소망을 이룰 기회마저 허용치 않았습니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선 한없이 엄격하고 강인했지만 주변의 아픔에 대해선 속절없이 약했던 님.

'여러분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는 글을 접하고서도 님을 지키지 못한저희들의 무력함이 참으로 통탄스럽습니다.

그래도 꿈을 키우던 어린 시절의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지막 꿈만큼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인 일입니까? 세상에 이런 일이 있습니까? 세상은 '인간 노무현'으로 살아갈 마지막 기회조차도 빼앗고 말았습니다.

님은 남기신 마지막 글에서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최근 써놓으신 글에서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실패 이야기를 쓰는 것이 맞는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남아 있는 저희들을 더욱 슬프고 부끄럽게 만듭니다.

대통령님. 님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님의 말씀처럼 실패라 하더라도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저희들이 님의 자취를 따라, 님의 꿈을 따라 대한민국의 꿈을 이루겠습니다. 그래서 님은 온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 생전에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분열로 반목하고 있는 우리를 화해와 통합으로 이끄시고 대결로 치닫고 있는 민족 간의 갈등을 평화로 이끌어주십시오.

그리고 쓰러져가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금 꽃피우게 해주십시오.

이제 우리는 대통령님을 떠나보냅니다. 대통령님이 언젠가 말씀하셨듯이,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 또 다시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마십시오.

그래서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더는 혼자 힘들어 하시는 일이 없기를, 더는 혼자그 무거운 짐 안고 가시는 길이 없기를 빌고 또 빕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님을 놓아드리는 것으로 저희들의 속죄를 대신하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가시는 길, 이승에서의 모든 것을 잊으시고, 저 높은 하늘로 훨훨 날아가십시오.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29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낭독한 조사의 전문이다.
2009/05/30 12:26 2009/05/30 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