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말을 만드니 말을 말까 하노라."

블로고스피어의 떠도는 글들을 보면 가끔씩 답답할 때가 있다. 말이 안 되는 말을 만들어서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걸 가지고 자기 주장을 펴는 경우다. 이른바 '허수아비 논법'이다. 예컨대, 무한님이 글의 모티브로 삼고 있는 "블로거 소통거부는 독이고 악일 뿐인가" 하는 글을 한번 보자.

이 블로거의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블로거 소통거부는 독이고 악일 뿐이다"고 말한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블로거 소통거부를 가리켜 '독이고 악일 뿐'이라고 말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이 주장은 넌센스 곧 헛소리일 뿐이다. 전형적인 허수아비 논법인 셈이다.

무한님이 "IP차단과 댓글 삭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고 있다. 역시 넌센스에 가까운 우문이다.


무한의 노멀로그


우선, IP차단과 댓글 삭제는 블로그의 기본적인 기능 가운데 하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을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게 물음이 될 문제라면 블로그에 이같은 기능이 탑재되어 있을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그러므로 위의 우문에 굳이 답을 한다면, "블로거 마음이다"는 게 내 대답이다. IP차단과 댓글삭제는 블로거가 사용하라고 있는 기능인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댓글삭제와 IP차단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원칙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헌법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헌법은 일반적인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복잡다기한 세상의 이해관계를 모두 다 커버할 수가 없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법률과 령, 조례, 규약 등이 존재하는 이유다. 예컨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지만, 이 주권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에게 위임되어 있는 식이다.

지금 무한님의 물음은 그러므로, 기본 원칙에 관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시말해, 'IP차단과 댓글 삭제를 해야 하는가 해서는 안 되는가' 하는 문제라기보다는 이게 가능한 선을 어디까지로 봐야 할 것인가의 문제, 즉 우리는 어떤 경우에 '정당하게' IP 차단과 댓글 삭제를 할 수 있겠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만일 그렇다면 무한님의 질문은 대상을 특정하여 구체적으로 상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하나마나한 '무한 공론'이 될 개연성이 크고 나아가서는 문제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엉뚱한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각기 서로 다른 허수아비를 만들고 거기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될 개연성이 다분해서다. 결국 말이 말을 만드는 격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같은 백그라운드를 깔고 내 경우를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앞서 나는 '댓글삭제와 IP차단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 역시 댓글 삭제를 한다. IP차단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다만, 무조건적인 건 아니다. 내가 세부적으로 세우고 있는 하위 기준에 의해서다. 예컨대, 댓글 삭제나 IP차단에 대해 내가 택하고 있는 기준은 이렇다.


1. 쥔장의 블로그에서 쥔장의 이름이나 아이디, 닉네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다.
2. 똑같은 내용의 댓글을 서로 다른 글에 계속해서 다는 경우, 즉 도배를 하는 경우다.
3. 쥔장이 아닌 쥔장의 가족, 특히 쥔장의 아이들을 거론하며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다.[footnote]이밖에 이른바 '악플'의 범주에 드는 것으로 '비난'과 '욕설'이 있지만, 내 경우에는 '비난'과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댓글을 삭제하거나 IP를 차단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이미 밝힌 바가 있기에 생략한다.[/footnote] 
 

나는 이같은 경우 댓글을 삭제한다. 1번의 경우는 글을 주고받는 이의 정체성을 혼란케 하여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교란하기 때문이고, 2번의 경우 역시 다른 이들과의 정상적인 소통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3번의 경우는 지금까지 딱 한 번이 있었으니 사례라 들기는 뭐 하지만, 이 글을 본 이 가운데 그 사례에 해당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기에 굳이 적은 경우다.

물론 위의 경우라고 해서 즉시 삭제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몇 번은 그냥 넘어간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도 이같은 행위가 계속 반복될 때는 삭제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고와 삭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 무시할 때는 결국 IP까지 차단한다. 그러나 IP차단을 영구적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루쯤 지나면 다시 푼다. 왜냐면, 도배나 인신공격성 댓글은 대부분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리하자.
"IP차단과 댓글 삭제,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내 대답은 '블로그 쥔장의 마음대로'다.
좀더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블로그의 쥔장이 세우고 있는 나름의 기준과 원칙에 따라서다. 와이 낫? [footnote]물론, 이와 별개로 'IP 차단과 댓글 삭제'에 대한 문제점을 말해볼 수는 있겠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를 일반론으로 접근하는 데는 문제가 따른다. 제각각의 허수아비를 만들 공산이 너무 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얘기는 한 숨 자고 인난 다음에 함 더 해보려 한다.[/footnote]




<덧붙이는글> 밤샘을 하고 눈을 붙이려던 참에 무한님의 글을 보고 적은 글이어서 거친 대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혹시 듣보기에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면 일러주세요. 인난 다음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2009/05/17 14:01 2009/05/17 1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