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이 댓글로 "조갑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주셨습니다. 자신은 '조갑제를 삻어한다'는 단서를 붙여서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글을 약간 정리하여 옮깁니다.


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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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구요? 그를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서(인물에 대한 평가를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내가 보는 조갑제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특히 자신의 주관도 없고, 그 결과 당연히 주체성 혹은 정체성도 없이 시류에 휩쓸리고 다중에 영합하는 이즈음의 세태에서는 보기 드물게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가진 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역사는 분명한 자기 정체성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자기 정체성은 역사의 발전을 추동하는 힘입니다. 굳이 정반합의 변증법적 논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도저도 아닌 주장이 역사를 만들어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진중권 관련 글에서 나온 질문이니 진중권의 경우를 들어 말하자면, 이건 이를테면 조갑제가 있었기에 진중권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진중권이 조갑제에게 바치는 헌사,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익히 아시겠지만, 진중권은 조갑제의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는 책에 대한 비판을 담아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두 권의 책을 만들어냅니다. 내가 보기에 이건 진중권이 조갑제에게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입니다. 게다가 내가 듣본 게 짧은 탓이겠지만, 이같은 일은, 다시말해 어떤 이의 책을 두 권 분량의 책에 담아 비판하고 나선 사례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닙니다. 헌사라도 대단한 헌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내가 아는 조갑제는 매사가 반듯한 사람입니다. 다른 이의 말에 귀기울일 줄 알 뿐만 아니라, 아니다싶은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아니다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언제나 분명하고 거기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기자와 논객이 갖춰야 할 자세로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도 별로 많지 않다고 봅니다. 마땅히 배워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예컨대, 며칠 전에 옮긴 김동길씨의 글 가운데 나오는, "조직이 없이 그토록 거대한 광장의 행사가 이루어질 수 있었겠느냐?"는 식의 인식[footnote]나 혼자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또 하나의 정부”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땅히 존재한다고 우리가 믿고 있는 그 정부보다 훨씬 유능하고 조직적이고 열성적인 또 하나의 정부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국민장이니 만큼 정부의 도움이 있기는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이는 정부의 능력만 가지고는 이렇게 완벽한 장례를 치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역시 보이지 않는 정부의 조직력이 크게 작동한 것이 사실이라 하겠습니다.  <김동길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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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2.mintong.org/596 [/footnote]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김동길씨도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이들이 살아온 사회에서는 그게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조갑제의 문제는 조갑제가 아니라, 조갑제를 넘어서지 못하다는 데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을 보면 조갑제는 마치 '악의 화신'이나 되는 듯 합니다. 특이한 것은 이같은 경향이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른바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조차도 조갑제 하면 마치 벌레 보듯 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수구 꼴통'이라면서 말이지요. 자신은 그 정도까지 '수꼴'은 아니라는 얘기인데, 내가 보기에는 그런 치들이야말로 오히려 더 수구에 더 꼴통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어보입니다.

내가 보기에 지금 조갑제의 문제라고 떠벌이는 문제의 대부분은 실은 조갑제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갑제를 넘어서지 못 하고 있는 이들의 문제입니다. 이를테면, 진중권이 10여년 전에 조갑제를 넘어서기 위해 그에게 두 권의 책을 써서 바쳤지만, 아직도 여전히 조갑제가 벽으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한마디로 지금 조갑제의 문제는 그만큼의 자기 목소리를 가진 기자 혹은 논객이 없다는 사실의 방증인 것입니다. 

얼마 전에 조갑제는 우리 언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다루면서 '서거'라는 표현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거친 방식으로였기는 하지만, 그 취지에서만큼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바른 지적이었습니다. 대중이 조갑제를 노망 든 노인네 정도로 폄하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언론이 왜 조갑제를 불편해 하는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자, 이 나라 언론 종사자들이 여전히 기자 조갑제를 넘어서지 못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조갑제의 문제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뚜렷한 자기 주관을 가진 기자 혹은 논객이 있다면 문제 자체가 되지 않을 문제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여러분 가운데 혹시 조갑제를 넘어서는 기자 혹은 논객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분이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나는 도무지 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요.  



2009/05/31 21:16 2009/05/31 21:16
오늘 충격적인 영상을 두 개 봤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미 내전상태에 접어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영상들입니다.
 
 








<덧붙이는글> 이건 뭐.. 인민재판 수준이 아니고 그냥 막가파 수준이네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건 도대체 그 노인이 무슨 말을 했기에 저들이 저렇게 인간 말종에 가까운 반응을 내보인 걸까요? 혹시 아시는 분 있나요?
 
<덧2> 프리존뉴스의 김주년 기자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안 것까진 좋은데, 그 영상만으로 끝냈다면 훌륭했을 영상을 뒤쪽에 쓸데없는 영상을 덧붙여서 삼류 영상물로 만들어버렸군요. 게다가 편집 조작까지 한 영상이라니.. 지금이라도 두 개의 건을 분리하여 영상을 다시 만들면 충분히 가치있는 영상으로 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덧2> 아무리 상대를 까고싶다고 해도 그렇지.. 뒤쪽에 붙은 영상은 아닙니다. 안습.. -_
/ 하민혁 2009/05/30 23:15

<덧4> 깐죽이님이 다른 영상을 링크로 알려주셨기에 추가합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2009/05/31 01:34 2009/05/31 0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