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찬종이 자신의 블로그에 미네르바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세력'에 불편한 심기를 피력했습니다. 정확히는 박찬종 자신의 말이 아니고, 김승민 보좌관의 글을 통해서입니다.

"박대성이 가짜여만 하는 이유는? - 박대성이 가짜이길 간절히 원하는 분들께"라는 김승민 보좌관의 글을 보면서 문득 정치인 박찬종이 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박찬종

정치인 박찬종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는


약간의 이설은 있겠지만, 현재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정치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특정 지역을 확실한 지지기반으로 갖는 것입니다. 지역을 백그라운드로 하는 정치인은 외부 환경이 어떻게 바뀌든지에 관계없이 상당 기간 자신의 정치 인생을 이상없이 영위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조직의 논리(이건 진영 논리도 아닙니다. 말 그대로 양아치 조직의 논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에 충성을 다 하는 것입니다. 조직이 아무리 가이같은 소리를 하고 있더라도 기꺼이 자신을 죽이고 그 가이소리에 장단을 맞추면 일정 기간 확실한 정치 인생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정치인으로 가는 길 - 지역적 배경과 조직에의 충성
박찬종이 여기서 어드밴티티지를 가질 수 있는 길은 어느 길일까요?

지역적 배경? 이건 '박찬종' 하면 떠오르는 지역이 있는지를 확인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박찬종 하면 떠오르는 지역은? 없습니다. 그러니 이건 해당사항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입니다. 조직의 논리에 충실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익히 알고 있듯이 박찬종의 별호가 '독불장군'입니다. 충성 논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 박찬종이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정치인 박찬종이 성공하기 힘든 까닭은 

정치인 박찬종은 스스로를 '무균질'의 '깨끗한 정치인'으로 세팅했습니다. 내가 보기에 정치인 박찬종은 '깨끗한 정치인'으로 자신을 세팅하는 순간, 이미 정치적 생명력을 잃었습니다. 깨끗한 정치에 대한 어떤 지지세력도 구축하지 않은 채 이상만을 앞세웠습니다. 그 결과 스스로를 고립무원의 지경으로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왜 패착인지는 이후에 박찬종이 보여준 행보를 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견고한 지지세력이 없다면, 박찬종은 이제부터라도 그것을 만드는 길을 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은 당근 한나라당의 길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민주당이나 민노당에서 지지세력을 구하면서 길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박찬종은 전혀 엉뚱한 길을 택합니다.

그는 한때 한나라당에 자신의 몸을 의탁합니다. 하지만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한나라당에서 자신의 길을 모색하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누가 뭐래도 한나라당은 '부패정당'의 이미지가 가장 강한 정당입니다. 새로운 길에 대한 모색은 커녕 살아남기조차가 힘들다고 봐야 하는 길입니다. 박찬종의 선택은 한마디로 말해서 패착, 그 자체였던 셈입니다.

박찬종이 정치인으로 재기하려 한다면

그렇다면 박찬종에게 이제 다른 길은 없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박찬종에게 남아 있는 선택지란 없습니다. 어떤 길을 선택한다 해도 박찬종은 패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세팅한 이미지가 그 어느 쪽에도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찬종에게 남아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하나,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정치세력을 갖는 일입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박찬종에게 이 일이 가능하리라 믿을 사람은 없습니다.

이는 이번에 김승민 보좌관이 올린 "박대성이 가짜여만 하는 이유는? - 박대성이 가짜이길 간절히 원하는 분들께"라는 저 글이 아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김 보좌관은 진보진영 일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더라고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본인들이 이번 정권을 타도하고 싶으면 제대로 된 명분을 만들어서 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 죄도 없는 박대성을 이용하여 정권타도의 명분으로 삼는 것이 진보의 강령이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진보라고 하지 마십시오. 대부분의 순수하고 정직한 진보인사들이 당신들 때문에 욕을 먹습니다. 그리고 보수진영에서는 그것을 트집삼아 진보를 공격할 것입니다. 진보든 보수든 순수한 이념을 가지고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결과를 도출하는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모습은 타락할 대로 타락한 오물통에 빠진 오늘날의 가짜진보의 모습입니다.


단순히 불편해 하는 정도를 넘어 그들을 '가짜진보'로 내치면서 "앞으로 진보라고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일개 개인은 희생양으로 삼아도 된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라. 이런, 명분 없이 결과만을 바라보는" '참 무서운 자들'로 이들을 규정한 다음, "감히 말하건대, 이 사회에서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가짜 미네르바 논란과 정치인 박찬종, 그 스탠스 잡기에 대하여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선은 후련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쥔장 역시 같은 얘기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footnote]"내심 미네르바 박이 계속 감옥에 있어주길 바라던 사람들로서는 살짝 허탈한 판결이 아닐까싶은데요. 그동안 재판부를 성토하며 '미네르바에 대한 유죄선고'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해온 김태동 교수와 아고라의 일부 철부지들로서는 특히 심적 타격이 클 것같습니다. 유영현 판사한테 제대로 한 방 맞은 셈이니요."
- http://blog.mintong.org/546[/footnote]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블로거 하민혁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얘기이지, 정치인 박찬종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닙니다. 저 얘기를 한다고 해도 블로거 하민혁은 잃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개념 없는 악플 몇 개 상대해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박찬종의 경우는 다릅니다. 정치인 박찬종에게 저 주장은 얻는 것 하나 없이 잃을 것만 하나 가득인 얘기가 됩니다.[footnote]이는 블로거뉴스에 쏘아올린 저 글이 블로거뉴스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거의 왕따를 당하는 수준입니다.[/footnote]

박찬종이 앞으로 정치를 재개할지 아닐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정치인의 길을 가려 한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이어서는 앞으로도 여전히 힘들 거라는 생각입니다. 정치적일 필요가 있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 2007년 박찬종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풀려났다 는 소식을 접하고 쓴 "박찬종과 2:8 가르마"라는 글에서 적고 있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박찬종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독불장군으로 바른 말만 하면서 실패한 정치인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조직에 기대어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인가? 나는 박찬종이 후자의 길을 가야 한다고 봅니다.


 

[서비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아고라에서 인기 있다는 개념글 들쳐보기


<덧붙이는글> 이 글에도 역시 논리는 없습니다. 논리 찾는 댓글은 정중하게 사절합니다.
 
2009/04/26 23:42 2009/04/26 2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