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번 글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글을 올리셨네요. 

이와 관련, 할 얘기가 꽤 있는데, 마침 빡빡한 일정이 겹쳐 있는 탓에 시간을 내기가 어렵군요. 언제 본격적으로 함 쌔워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당분간은 힘들어보이지만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의 "부탁드립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번에 노 전 대통령이 거의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입니다.

하고싶은 얘기가 있다는 것도 이 어름인데요,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던 노통의 호통이 말 그대로의 '호통개그'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국가 수반으로서의 충정어린 '고언'이었는지를 여기서 어느 정도 판가름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무튼, 이래저래 지금 노통의 심정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지경일 터입니다. '자신에겐 엄하고 타인에겐 너그럽게'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노통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부탁합니다'는 어제의 글이 나온 배경도 결국 이 지점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노통의 '부탁합니다.'는 글 전문입니다.
역시 참 구질구질합니다. -_


부탁드립니다.

홈페이지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한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글을 읽고 걱정이 되는 일이 있어서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모금 이야기도 있고, 봉하 방문 이야기도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한 특별한 행사나 방문은 계획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각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아니라 멀리서 실망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그분들이 눈살을 찌푸릴 가능성이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도 여러분도 함께 욕먹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그게 무슨 잘못이냐?’ 또는 ‘정치적 탄압이다.’ 이런 취지의 글을 올리신 분들이 있고, ‘잘못은 잘못이다.’ 또는 ‘좀 지켜보자.’ 이런 글도 있습니다. 그리고 간간이 논쟁이 있고, 싸움도 있습니다.

저의 생각은 ‘잘못은 잘못이다.’는 쪽입니다. 또 좀 지켜보자는 말씀도 함께 드립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를 편들어 글을 올린 분들이라고 저의 잘못이라는 점을 모르기야 하겠습니까? 알면서도 저를 위로하기 위해서, 또는 스스로의 실망을 인정하기 싫어서, 저를 편들어 글을 올리신 것일 것입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냉정한 평가를 한 글에 대하여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글을 올리는 것은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일일 것입니다.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저의 허물을 이미 사과한 처지입니다. 이제 이 홈페이지로 인해 욕을 더 먹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2009년 4월 8일
노 무 현


<덧붙이는글> 저 짧은 글에서 노통은 '욕먹는다'는 말을 세 번이나 쓰고 있습니다. 거의 강박관념 수준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 중요한 건 욕먹고 안먹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노통이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덧2> 어느 분께서 노무현 대통령을 좀 불쌍해하면 안 되느냐구, 대통령은 동정하면 안 되는 거냐고, 대통령이 그렇게 대단한 거냐고 하시는데요. 이 분은 '대통령'이 뭔지는 알고 있는 건지가 궁금합니다. 대통령은 그렇게 길거리 걸배이마냥 동정을 구해서 직을 수행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님 따위의 동정을 받을 사람은 노통이 아닙니다. 그런 이들은 서울역 지하도에만 가도 널리고 널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님의 동정 따위를 받는 일은 기꺼워하지 않을 터입니다. 
저 위에서 노통이 '검찰의 프레임' 어쩌고 하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노통은 검찰의 프레임 따지기 전에 자신이 쳐두고 있는 저 '동정 프레임' '걸배이 프레임'부터 걷어치우고 볼 일입니다. -_
 
2009/04/09 12:03 2009/04/09 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