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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정상 등정의 성취감에서 깨어나지 못해서고, 둘째는 하산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게 그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검찰과 한 판 승부를 벌인 결과가 아무래도 패색이 짙어가는 모양새입니다. 중요한 건 '증거'라면서, 증거를 내놓으라 말하는 노통에게 화답이라도 하려는 듯, 오늘 검찰이 결정적인 '소스' 하나를 언론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노통이 박연차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 집 사주게 백만 달러를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인데, 그 내용이 대단히 구체적입니다. 다음은 KBS가 단독 보도하고 있는 '백만 달러 송금 요청'의 정황입니다.
지난 2007년 6월 25일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전화해 "대통령께서 전화할 것"이라고 통보했고 곧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는 겁니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미국에 있는 아들 건호 씨에게 집을 사주려고 한다며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액수를 정해 달러로 준비해 달라고 말했고, 6월 29일이라는 날짜도 지정해 줬다고 했습니다. 돈을 보내 달라는 날짜가 불과 며칠 뒤여서 태광실업 직원 백 30여 명의 명의를 동원해 무리하게 환전을 했다는 겁니다.
- http://news.kbs.co.kr/article/society/ ··· 707.html
또 노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액수를 정해 달러로 준비해 달라고 말했고, 6월 29일이라는 날짜도 지정해 줬다고 했습니다. 돈을 보내 달라는 날짜가 불과 며칠 뒤여서 태광실업 직원 백 30여 명의 명의를 동원해 무리하게 환전을 했다는 겁니다.
- http://news.kbs.co.kr/article/society/ ··· 707.html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검찰이
기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 집 사주게 백만 달러를 달라" 이렇게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는 사실의 확인이 아닙니다. 단지 '박연차 회장이..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실제로 기사 어디에도 이를 직접 확인했다는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증거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도를 보니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저는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입니다. 참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는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저는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입니다. 참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는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어제 노통이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하고 있는 말입니다.
하도 자신있게 말을 하고 있는 터라, 저도 노통의 말을 믿었습니다. 저 말은 박 회장이 검찰과 모종의 거래를 통해 검찰이 원하는 쪽으로 거짓 진술을 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어서였습니다.
그래서 '박연차와 노통이 짜고 치는 고스톱에 검찰이 말려든 것일 수 있다'는 소설같은 시나리오까지 함 써봤습니다. 다른 건 다 접고라도 노통이 '설마 거짓말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 비슷한 게 있었던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검찰이 전하는 내용을 보면 이 믿음을 과연 유지해도 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검찰을 거쳐 나온 것이긴 하지만, 그 정황이 너무 구체적인 터라, 아무리 짜고 치는 거라 해도, 저 정도까지 정치한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노통의 패색이 짙어보인다'고 말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그러나 여기에도 약간의 문제는 남습니다. 노통이 지금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한다고 봤을 때, 도대체 노통은 왜 저렇게 당당한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미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승산없는 게임을 하면서 저렇게 당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것은 대통령 당선 직후에 있은 '검사들와의 대화'입니다. 노통은 지금 당시의 검사들을 생각하고, 검찰을 너무 허투로 여기고 있는 건 혹시 아니겠느냐는 것입니다.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노통은 한 가지를 크게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통은 확실히 승리한 듯 보였지만, 그것은 실제로 노통 자신이 이룬 승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대통령이라는 어드밴티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허두에서 전한 산행 사고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도 이 지점입니다. 어쩌면 노통은 지금 대통령의 꿈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 자신이 이룬 성취감에 빠져 하산 길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노무현과 박연차
모를 일입니다. 게임은 이제 겨우 그 초입에 접어들었을 뿐이고, 법률 공방은 아직 채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문제가 되는 돈은 모두 계좌추적 자체가 불가능한 현금으로 건네진 상황입니다. 법률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질 것임이 분명하고, 그 과정에서 박연차의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개연성 또한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해보입니다. 노통이 결코 당당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노통은 자신의 글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고만 밝히고 있을 뿐, 정작 문제가 되는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왜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고,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왜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역시 단 한마디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당당하다면 모두 밝히지 못 할 이유가 없는 사항들입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footnote]'노무현, 아.. 노무현..'이라고 탄식할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footnote]
그래서 말인데, 노무현 전 대통령님.
그래도 한 때는 후원자였던 친구랑 이 지저분한 게임을 꼭 해야 하겠습니까?
검찰에서 밝히겠다 미루지 마시고, 홈페이지에서 선제로 그냥 확 까고 갈 수는 없겠습니까?
그게 지금까지 노통이 보여온 노무현식 승부 아니었습니까? 노통께서 왜 이러시는지를 모르겠습니다.[footnote]정말 왜 이러세요, 아마추어같이.. -_ [/foot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