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카더라 통신'이라는 게 있습니다. 위키백과에서는 이 '카더라통신'을 이렇게 풀고 있습니다.
위키백과의 '카더라 통신' 설명 보기
유창선의 시선
오마이뉴스로 데뷰하여 '방송 밥'까지 먹은 꽤 유명한 친구입니다.
'시사평론가'라는 직함이 말해주듯
시시콜콜 다른 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걸로 이름을 날린 친구입니다.
이 친구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렀다가
오늘 저 '카더라 통신' 비슷한 얘기를 듣봤습니다.
요즘 한창 쌔우고 있는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한 글입니다.
제목은 장자연 리스트, 포털검색에서 삭제해달라? 입니다.
이 글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지인으로부터 "장자연 리스트에 등장하는 언론사가 포털에 '장자연'이나 '장자연 리스트'의 검색결과를 삭제해달라는 '공문 아닌 공문'을 보냈다"는 요지의 얘기를 들었더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인 셈인데요. 카더라 통신이 갖춰야 할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글입니다. 책임 소재가 일만한 대목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예컨대, 물음표를 붙인 제목서부터, '요구를 했다'고 전하면서도 '옮기는 내용의 표현은 실제와 다소 다를 수 있다'는 데까지 빠져나갈 구멍은 다 챙겨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지금 왜 이같이 장황하게 지인의 얘기를 전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지금 이 친구는 뭔가 껀 수를 하나 챙기고싶은 것입니다(실제로 이 친구가 최근에 쓴 글 10개 가운데 4개가 장자연 리스트에 관한 글입니다).
그 의도 또한 굳이 숨기지 않습니다. '보다 정확하고 생생한 인용을 위해 문서를 얻을 수 있는지'까지 묻고 있습니다. 그 대답은 당근 '불가'인 터였지만요.
무튼, 뭐 이런 따위 얘기를 하자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닙니다.
유창선이라는 친구는 그래도 명색이 시사평론가입니다. 카더라 통신이 갖는 문제점을 모를 리 없고, 그것이 경계해 마땅한 일이라는 사실 또한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런 친구가 카더라 통신임을 밝히면서까지 저 얘기를 하고 있다면 거기에는 필시 정말로 하고싶은 뭔가 더 중요한 게 있을 터입니다.
그렇습니다. 유창선은 확실히 하고싶은 얘기가 있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얘기입니다.
2. 야후는 자동검색어로 '장자연 리스트'를 보여주었지만, 다음과 네이버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3. 고로, 모 신문사의 요구가 포털로 하여금 필요 이상으로 몸조심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확실히 의미있는 주장이고 훌륭한 추론입니다. 공감합니다.
유창선은 이 결과에 만족해 하며 모 신문사를 향해 의기양양 한마디 충고를 던집니다.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가면서 해야 한다"고, 그래야 자신들의 명예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이지요.
그러니까 유창선이 저 글에서 하고싶었던 말의 핵심은 여기에 있었던 셈입니다.
원칙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기꺼이 동의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창선 자신은 과연 "지킬 것은 지켜가면서" 이같은 결론에 이르렀는가 하는 것입니다. 내 대답은 '노!'입니다. 유창선은 다른 이에게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도덕질을 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정작 유창선 스스로는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있지 않아 보입니다.
우선 유창선은 자기 주장의 전제 자체를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포털 업체측에 이런 요구를 할 경우 이런 식으로 막가파식 요구를 하지는 않는다"고 유창선은 말합니다. 모 신문사가 팩스를 보낸 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유창선과 그 지인의 생각일 뿐입니다.
먼저 '막가파식 요구'라는 표현입니다. 나는 내가 만일 모 신문사의 경우에 처했다 할지라도 저 요구를 했을 법 하다는 생각입니다. 그건 정당한 요구겠다는 생각이구요. 적어도 '막가파'로 몰아서는 안 될 일이라는 얘기입니다. 이건 원칙의 문제입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그냥 답이 나오는 문제입니다.
예컨대 '유창선'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추잡한 리스트가 인터넷에 떠돈다고 할 때, 유창선이라면 어떨까요? '까짓 그게 뭐 대수인가' 하고 넘어갈까요? 유창선이라면 그럴 지 몰라도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당연히 협조 요청 들어갑니다. 그리고 나는 이게 지극히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봅니다. 그런데 유창선은 지금 이게 '막가파식 요구'라고 말합니다.
또한 유창선은 "'장자연 리스트'가 뜨지 않은 포털의 경우 모 신문사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인지, 아니면 자율적인 판단의 결과인지 알기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아무튼 모 신문사 측의 과도하고 무리한 요구가 포털 측으로 하여금 필요 이상으로 몸조심하게 만드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는 전혀 엉뚱한 결론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유창선의 이같은 웃기잡는 추론이 설사 맞다고 하더라도 포털의 대응은 정상적인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지, 유창선처럼 그걸 걸고 넘어질 일은 아닙니다. 앞서의 예를 다시 들어 설명하자면, 내가 '인권 침해' 등의 사유를 들어 정당하게 그 리스트의 검색 결과 배제를 요구하는 경우, 나는 포털이 그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footnote]내가 보기에 해당 포털은 이같은 요구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footnote]
그렇지 않다면, 다시 말해 유창선의 주장대로 포털이 나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한다면, 나는 그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보는 때문입니다. 그건 포털을 인권 보호의 무방비 상태에 두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고 포털에 무한대의 권한을 주자는 얘기에 다름 아니어서입니다.
그런데도 유창선은 이같은 문제에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포털 사이트를 엿장수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은 인정할 수 없다"는 해괴하기 짝이 없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보는 '시사평론가' 유창선이 '장자연 사건'을 다루는 수준이 딱 이 정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창선 시사평론가한테 내가 한 가지만 정중하게 도덕질을 해드리고싶습니다.
유창선님, 포털은 말임다. 그거 어떤 요구도 해서는 안 되는 그런 절대 권력 아닙니다. 특히 지금 님이 '인정할 수 없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는 그 부분은 포털 아니라 포털 할애비라도 함부로 건들어서는 안 되는 '인권'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인권'은 그 대상이 유력인사든 길거리의 걸인이든지를 떠나서 님같은 분이 끝까지 끌안고 지켜줘야 하는 마지막 보루와 같은 것이랍니다.
그러니.. 님, 정신 좀 챙기세요. 왜 이래요, 아마추어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