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은 '역설'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마스터 베이션'도 좋아한다. 껍뻑 하면 역설을 찾고 껍뻑 하면 마스터베이션이다. "신문법의 역설" 이라는 이 칼럼도 예외가 아니다. 바로 어제 옮긴 글에서는 '마스터베이션'이더니 이 칼럼에서는 또 예의 그 지겨운 '역설' 타령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자기들의 발등을 찍고 있는 동아ㆍ조선의 미욱함을 탓하기에 앞서 그간 한국 신문 산업이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호돼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신문법은 바로 그런 보호주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법이다. 동아ㆍ조선은 신문 산업 전체의 안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신문법이 우물 안 자기 밥그릇에 미칠 영향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업계의 리더라고 보기엔 그 작태가 한심하다. 요즘 유행하는 ‘블루 오션’ 전략도 모르는가?


강준만의 말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정작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자기 발등을 찍"으면서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동아 조선이 아니라 강준만 자신이다.

강준만 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강준만 자신의 개인적인 믿음을 일반화한 다음 그것을 자기 주장의 전거로 삼는다는 데 있다. 강준만은 조선 동아를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우물안 개구리'로 보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동아ㆍ조선은 신문법을 비판한 지난 번 세계신문협회 총회를 흐뭇하게 바라보았을지 모르지만, 자기 처지를 먼저 살펴보는 게 좋을 것이다. 서구 유력지들은 방송에서부터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모든 매체를 섭렵하는 ‘종합 미디어 그룹’에 소속된 일원이다.
반면 동아ㆍ조선은 주력 기업이 신문이며 동시에 주간지ㆍ월간지를 내고 출판사업을 겸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적인 ‘종합 미디어 그룹’의 장단에 놀아나선 안될 처지라는 것이다.
동아ㆍ조선이 청구한 헌법소원의 정신에 충실하자면, 한국도 서구식의 ‘종합 미디어 그룹’을 허용해야 한다. 또 ‘식인 상어’라는 악명을 얻은 루퍼트 머독 같은 세계적인 미디어업계 거물들도 국내에서 마음대로 활개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동아ㆍ조선은 정녕 이런 사태를 원하는가? 자기들보다 덩치가 수십 배에서 수백 배가 큰 공룡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마저 언론 자유의 이름으로 옹호할 뜻이 있는가?



강준만

미지왕?

미지왕도 이런 미지왕이 없다.

강준만의 사회를 보는 시각은 자주 독한 자신의 아집에 갇혀 있다. 전형적인 우물안 개구리의 시각이고,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도취한 나르시스트의 시각이다. 그러다보니 때로 엉뚱한 자문자답을 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른바 '자뻑'이다. 이 칼럼이 그런 경우다.

하나만 물어보자.

강준만은 왜 조선 동아가 '종합 미디어 그룹'과의 한판 승부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는가? 도대체 어디에 근거하여 조선 동아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인가?

당연한 말이지만 이에 대한 강준만의 답이 있을 리가 없다. 강준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기껏

"동아ㆍ조선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게 전부다. 그러면서도 "그래서 미욱하다는 것이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걸 용감하다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어거지라고 해야 하는가?  

자주 지적해왔듯이 신문법은 그 취지부터가 잘못되었다. 언론개혁이라는 취지와는 전혀 동떨어진 정치적 맥락에서 기동되고 있는 법이다. 무엇보다도 신문이 '종합미디어'로 나아가려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신문법이다.

강준만은 도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2005. 06. 24
 


 

2009/01/31 01:11 2009/01/31 01:11
'신문유통원' 국고지원 논란 [2005-06-15]
[조선일보]
정부가 무료배달 하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 몇몇 중앙 일간신문이 신문유통원 설립을 위해 2008년까지 1651억원의 투자 ...기사 보기
VS [경향신문]
일부 언론의 사실왜곡

경향신문사 등 6개 신문사가 신문유통원 설립과 관련해 정부에 국고 지원을 요청한 데 대해 수구적 보...기사 보기



‘정부가 무료배달하면 신문은 뭘로 은혜 갚나’라는 조선일보 사설도 웃기지만, 더 웃기는 건 경향신문의 어거지성 변명이다. 사설에서 경향신문은 유통원이 "경품 경쟁으로 일그러진 신문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설립되는 것"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유통원은 수구신문들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고 강변한다. 

경향신문의 주장이 얼마나 웃기잡는 건지는 역으로 경향신문에 한가지만 물어보면 끝난다.
주류 유통원은 언제 설립되는가? 

경품 경쟁은 언론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주류 시장도 그런 시장 가운데 하나다. 경향의 논리대로라면 이제 조만간 주류 유통원이 설립되어야 마땅하다. 어디 주류 유통원 뿐이겠는가? 도서 유통원 컴터 유통원 양곡 유통원도 곧 설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 원시적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 작정이 아닌 다음에야 이게 코미디가 아니고 뭐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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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정작 우려스러운 건 이같은 코미디같은 놀음이 아니다. 독자가 신문을 선택하는 기준을 경품 때문이라 보는 천박스럽기 짝이 없는 그 의식이다.

경품이 갖는 힘과 그것이 신문 시장의 왜곡에 미치는 영향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남을 탓하고 권력의 힘을 빌어 뭔가를 하려 하기 전에, 우선은 독자를 몇 푼의 경품에 놀아난다고밖에 인식하지 못 하는 그 천박한 수준을 먼저 탓하고, 스스로 거기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먼저 하는 것이 순서다. 그렇지 않는 한 어떤 미사여구로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며 설래발을 쳐댄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권력에 빌붙어 먹고 살려는 양아치 의식과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독자를 경품에 눈이 먼 족속 쯤으로 치부하는 자들이 만드는 신문을 애써 보고싶어하는 독자는, 딱 그 신문의 수준에서 쎄쎄쎄~ 부르며 함께 놀아날 수 있는 멍청한 독자 말고는, 단언컨대, 없다.


2005. 06. 17




2009/01/31 00:32 2009/01/31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