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혁은 얼굴이 두껍다 웬만한 말 들어서는 끄떡도 않는다 무슨 피학적 성향이 있다거나 해서 그런 건 아니다 막말이 난무하는 인터넷에 하도 오랜 시간 노출되어 지내다보니 엔간한 막말이나 욕설에는 거의 동화 내지는 면역이 된 탓이다

진중권

"내 머릿속에 쐬꼬챙이 하나 있다!"

같은 과에 속하는 이로는 진중권 같은 이가 있다 다른 게 있다면 이 친구의 경우 인터넷에 등장할 때부터 그랬다는 것이다 보다는 그 이전에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책에서부터 그랬다

이 밖에도 비슷하게 얼굴 두꺼운 친구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진중권만큼 얼굴이 팔린 이들은 아니니 굳이 이름까지 적시할 필요는 없는 일이겠다

그러므로 진중권이 티비 토론 등에서 뭘 그깟 욕설 좀 들었다고 난리냐 대한민국서 젤로 많은 욕을 먹고 있는 게 나 진중권이다 그래도 나는 모욕감 안 느낀다 는 식의 말을 하는 건 지나친 일반화다 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제 백분토론에 나온 어느 경제학자 같은 경우는 그런 말 들으면 아마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공중파 방송에 대고 자기 입으로 '또라이' 운운하는 소리까지를 했겠는가[footnote]이때 나온 손석희의 멘트 진짜 죽여줬다 미네가 내 글에 대고 '또라이'라고 했는데..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하는 지점에서 손석희 왈,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ㅎㅎ[/footnote] 

무튼 나는 상대가 뭐라 하건 거기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살짝 웃음이 나올 때가 더 많다 이를테면 내 블로그에서도 나는 자주 개쉐이 소쉐이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이거 들으면 화가 나기는 커녕 입가에 잔주름부터 진다 어~ 저 넘 참 이상한 넘일세.. 하면서

이것도 내가 무슨 별종이거가 해서는 아니고 사실이 그래서다 하민혁은 사람인데 거기다 대고 개쉬이 소쉐이라고 하니 그런 말 하는 이가 살짝 정신이 나갔거나 오감 기관에 이상이 있는 걸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쉐이 소쉐이 한다고 해서 내가 개쉐이 소쉐이 되는 것도 아니니 그런 말에 연연할 이유가 없는 것이고 살짝 웃음이 날 밖에는

사설이 길었다
이렇게 웬만한 펀치에는 끄떡 않는다고 자부해온 내가 오늘 어떤 이에게 된통 한방 얻어 맞았다

블로그에 들와보신 분은 알겠지만 처음에 말을 건넬 때 나는 약간 삐딱하게 건네는 편이다 대개는 첫 마디를 아주 까칠하게 건넨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그런 다음 나타나는 상대의 반응을 보는 일이 사뭇 재밌어서다 퍽~! ★⊙

일반적으로 상대가 까칠하게 나오면 그 상대 또한 까칠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대응 방식이다 까칠하게 한마디 던졌다가 이런 반응 나오면 그냥 패스하고 언능 일반적인 응대 모드로 전환해버린다 더 해봤자 재미가 없어서다 재밌는 건 이같은 말 걸기를 아주 못 견뎌 하는 경우다 바르르~ 떨면서 살짝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이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 들 중에도 미세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기분 나빠 하면서 불쾌함을 토로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불쾌하다는 반응을 넘어 그것을 결코 못 견뎌 하는 그래서 거의 발광의 수준까지 보여주는 이가 있다

흔히 온실 가정이라 부르는 아름다운(?)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대개 전자의 경우에 속한다 후자의 경우는 나도 잘 모르겠다 왜 그처럼 공격적이 되는 건지 암튼 약간의 충격만 가해져도 엄청난 공격 성향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큰 차이이긴 하지만 이 차이가 워낙 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터라 바로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하는 놀이가 성질 부추기기다 본격적인 놀이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광분해 있는 이에게 다가가서 잠재되어 있음직한 그의 공격 성향을 살살 건들어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아주 못돼먹은 짓이다 (자주 반성은 하지만 아직도 못 고치고 있는 게 이 짓이다 어떤 이 말로는 내가 일종의 애정결핍 증세가 있어서라는데 직접 확인을 해보지는 않았다 진짜 그렇다고 나오면 좀 허탈해질 것같아서다 이런 재미를 놔두고 산다면 건 너무 삭막할 것같더라는 얘기다)

에니웨이, 이같은 성질 건드리기를 해보면 그 사람 성향이 대충 드러난다 온실서 자란 과인지 아니면 온실서 자란 척 하는 과인지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먼저 온실서 자란 과인 경우는 자기 분을 못 이겨 하긴 해도 일정 정도 선을 넘지는 못 한다 그냥 제풀에 지쳐서 나가 떨어진다 안 보면 되지 하고 발길을 끊어버린다 반면에 이와는 달리 반응하는 과가 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이들이다 이들은 하다하다 안 되면 37대조 할아버지까지 겨올라가서라도 기어이 뭔가 꼬투리를 잡아서 끝장을 봐야 성이 풀려 한다

성공신화 어쩌고 하는 데 나오는 친구들이 거의 이 과에 속한다 한마디로 대단한 과다 하지만 다른 한편 살짝 거시기한 구석이 없지 않은 게 또 이 과다 이과에는 병맛이라는 특성이 있다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들은 스스로의 한계라고나 할까 자주 병맛인 행동을 보인다 한번 물면 죽을 때까지 안 놓는 도사견의 행동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이 과와 함께 한다는 건 상당한 고역이다 상대를 화나게 하는 건 확실히 재밌는 일이지만 상대의 한계까지를 보는 일은 여간 씁쓸한 게 아니어서다 게다가 어쩌다 글이라도 엮이게 되는 경우는 씁쓸함을 넘어 곤혹을 치르기 십상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아예 진흙탕에서 나뒹군다 대책이 무대책이다  

낯짝 두꺼운 내가 오늘 한방 얻어맞았다는 얘기가 어째 삼천포로 빠졌다 늘 그렇듯이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다보면 이게 지금 동으로 가는지 서로 가는지 모를 때가 더러 있다 지금이 딱 그렇다 정리하자

오늘 어느 블로그에 들렀다가(쪽 팔리서 링크 안 건다) 댓글 하나를 남겼다 배배 꽈서 말을 건넸으리라는 건 뭐 굳이 안 봐도 비디오겠다 근데 이 친구 답이 장난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갖고 놀고 있다 능글능글한 웃음(보이진 않지만 그렇게 보인다)까지 지어보이면서다 그리고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툭 던진다 아주 점잖게 하민혁이 니는

"비판보다는 '비판자' 비판에 더 열심이신 넘!"

이라고
할말이 없다 이런 거 한방 맞고 나면 솔직히 한동안 벙~ 찐다 이건 아닌데 말이다 생각 좀 해봐야겠다




 
<덧붙이는글> 사실 이거 새해 들어 벌써 두번째 당하는(?) 일이다 며칠 전에도 뭐라뭐라 날뛰다가 한방 맞았다 쎄게 맞은 건 아니지만 그 데미지가 이번 거에 더해진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이래 가지고 약속한 1년 글쓰기를 채울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통신보안>

2009/01/16 21:36 2009/01/16 21:36
어제 MBC에서 미네르바 건으로 백분토론을 했습니다 일을 못 끝내서 TV 앞에는 못 가고 모니터 옆에서 휴대폰 DMB를 켜두고 봤는데요 늘 그렇듯이 토론의 전반적인 양상은 귀는 닫히고 입만 열려 있는 이들의 말하기 경연장 모습 그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내용 면에서도 수많은 블로거가 이미 말한 것이고 이 블로그에서만도 지겹게 계속되고 있는 얘기의 재탕 수준에 그쳤습니다 굳이 포스팅을 할만한 꺼리도 없는 평이한 토론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들으면서 재밌다고 여긴 부분이 있어 소개합니다


미네르바 구속파운

미네르바 구속파문 - 암튼 언론은 '파문' 엄청 좋아합니다 ^^



전원책 : 미네르바의 행위는 공익을 해할 목적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이다
진중권 : 공익을 해할 목적과 공익을 위한 목적은 주관적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입증이 안 된다

전원책 :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도 되는가
진중권 : 공익적 목적으로 거짓말 하면 윤리적으로는 비난할 수 있지만 법적 처벌을 할 수는 없다

시민논객 : 미네르바 2기에서 미네르바는 경제 대통령이었다 영향력이 있었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문을 허위로 만들어 공공연히 인터넷에 게재했다면 공익을 해한 걸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진중권 : 아니, 인터넷에서 욕 좀 한 걸 가지고 공익을 해한 것이라 할 수 있나? 여러분도 인터넷에서 욕 많이 하잖아요?


<덧붙이는글> 아래 댓글로 아무개님이 다음과 같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앞부분의 공문을 허위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공익을 해하는것이 아니냐는 말에 대해서는 질문 전에 프로그램 내에서 충분히 토론 되었던 사안으로, 시민논객의 질문은 이 부분보다는 오히려 '미네가 원색적인 비난과 정부에 대한 부정을 했는데 이게 공익의 훼손이 아니냐' 는 뉘앙스였다"게 이의의 대강입니다.

하지만 제가 본 바는 다릅니다 다시 봐도 지금 아무개씨가 말하는 부분이야말로 곁가지였고(미네는 정부 비판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허위 공문 조작도 그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 시점에서 미네가 허위공문을 사실인 것처럼 인터넷에 게재한 건 공익을 해한 것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질문의 요지였습니다 여기에 대해 진중권은 곁가지에 대한 얘기로 답변을 했구요

그때 진중권이 지쳐 있어서 답변을 제대로 못 했을 수는 있습니다 시민논객의 질문도 그리 깔끔한 건 아니었구요(살짝 버벅댔댔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심을 놓친 채 곁가지에 대고 엉뚱한 답변을 한 사실 자체가 커버되는 건 아닙니다 진중권은 저 부분에서 삽질 한 게 맞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들으면서 재밌다고 생각한 부분입니다 들으면서 진중권이 삽질을 다 하는구나 싶었거든요 실은 재밌는 곳이 몇 군데 더 있기는 한데 정리를 하다가 그냥 다 지워버리고 위의 내용만 남깁니다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말이지요 ^^


진중권

힘내라 진중권 ^^

무튼 진중권이 어제 좀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아마도 똑같은 얘기를 벌써 몇 번째 앵무새처럼 읊어대야 하는 데서 오는 일종의 무력감이었을 겁니다 똑같은 얘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거 사실 그만큼 진 빠지는 일도 없는 거거든요

이 블로그에서도 그런 일 흔합니다 금세 답변을 했는데도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또 묻거나 시비를 겁니다 한두번이라면 모르지만 이게 몇 차례 반복되면 나중에는 진이 빠져 버립니다 대답할 기력이 남아나질 않지요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답은 해줘야 합니다 진이 빠졌다고 아무렇게나 답을 남기다 보면 그런 댓글이 꼭 나중에 또 문제가 되곤 하니요

진중권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저 친구 어제 방송에서 한 얘기들 그 전에도 이미 질리도록 한 얘기들입니다 여기저기 인터뷰나 기고한 글 보면 똑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지요 진이 빠지고도 남을 일입니다(오늘 오후에도 또 같은 주제로 토론을 한다지요? 헐~)

얘기가 살짝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다시 원위치 합니다

위에서 옮긴 대화록은 집중해서 모니터링한 결과가 아니고 다른 일을 하면서 들은 걸 복기한 터라 정확히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지 않을 개연성이 더 클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지나치다 혹 이 글 보시는 분들 가운데 어제 토론 보신 분 있다면 저 대화록을 함 살펴봐주었으면 합니다

잘못된 부분을 찾아주신 분께는 필히 후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09/01/16 12:58 2009/01/16 12:58
개인적인 일로 며칠 지방에 다녀온 사이, 언론사의 RSS FEED 이용 문제를 두고 블로고스피어에서 한차례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최초의 관련 포스팅 "RSS에 사용료를 요구하는 인터넷한겨레")  

몇 시간에 걸쳐 열심히 링크를 좇다보니, 많은 블로거가 정말 칼같은 의견들을 개진하고 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해결방안 또한 자연스럽게 도출되면서 이제는 모종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런 게 블로고스피어의 힘이고 집단지성으로 대표되는 웹2.0 정신의 발현이 아닌가싶다. 대한민국 블로거 화이팅~이다! : )

암튼, 플랫폼의 일부를 언론사의 RSS FEED에 기반하고 있는 서비스의 운영 당사자로서 그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실로 유감이다. 너무 늦은 뒷북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이 문제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을 더해본다.

뉴스로그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지난 해 8월, '뉴스로그-시즌2'를 선보일 당시 언론사의 RSS FEED 이용과 관련하여 모 언론유관단체와 공문을 주고받는 등의 입씨름을 한 적이 있다. 공문에서 우리가 내세운 논리는 간단했다. 이곳 뉴스로그 블로그에서 몇 번이나 피력한 바 있는 것으로,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자"는 것이었다.

웹2.0 시대의 가장 큰 특성 가운데 하나는 정보가 생산, 유통되는 양상이 이전의 시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데 있다. 개방과 공유, 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웹2.0 환경은 생산자와 소비자간 구분을 점점 더 모호하게 하고 있다. 생산과 유통, 소비의 주체와 방식이 모두 다종 다양 다기해졌고 다변화 다각화되었으며, 여기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이를 매개하는 전달자의 영역과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각자가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이자 전달자이기도 한 이른바 프로슈머의 시대인 셈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RSS FEED 문제의 본질적인 성격도 여기에 있다. 인터넷 환경이 복잡 다기해지는 과정에서 기존의 방식으로 규정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이 필연적으로 노정될 수밖에 없는데, 이 논란도 결국은 이같은 상황에서 새롭게 드러난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와 블로거의 경계인으로 오랜동안 이 문제에 천착해온 명승은님이 '누구를 위한 RSS 뉴스 전송권인가'라는 칼럼 허두에서 이 문제를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문제"였음을 지적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 아닌가싶다. 그렇다면 이제 논의는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해소해갈 것인가 하는 데로 모아져야 한다.

사실 이미 많은 분들이 나름의 접근 방식과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에도,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거의 대부분이 공감 내지는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나 플랫폼 서비스 제공자 모두가 흔쾌히 의견의 일치를 보일 수 있는 지점이 아직은 명확해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적 측면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의 정신에 대한 이해와 그 차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원소스 멀티유스는 '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하여 파급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원소스 멀티유스의 전략이 아니라 그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열린 정신에 있다.

원소스 멀티유스가 바탕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정신은 집단지성과 닮아 있고, 롱테일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나 그 이상의 다수의 참여가 더 낳은 결과물을 낳는다는 정신이다. 이 정신은 완결된 진리 혹은 진실이란 없으며, 진리 혹은 진실은 일방적이거나 일면적으로 조망될 수 없다는 열린 자세를 견지한다.

여기서 '소스'는 말 그대로 '소스'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다. '유스'의 방향을 강제하거나 그 변주에 뛰어들어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 소스 자체로도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소스의 다양한 변화와 발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조건은 있다. 소스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 발전해가든, 모든 피드백은 반드시 원천 소스로 수렴, 조회, 비교, 분석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적절한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모든 이차적 생산물에 대한 원천 소스의 가치를 인정하는 조치인 한편으로 원천소스가 반드시 원 저작자의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원소스 멀티유스의 정신에 입각한 대표적인 사례가 오픈 소스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져 있는 '리눅스'의 경우다. 리눅스 창시자인 리누스 토발즈는 원천 소스를 공개하고 수정 변경 후 재배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오늘날의 리눅스라는 브랜드를 낳게 했다. 현재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API 공개와 이를 통한 다양한 매시업 서비스 런칭 사례도 넓게는 같은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얘기를 다시 처음으로 돌려, 문제가 된 언론사 RSS FEED 이용의 경우를 보자.

단적으로 말해서, 언론사가 RSS FEED 이용을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이는 일전에도 밝힌 적이 있듯이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일 뿐더러, RSS FEED 기능이 갖는 본래적 의미까지도 저버리는 행위다. 무엇보다도 한겨레신문이 문제로 삼은 위자드 닷컴의 경우 해당 서비스가 한겨레신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더 분명해진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겨레신문이 이 서비스로 인해 받은 피해를 가늠해보기가 쉽지 않은 때문이다. 막말로 위자드닷컴이 포털처럼 기사를 통째로 가져다 서비스하고 있는 것도 아니질 않는가?

모든 영화에는 예고편이 있다. 예고편의 목적은 하나다. 이런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서 관객을 더 많이 그 영화가 상영되는 영화관 앞으로 오게 하는 것이다. 현재 위자드닷컴이 언론사의 RSS FEED 를 이용하여 제공하는 위젯 서비스는 영화로 따지자면 일종의 예고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기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기사를 보기 위해 한겨레신문 홈페이지로 가거나 길거리에서 한겨레신문을 사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약간만 바꾸어도 언론사에서 오히려 감사해야 할 서비스가 위자드닷컴의 위젯 서비스라는 얘기다.

언론이 RSS FEED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면, 정작 그 부분은 따로 있다. 작동 알고리즘에 대한 문제 제기다. 해당 서비스의 알고리즘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정확한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되고 있는가 등을 따지고 든다면 그것은 서비스의 질적 제고라는 측면에서 얼마든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공개된 RSS FEED 값을 읽어 기사의 타이틀을 제공한다고 거기에 비용을 물리겠다는 발상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블로거 가운데 어떤 이는 온신협에서 마련한 RSS FEED 이용규칙을 들어, 위자드닷컴 류의 서비스는 RSS FEED 이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논리적으로는 그 주장이 맞다. 그러나 이 논란의 핵심은 그 논리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 자체, 즉 저 RSS FEED 이용규칙을 만든 인식틀에 문제가 있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RSS FEED의 일차적인 의의는, 특히 부분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언론사 RSS FEED 의 가장 큰 의의는 원천 소스의 존재를 알려서 더 많은 이용자들이 원천 소스에 접근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저 이용규칙은 RSS FEED 를 제공하면서도 스스로가 그 의의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용규칙이 RSS FEED의 존재 이유를 정면에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칼럼에서 명승은님은 언론사와 플랫폼 사업자가 새로운 접근을 통한 상생의 길을 모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동의한다. 다만, 나로서는 이 문제가 뭔가를 주고받는 힘겨루기 차원의 소모적인 논쟁에 머물기보다는 '원소스 멀티유스'의 관점에서 어떤 길이 컨텐츠를 더 풍부하고 발전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길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2008/01/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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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글> 위에 옮긴 글은 기자평판시스템이라는 타이틀로 서비스를 시작한 <뉴스로그> 서비스의 팀블로그에 쓴 글(2008/01/18 17:23)입니다. 어제에 이어서 두번째인데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그곳에 개인적으로 남긴 글을 운영진의 양해를 얻어 이곳에 전재할 예정입니다. 전재를 허락해준 <뉴스로그> 관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2009/01/16 02:52 2009/01/16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