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선생님께 올리는 글


2009년 5월 8일 정 진 화  올림


‘성폭행 조직적 은폐’, ‘2차 가해’, ‘전교조 전 위원장 제명’ 이라는 일련의 소식에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그간 더욱 힘들고 어려워지는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참교육에 헌신하며 애쓰신 조합원 선생님들께서 느끼셨을 충격과 실망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듣기만 해도 전율할 무서운 소리들이 언론매체와 소문을 타고 연이어 동지들의 눈과 귀를 파고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상과 진실은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어 영문도 모른 채 답답한 가슴으로 안타까워하고 계실 동지들을 생각하면서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말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지 여러분의 신뢰와 추락하는 전교조의 명예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실상과 진실을 소상히 말씀드려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랜 고뇌의 시간을 보내고 망설이고 주저한 끝에 이 글을 동지들께 올리는 뜻은 이제라도 공론화를 통해 이 사건의 실상과 저와 관련된 진실이 밝혀지고 나아가 전교조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있습니다.


전교조의 명예는 회복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 이후 지나온 기나긴 시간은 제게 우리 운동과 우리들의 논의방식에 대한 깊은 슬픔과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동안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그리고 전교조 성폭력징계위원회까지 출두하여 제 입장과 당시 상황을 충분히 진술하였지만 제 목소리는 어디에도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성폭력 사안이라는 것 때문에 비공개 회의를 통해 내린 결론들은 내용도 절차도 무시되고 당사자의 사회적 발언기회마저 봉쇄된 채 공론화 과정은 생략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거듭된 여론재판을 통해 조직적 성폭력 은폐주범으로 낙인찍힌 과정을 딛고 일어서겠습니다. 더 이상 침묵 속에 물러나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그리고 진보운동진영이 진실과 올바른 절차에 입각한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게 하기 위하여 제게 주어진 몫을 다하고자 합니다.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의 보고서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 D는 이 사건에 대한 고소 의사 사실을 피해자로부터 직접 듣고 2008년 12월 23일과 29일 두차례에 걸쳐 이 사건이 알려지면 민주노총 및 피해자 소속 연맹에 대한 음해와 부당한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악의적인 언론보도로 피해자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말로 피해자의 고소 입장을 바꾸기 위해 끈질기게 설득하였다. 이는 피해자의 판단과 문제제기 방식을 먼저 고려하고 존중하기보다는 조직보위론을 내세워 민주노총의 내부절차를 따를 것을 종용함으로써 피해자를 압박한 사실로 인정된다.

- D의 태도는 피해자의 상황과 고통에 공감하고 조직의 책임을 통감하기보다는 성폭력 사건의 정치적 파장과 조직적 타격을 내세움으로써 직,간접적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킨 행위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저는 이 보고서에서 말하듯, 피해자의 판단과 문제제기 방식을 존중하지 않고 고소를 막기 위해 끈질기게 설득한 바가 없습니다. 특히 피해자를 두 번째 만난 2008년 12월 29일에는 조직보다도 피해자가 중요하니 원하신다면 고소하시라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민주노총의 내부절차를 따르라고 피해자를 압박한 사실도 없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마치 제가 조직적 성폭력 은폐를 자행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습니다. 


처음 피해자를 만난 12월 23일 저는 조직 내부의 징계규정에 대한 말씀을 드렸고, 고소에 대한 부분은 피해자가 평범한 여성이 아니라 총체적인 탄압을 받고 있는 전교조의 조합원이기 때문에 공안 당국에 의해 최대한 정치적으로 활용 당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자신이 힘들어질 수 있음을 걱정했을 뿐입니다. (이처럼 고소 후 피해자가 처할 수 있는 상황과 그로 인한 어려움을 말해주는 것은 일반 상담기관에서도 흔히 있는 일입니다)

 물론 전교조 위원장은 조합원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조합원의 아픔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더구나 조합원이 외부의 압력과 공격으로부터 조합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더욱더 낮은 목소리로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다만 제가 단순하게 성폭력 상담을 하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대표이기에 위원장으로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며, 그러한 고려 하에 조언을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여러분들이 제게 부여한 엄중한 소명입니다. 그래서 저는 민주노총과 전교조 입장도 살피고, 피해자의 슬픈 현실도 고려하면서, 시대적 상황의 엄중함까지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제가 위원장이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똑같은 말이라도 제 말이 상담기관에서 하는 말과는 다른 무게로 피해자에게 들릴 수 있음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날 피해자의 입장은 성추행 피해사실을 제게 알린다기보다는 소속 조합의 책임자에게 이미 서 있는 고소결심을 마지막으로 통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웬지 마음을 열지 않는 듯한 피해자의 태도 앞에 끈질긴 설득이나 압박을 펼 분위기가 전혀 못되었습니다. 피해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피해사실도 놀라웠지만, 이미 다른 기관과 협의를 끝냈는지 고소하겠다는 통보까지 한꺼번에 접하면서 충격과 어지러움에 할 말을 잃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종합적이고 전체적인 판단을 놓쳐서는 안 되겠기에 냉정을 되찾기 위해 제 자신을 달래며 의견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피해사실을 처음 안 당시 제 임기는 8일 남아 있었습니다. 그 나머지 시간 동안 저는 민주노총에 신속한 징계를 거듭 요청하고, 성폭력 상담 전문가들에게 제 역할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피해자 소속 지회의 조합원 선생님들께 피해자 가까이에서 위로하고 격려해줄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저의 임기를 끝내면서 그동안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후임 위원장(현재의 위원장)께 12월 30일과 31일에 걸쳐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잘 처리되도록 부탁드렸습니다.


피해자가 제게 처음 피해사실을 전할 때 저로부터 충분한 위로를 받지 못했다고 느꼈다면 그에 대해서는 참으로 안타깝고 인간적으로 도의적 책임을 느낍니다. 피해자의 상처와 아픔이 하루빨리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차 가해, 또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를 조장한 것으로 규정하여 법적 책임을 묻는 피해자 대리인 기자회견(2월 5일),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 기자회견(3월 13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결과(3월 19일),  전교조 성폭력징계위원회 결과(4월 22일)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전교조 성폭력징계위원회는 저에게 ‘제명’이라는 극형을 내리면서 어떤 사유로 그런 처분을 제게 내렸는지를 저에게 정식으로 통보하기도 전에 전교조 기관지 [교육희망]을 통해 그 내용이 전국의 학교 현장에까지 알려지도록 했고 각 언론들이 그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여 저와 전교조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였습니다. 이는 전교조 내의 심판 절차도 마무리되기 전에 서둘러 공표한 행위로서 성폭력징계위원회 규정에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입니다.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 역시 민주노총 중집에서 보고서 채택을 결정하기도 전에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서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였습니다. 뒤늦게 민주노총 중집에서 조직적 은폐는 아니라고 결론내렸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보도된 다음이어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발뺌한다는 식의 비웃음을 샀을 뿐입니다. 

그 결과 저는 제 입장에서 상황이 어떠하였는가에 대해 피력하지도 못한 채 수차례 언론의 질타를 받으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성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주범으로 낙인찍혔습니다. 개인으로서 제 명예가 실추된 것은 물론이요 전교조 역시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학생, 학부모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부도덕한 집단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처분과 행위가 이어진 지난 석 달간 너무나 참담하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면서도, 피해자가 조합원이고 피해자의 고통이 무엇보다 클 것이라는 염려와 조직의 냉철한 판단과 결정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기다리고 견뎌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동안 진행된 일에 대해 조합원 선생님들께 말씀드릴 때가 된 것 같아 며칠을 고심한 끝에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피해자와 만남은 이렇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발생은 12월 6일이고, 제가 알게 된 것은 12월 23일입니다. 밤늦게 피해자가 저를 만나자고 하여, 그날 피해자로부터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처음 들었습니다. “민주노총 000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검찰에 곧 고소를 하겠다, 위원장이니까 아셔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것이다”라고 말을 꺼내는 피해자 앞에서 저는 충격에 휩싸여 놀라움과 당혹감에 빠졌습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느냐고 물었지만 피해자는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디서 그런 일이 있었느냐며 묻는 말에 짧은 대답이 이어졌고 굳이 말하지 않으려는 피해자의 태도에 더 이상 질문을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피해자에게 “가해자한테 이후에라도 직접 항의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가해자가 “기억이 안 나지만 미안하게 되었네”라고 가볍게 지나가기에 분노했다고 했습니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개인이나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는지 물었지만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때 피해자와 같은 동료 여교사인 동시에 피해자가 속해있는 조직인 전교조의 위원장이라는 두 가지 입장을 모두 안고 있었습니다.


과연 검찰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입장에서 성추행 고소 사건을 다룰 것인가.

제 판단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한창 MB악법 연내처리를 강행하려는 한나라당에 맞서서 악법저지투쟁이 날마다 국회 앞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공안당국이 MB악법저지투쟁을 무력화시키는 호재로 최대한 활용할 것이고 보수언론이 대대적인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배려와 보호를 무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통일교육을 했던 조합원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8명이나 재판을 받으며 선고 직전에 있는데다가 더욱이 그날은 전국적인 일제고사가 실시되어 이미 파면 해임된 7명에 이어 또 다른 파란이 예상되던 날이었습니다. 전교조가 현 정권의 총체적인 탄압의 표적이 되고 있는 정세의 절박함 속에서 위원장으로서 조직이 입을 타격과 전교조 조합원인 피해자의 피해사실이 왜곡될 것을 동시에 염려하였습니다.

더구나 제가 피해자와 처음 만난 것은 이미 사건 발생 18일이 경과한 후이고 피해자가 고소 결심을 굳히고 저에게 통보하는 상황이라 제 의견이 영향을 미칠 여지도 별로 없어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조직을 위해 피해자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 순간도 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희생되는 것이 결코 조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과거 김보은 사건(성폭행 의부 살해 사건)때 전교조 대표로 여성단체들과 함께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여 활동한 바 있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결코 취약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전교조에서 드물지만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성폭력징계위원회가 구성되어 피해자의 신원을 철저히 보호하면서 징계절차를 밟는다는 사실과 규약규정에 명시된 징계내용에 대해기억 나는 대로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는 가해자가 민주노총 소속이니까 민주노총이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실 저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기 전부터 피해자가 민주노총 위원장 수배 장소 제공과 서울 교육감 선거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어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12월 18일 위로차 피해자의 학교 근처로 방문한 바 있습니다. “선생님이 공무원이고 여교사인데 100일 넘는 위원장의 수배 과정에서 하필 선생님 댁에 계실 때 체포되셔서 얼마나 힘드시겠냐”며 건강을 당부하고 최대한 돕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나중에 보니 이때 피해자는 제가 이미 성추행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만 했다고 오해한 듯 합니다만 저는 당시 피해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점만은 언젠가 대리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피해자를 만날 수 있다면 꼭 오해를 풀어 드리고 싶습니다)


23일 마지막으로 피해자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식사 잘 하시고 건강을 잘 돌보셔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며 무거운 마음으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직접 들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고소를 하더라도 저는 저대로 조직에 징계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민주노총에 징계를 요청하겠다”고 말씀드린 후 헤어졌습니다.


다음날 전교조 규약 규정을 찾아보고 가해자 소속이 민주노총이므로 민주노총에 징계를 요청하는 게 옳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성탄휴가가 바로 이어지는 바람에 26일 민주노총에 가해자의 즉각 보직해임과 징계를 요청하였습니다.


12월 29일 낮에는 피해자 대리인 오창익 인권실천연대 사무국장을 만나고 온 민주노총 사무총장으로부터 피해자가 당한 성추행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날 오후 저는 피해자를 다시 찾아가 우선 민주노총이 가해자의 보직을 해임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말씀 드렸습니다. “선생님의 뜻이 제일 중요하다. 피해자 중심으로 가야한다, 민주노총도 전교조도 이제 조직이 중요한 게 아니다, 검찰에 고소하고 싶으면 하셔라, 다만 민주노총에서 징계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투쟁이 한창 중이니 고소 시점만 좀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도대체 2차 가해란 무엇입니까?


돌아오면서, 피해자가 심신이 모두 심히 지쳐 있는 듯하여 심정적인 지지와 치유를 위한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밤과 다음날 아침 상담전문가 두 사람을 찾아가 의논했습니다. 두 사람 다 본인의 직접적 요청이 없는 한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고 하여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게 피해자와 제가 만났던 정황의 전부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결코 성폭력 피해를 당한 동료여교사이자 조합원인 그분께 2차가해라고 할 만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전교조의 징계위원회만큼은 저의 진술을 냉정하게 듣고 사실에 근거한 공정한 판단을 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총에 이어 전교조가 진행하는 모든 절차와 요구에 성실히 따랐습니다.

하지만 저의 주장과 사실은 징계 판단의 근거에서 철저히 배제되었고 저는 그저 가해자일 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들을 수 있었던 말은  ‘책임 있는 사람이 무슨 변명이냐’, ‘피해자가 덜 위안을 받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잘못한 것 아니냐’, ‘지금 이 시점에 이야기해봐야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라는 것 뿐이었습니다. 어떤 결정에 이르기 위한 사실과 주장을 묻는 조직의 고민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단 한 줄로 명시된, ‘피해자 중심주의와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 보고서’가 저의 제명을 결정한 전교조 성폭력징계위원회의 근거의 전부라고 합니다.


저는 아무도 공정성과 균형감을 갖추고 사실이 무엇인가를 들으려하지 않는 현실이 너무도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전교조에서 저와 다른 두 사람을 제명하고 나면 이 모든 문제가 끝이 나고,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질 것이니,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해 달라는 것일까요? 차라리 그렇게 나 한 사람의 명예가 훼손되어 전교조의 명예가 되살아날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저는 다시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2차 가해의 책임이 어디서 비롯되고, 어디까지가 그 한계인지. 피해자 중심주의의 범주는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조직적 은폐는 또 무엇인지.

이런 개념들의 혼란과 자의적 해석은 또다시 제2, 제3의 이같은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이제라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이 중요한 개념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로 엄청난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무겁고 답답한 마음으로 휑하게 불어오는 한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홀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던 2008년 12월 23일 그 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웃음과 행복을 위한 참교육에 오늘도 애쓰시는 조합원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와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오로지 사필귀정과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이 사건이 제대로 규명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이 저를 위원장으로 뽑아주시고 임기동안 함께 해주신 조합원동지들의 믿음에 보답하는 길이라 여깁니다.

다툼 없이 어우러져 나뭇잎 푸르른 오월, 어린이날을 보내며 우리가 가고자 했던 참교육의 그 길이 어디까지 왔나 다시금 돌아봅니다.

현장에서 오늘도 수고하시는 조합원 선생님들, 내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09/05/08 20:15 2009/05/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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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마토 2009/06/04 1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실에 눈감지 않은 철저한 자성이 있을 때 조직에 대한 믿음도 깊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