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다.

여느 때처럼 댓글 확인을 위해 댓글 알리미의 링크를 누르고 들어가니, 이상한 사이트가 뜬다. 다시 해봐도 마찬가지다. 내가 쓴 댓글에다 다른 사이트의 링크를 걸어둔 건가싶어서 블로그의 주소를 직접 주소창에 치고 들어갔다. 역시 앞서와 같이 다른 사이트가 뜬다. 이상하다 싶어서, 얼라 컴터를 켜고 접속해봤다.

아.. 그제서야 알았다. 아이피를 막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고, 내가 쓰는 아이피로 자기 블로그에 들어오면 그걸 아예 다른 사이트로 보내버린다는 것을. 당혹스럽다. 댓글을 막거나 트랙백을 차단한다는 건 듣보기라도 한 일이지만, 이건 도대체 듣도 보도 못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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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드는 생각은 내가 얼마나 싫었으면 그랬을까 내가 쓰는 글이 정말 문제가 많은 모양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황당한 일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내가 크게 사교적이지 못하다는 거 잘 알고 있다. 글도 꽤 까칠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특정인에게 이 정도로 큰 증오심(그렇다. 이건 거의 증오에 가깝다)을 안겨주었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그럴만한 위인도 못 된다. 그런데 왜 이런, 어디 기네스북에서나 들어봄직한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그것도 소통을 중시한다는 유명한 파워블로거가.

게다가 나는 이 블로거에게 특별히 뭔가를 잘못한 기억이 없다. 그의 포스트를 두고 글을 엮은 적은 있지만 그게 대체 뭐가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그 역시 반론 글을 썼고 나로서는 썩 만족스럽지도 않고, 유쾌하지도 않은 글이지만 그랬으면 되는 일이다. [footnote]비판을 하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가 먼저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한다. 이건 상식이다. 비난에 가까운 온갖 비판을 일삼으면서도 자기 스스로에 대한 비판에는 한사코 귀를 막거나 못 견뎌 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비판을 운위할 자격이 없는 자이다.[/footnote]

나를 두고 저 블로거가 '싸이코패스'니, '인간'이 아니니 등의 험담을 하는 것 - 여기저기서 여러 번 봤다. 그러나 뭐 그럴 수도 있다. 늘 하는 말이지만, 내가 싸이코패스' 아니니 된 일이고 그래도 어쨌거나 내가 '인간'이니 '인간' 아니라 한들 딱히 뭐라 할 꺼리도 안 되는 일이다. 시쳇말로 '그냥 나를 까고싶은가 보다' 하고 지켜볼 뿐이다.

그러면 되는 일이다.  그러면 되는 일을 어떻게 이렇게 극단적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걸까?  인간이 너무 미워서? 미움이 강하면 이런 일을 할 수도 있는 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미움이 아무리 크다 해도 그렇다.

앞으로는 그냥 내 블로그에 글을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있고(댓글로 남길 수도 있고 메일로 보낼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내 블로그에는 접속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사이트로 보내는 극단적인 방법을 쓸 생각까지를 했던 것일까?

무엇보다, 상대의 아이피를 일부러 확인하고, 그 아이피에 대해 다른 사이트로 날아가라는 코드를 넣고 하는 수고까지를 기꺼이 하게 한, 저 독한 증오심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못 돼먹어서?  그렇다면, 그렇다고 치자. 나는 못 돼먹은 넘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쳐도 오늘 저 블로거가 취한 행동은 무서운 행동이고, 참 나쁜 행동이다. 한 사람의 블로거 입장에서 말하건대,


그는, 참 나쁜 블로거다.



<덧붙이는글>
무엇보다, 저 이는 이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는 알고 있는 걸까? 이명박의 문제를 그렇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이가, 이게 얼마나 정보를 왜곡하는 일인지, 이게 얼마나 폭압적인 행위인지, 그리고 얼마나 무서운 결과에 이르게 되는 일인지는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무서운 일이다. 저 이가 정보를 다루는 작은 권력이라도 가졌을 경우 무슨 짓을 했을지를 생각하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저 이에게 단지 소스 코드 고치는 정도의 재주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지금 당장 그에게 손톱만큼이나의 권력이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안도해도 되는 것일까? 저 이가 이제 더 이상은 이보다 더한 짓은 안 한다고 믿어도 되는 것일까? 그럴까? 모를 일이다. 피씨의 방화벽부터 다시 점검해봐야 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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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01:25 2009/02/18 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