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사회가 다 썩었는데도 정치인들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항변은 아무 소용이 없다. 권력에는 언제나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사회 전체가 부패의 늪에 빠져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에게 보통사람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게 싫은 사람은 정치를 그만두면 된다."

유시민의 칼럼에 나오는 명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정치인의 도덕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함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에 전문을 옮긴다.


유시민


유시민의 세상 읽기 (동아일보)


정치인과 도덕성   


재산과 납세실적, 병역과 전과(前科) 등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신상정보 공개가 선거를 코앞에 둔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은 이것이 선거전의 열세를 만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장담한다. 자민련과 민국당도 정치적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지만 정보공개 그 자체까지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건 무엇보다도 정보공개에 대한 여론의 압도적 지지 때문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성난 유권자들의 감정적 비난이다. 입 제대로 달린 사람치고 정치인 집단을 향해 혼잣말로라도 한두 마디 거친 욕설을 날리지 않은 이는 아마 드물 것이다. 저잣거리의 분위기가 이렇게 험악하면 신문과 방송도 따라가기 마련이고, 언론의 험악한 보도와 논평은 시중의 비난 여론을 더 뜨겁게 달구어 놓는다. 이런 판국에 정보 공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정치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정치인들이 무슨 특별히 악질적인 범죄자들의 집단이나 되는 것처럼 모질게 질타하는 분들에게 이것 하나는 꼭 물어보아야 하겠다. “문제가 있는 곳이 정치권뿐인가? 정치인들이 다른 사회 집단에 비해서 특별히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게을리 하고 파렴치한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사람들의 집단인가?” 내가 보기에 그렇게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들은 다만 우리나라에서 사업하는 보통 사람들이 보통 하는 정도, 보통 하는 방법으로 탈세 또는 절세(節稅)를 했을 뿐이다. 행정 사법 언론 재계 등 다른 모든 분야의 권력자와 부자들이 다들 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아들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이런저런 병역면제 사유를 만들었을 따름이다.

정치권은 청정해역 대한민국에 홀로 뜬 부패의 섬이 아니다. 정치인의 부정부패는 ‘총체적 부패공화국’ 대한민국의 수많은 얼굴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히고 설킨 부패의 먹이사슬을 이루는 하나의 고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은 억울하다. 촌지와 뇌물을 주고받으면서,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반세기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낯을 바꾸어 정치인들을 맹렬하게 비난함으로써 자기가 저지른 똑같은 부정부패를 감추는 알리바이로 삼은 셈이기 때문이다.

억울한 점은 또 하나 있다. 후보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이번에 처음 도입하는 제도다. 이번 총선 후보자들이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이런 제도가 없었다. 돈이 있으면 권력도 살 수 있고, 권력을 가지면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고, 그러면 명예도 저절로 따라오는 것처럼 보이던 시절에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달리 할 수 있는, 또는 할 만한 일이 없기 때문에 그 길을 그대로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명예와 권력까지 가지려고 하다가 감추어진 비리가 드러나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국회의원 출마를 하지 않았을 사람도 많다. 정보공개가 진작 제도화되었더라면 이런 사람들은 그저 탈세를 하고 자식을 군대에서 빼내고, 외제차 타고 골프 해외여행 하면서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데 머물렀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공직선거 후보자 신상공개 제도는 우리나라의 정치엘리트 충원 과정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것이 처음 도입되는 16대 총선 출마자들의 ‘억울한 사정’은 역사가 짐 지워준 운명이다. 중학생 시절에 벌써 대통령을 꿈꾸었다는 어느 전직 대통령처럼 일찍부터 정치에 뜻을 둔 젊은이들은 세금을 잘 내고,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다하도록 노력하며, 동네 파출소라도 피의자로서 출입하는 일은 없도록 처신을 삼가야 한다.

온 사회가 다 썩었는데도 정치인들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항변은 아무 소용이 없다. 권력에는 언제나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사회 전체가 부패의 늪에 빠져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에게 보통사람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게 싫은 사람은 정치를 그만두면 된다.

2009/06/01 17:35 2009/06/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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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청소 2009/06/01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온 사회가 다 썩었는데도 정치인들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항변은 아무 소용이 없다. 권력에는 언제나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사회 전체가 부패의 늪에 빠져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에게 보통사람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게 싫은 사람은 정치를 그만두면 된다." [유시민]

    ==>유시민 논리라면 박연차에게 돈 받은 노무현이나 친노세력은 모두 정치그만 둬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근데, 노빠-유빠넘들은 이러한 논리를 지들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상대에게만 적용시키려한다는 거지...

  2. 김종하 2009/06/01 1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온 사회가 다 썩었는데도 정치인들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항변은 아무 소용이 없다. 권력에는 언제나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사회 전체가 부패의 늪에 빠져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에게 보통사람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게 싫은 사람은 정치를 그만두면 된다." [유시민]

    ---->유시민 논리라면 이런 겁니다.
    정치인: "저놈도 썩고 이놈도 썩었는데, 왜 유독 정치인에게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가? 저놈도 썩은 놈 아닌가? 주니까 먹고 토해주는 것 아닌가. 정치인 못해 먹겠다."
    유시민: "그럼 하지말아라. 싫으면 하지마~~"
    정치인: "그래도 할 거야"
    유시민: "그럼 '공직선거 후보자 신상공개 제도'에 대해 반대하지마. 특히 너 한나라당.."
    정치인: "씨벌. 그럼 내가 불리하잖아"
    유시민: " 그럼. 하지마. 씨벌~~"
    정치인: "......(내가 졸라 불리해지는데)"

    ---------------------------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서 보면 칼럼을 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칼럼에서 뭐 대단한 의미를 끌어오기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즉 공직선거 후보자 신상공개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칼럼입니다.

  3. 쓰레기정치꾼들 2009/06/01 2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0년가는 정당만들자며 순진한 국민들 선동해서 노무현패거리정당으로 만들고 지는 지역당이라고 매도한 민주당과 연합공천으로 국회의원뺏지달고 불법으로 개혁당 해산시켜버린 유시민은 앞으로 정치하지마라..노무현은 유시민에게 정치하지 말고 강의하고 책 쓰고 살라고 했다는데 유시민을 보호해주려는 노무현의 마음을 수용해서 강의나 하고 책쓰며 살길 바란다....당시 노무현이 정치개혁을 내세웠다면 개혁당으로 입당해서 국민과 함께 했어야 했고, 돼지 저금통쇼하면서 뒤로는 삼성으로부터 대선자금받아서 안되었다. 그러나, 개혁당을 이용한 노무현.유시민은 기존 정치꾼들과 노무현정당만들어서 패거리정치로 나갔던 것이다. 결과는 역시 자업자득 인과응보였다....그러고 보면 100년가는 정당만들자면서 2년도 못가서 불법으로 해산시켜버렸기 진중권처럼 노가리로 선동하는 유시민이도 공갈사기 정치꾼에 불과함...^^

  4. 윤복현 2009/06/01 2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무현.유시민의 자업자득 인과응보

    노무현은 민주당에서 후보교체론이 나왔을 때 탈당하지 않고 내부투쟁으로 헤게모니를 장악함으로 민주당 분열을 차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탈당하여 노무현정당을 만들어 노무현을 추종하는 개독의식의 노빠들만 양산했을 뿐이다. 탈당을 했어도 개혁당에 입당하여 인터넷정당-부정부패청산-상향식 민주주의-지역주의 청산-정책정당이라는 정치개혁노선을 걸었어야 맞다. 그러나, 개혁당원들을 노무현정당창당에 이용하고 개혁당을 해산시키고 말았다. 유시민은 노무현을 개혁당으로 입당시켜 국민적 대통령으로 만들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역당이라고 매도한 민주당과의 연합공천을 통하여 국회의원 뺏지달고 문닫아버린 유시민의 사기정치가 결국 노무현과 유시민을 망쳐버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결국 노무현과 유시민은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김영삼의 3당 합당이나 다름없는 한나라당과의 연합공천이나 제안하고 국민들이 반대한 이라크 파병, 국민적 합의요구를 무시한 한미FTA체결, 민족문제인 대북특검으로 남북화해협력세력의 정치적 탄압으로 민족경협에 헌신한 정몽헌를 투신자살하게 만들었고, 노건평 등 측근의 비리혐의를 오히려 옹호하여 관련자을 투신자살하게 만들었고 성장에 준하는 분배가 부진한 결과로 사회양극화를 초래하고 일관되지 못한 부동산정책 등으로 결국 대선과 총선에서 참패당하고 이명박과 한나라당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1등 공신세력이 되었으나, 노무현 스스로 검은 돈 받으면 패가망신당하게 하겠다는 말처럼 결국 노무현정부때 급성장한 박연차에게 받은 돈때문에 검찰수사를 받게 되고 이명박권력에 의해 정치살해당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BBK-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한 상호 로얄티(노무현.이명박)봐주기 빅딜 밀약설에 따라서 노무현세력은 이명박이 노무현을 보호해줄 것으로 믿었는지 모르지만, 그건 착각이였다. 이명박은 2MB가 아니였던 것이다. 노빠들은 이명박만 물고 늘어짐으로써 노무현을 부각시키고 이명박은 노무현의 약점을 잡고 탄압함으로써 권력유지수단으로 삼아야 하는 이명박은 적대적 공생관계인 노무현을 죽게 만듬으로써 권력유지가 더욱 불안정하게 된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이명박은 노무현보다 더 비참한 최후를 맞을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