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은 대통령님이 얼마나 책을 가까이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방문객 인사를 마감했던 12월 이후 독서량은 더욱 늘어났습니다. 허리가 좋지 않아 오랜 시간 앉아있기 힘드셨어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관심 분야는 더욱 넓어졌고 선택하는 책의 깊이는 더욱 깊어졌습니다.


노무현


서거하기 1주일 전에도 여러 권의 책과 자료를 구해달라고 주문하셨습니다. 클린턴 집권 초기 개혁을 한국에 소개한 책들, 클린턴 정부 정책관련 자료, 과거에 읽었던 「디 브리핑」(이철희), 「신군주론」(딕 모리스), 「해밀턴 프로젝트」 등이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대통령님께 전해드렸고 나머지는 찾고 있던 중에 대통령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대통령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 가운데 어느 한 대목 가슴을 치지 않은 게 있었겠습니까. 그렇지만 그동안 책과 자료를 수집해 전달했던 사람들에겐 “책을 읽을 수 없고 글을 쓸 수도 없다”는 말씀이 그 어떤 구절보다 강한 충격으로 와 닿았습니다. 언론의 무차별적인 손가락질 속에서 칩거 동안 유일하게 마음 편히 하실 수 있는 일이 책읽기였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데, 그조차 할 수 없었다면 그 아픔과 그 고통이 얼마나 크셨을까요.

이제 더 이상 대통령님은 책을 읽으실 수가 없습니다. 그 어떤 훌륭한 책도 노무현 대통령을 만날 수 없습니다. 이제 가장 최근에 대통령님이 읽으셨던 책, 대통령님을 만날 기회를 가졌던 책들을 소개합니다. 오래오래 기억해 주십시오. 대통령님과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책들입니다.


* 몬드라곤에서 배우자
- W.F. 화이트, 나라사랑(1992)

봉하마을로 귀향하신 뒤 대통령님이 가장 애정을 쏟았던 일은 봉하마을을 생태마을로 가꾸는 일이었습니다. 생태농업으로 오리쌀을 재배하고, 화포천을 가꾸고, 봉화산을 가꾸고, 생태연못을 꾸미는 일련의 작업도 봉하마을을 생태마을로 가꾸고 싶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모든 주민이 공동체를 이루는 이상적인 생태마을의 조성에 관심을 갖다 보니 관련한 책들을 찾아 읽는 일도 많았습니다. 특히 관심을 가졌던 책은 <몬드라곤에서 배우자>와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었습니다.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는 스페인의 작은 도시인 몬드라곤을 조명한 책입니다. 몬드라곤은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을 통해 모든 것을 소유, 분배하며 대기업보다 빠르게 성장해 온 도시인데 이 책은 몬드라곤의 성장 비결과 경영체제, 조직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자주 꺼내 읽으신 책입니다.


*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작은나라 쿠바의 커다란 도전
- 요시다 타로 (안철환 옮김), 들녘(2004)

미국의 경제봉쇄로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돼 있던 쿠바의 아바나 시민들이 맨손으로 도시를 경작하여 220만 명의 자급을 이뤄낸 신화는 유명합니다. 이러한 생태도시 아바나가 탄생한 배경을 다루고 있는 책이 요시다 타로의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입니다. 대통령님은 봉하마을을 생태마을로 가꾸는 지혜를 이 책에서 배우고자 했습니다.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 빌 브라이슨 (이덕환 옮김), 까치글방 (2003)

대통령님의 관심은 법률과 정치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고시공부를 하던 시절 독서대를 발명했고 인명관련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을 정도로 과학 영역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과학의 여러 분야에 대한 역사와 현재를 알기 쉽게 정리해 놓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이런 관심의 반영입니다. 대통령님은 수시로 인터넷 서점을 방문해 읽을 만한 책을 찾아보곤 하시는데 2003년에 나온 이 책도 그런 과정을 통해 구입해 읽으셨습니다.


*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Transforming Leadership
-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조중빈 옮김), 지식의날개 (2006)

대통령님의 역사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습니다. 지난 겨울 읽으셨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은 역사와 리더십에 대한 관심에서 대통령님이 고른 책입니다. <변혁의 정치 리더십 연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원시 아프리카 부족장과 중세유럽 절대군주, 미국의 여러 대통령들 사례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바꾸는 리더의 임무와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정동영 국회의원 등 현실 정치인의 추천도 대통령님의 눈길을 끈듯합니다.


*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 돌베개 (2009)

대통령님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내온 <후불제 민주주의>도 관심 있게 읽으셨습니다. <후불제 민주주의>는 대한민국 헌법을 유시민 장관 특유의 시각으로 재조명하고 있는데, 저자와의 개인적 인연이 각별한 만큼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셨던 책입니다.


* 유엔미래보고서 - 미리 가본 2018년
- 박영숙, 제롬 글렌, 테드 고든, 교보문고(2008)

재임 시절 비전2030을 제시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대통령님은 우리 사회 미래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30년간의 보수시대가 저무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미래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유엔미래포럼이 매년 발간하는 <유엔미래보고서>도 그런 이유로 찾아 읽으셨습니다. 이 책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변화에 대한 주요 예측과 더불어 기후변화, 물 부족, 인구와 자원, 빈부격차 등 지구촌 미래를 위협하는 15가지 키워드를 통해 그에 대한 방대한 분석과 전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유러피언 드림 The European Dream
- 제레미 리프킨 (이원기 옮김), 민음사(2004)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은 폴 크루그만의 <미래를 말하다>와 함께 대통령님이 퇴임 뒤 가장 가까이 두고 읽었던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책은 “개인의 자율성과 부의 축적이 핵심인 아메리칸 드림은 급변하는 미래 사회를 지탱할 수 없으며, 긴밀히 연결된 네트워크 세계에서 타인간의 관계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유러피언 드림이야말로 이 시대의 새로운 비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통령님이 퇴임 후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권했던 책입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자주 하셨던 책이 바로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입니다.


* 소유의 종말 The Age of Access
- 제레미 리프킨 (이희재 옮김), 민음사(2001)
* 수소혁명 - 석유 시대의 종말과 세계 경제의 미래
- 제레미 리프킨 (이진수 옮김), 민음사(2003)

유러피언 드림에 대한 대통령님의 호감은 저자 제레미 리프킨에 대한 호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유러피언 드림>에서 나타난 리프킨의 시각이 어떻게 구체화됐는지를 살펴보고자 하셨습니다. 이전 저작까지 정독하는 열의를 보였습니다. <소유의 종말>, <수소혁명-석유시대의 종말과 세계 경제의 미래> 등이 그러한 책들입니다.

리프킨의 책을 가까이 하셨던 것은 내용에 공감하는 바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학문의 영역을 넘나들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논지를 펼쳐가는 리프킨의 서술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으셨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도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정리하는 책을 한번 써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말씀도 자주 하시곤 했습니다.


* 슈퍼자본주의 Supercapitalism
- 로버트 라이시(형선호 옮김), 김영사 (2008)

미국 클린턴 정부의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의 <슈퍼자본주의>도 대통령님이 자주 언급하셨던 책입니다. 라이시는 1970년대 이후로 모든 것들이 급격하게 변했으며 대기업들은 훨씬 더 경쟁적이고 지구적이고 혁신적이 되면서 소위 슈퍼자본주의가 탄생했다고 설명합니다.

이같은 변화의 과정에서, 소비자와 투자자인 우리의 능력은 크게 향상되었지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시민으로서 능력은 퇴보했다고 지적합니다. 라이시는 이 책을 통해 정치에 개입하려는 기업, 민주주의에 침투하려는 슈퍼자본주의를 경고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이 대통령님의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더 플랜 The Plan
- 람 에마뉴엘, 브루스 리드 (안병진 옮김), 리북, (2008)

미국 민주당의 전략가인 람 메마뉴엘과 브루스 리드의 <더 플랜>은 미국의 변화를 위해 미국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젠다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는 책입니다. 대통령님은 재임 시절 읽었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와 이 책의 관점 차이를 말씀하시곤 했는데,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읽었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 국가의 역할 - 장하준이 제시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발전과 진보의 경제학'
- 장하준 (이종태, 황해선 옮김), 부키(2006)

지난 겨울 대통령님의 주된 관심사는 ‘국가의 역할’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국가는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게 대통령님의 생각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하여 관련 서적들을 주문하여 탐독하셨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장하준 교수의 <국가의 역할>이었습니다.




* 시장인가, 정부인가?
- 김승욱, 김재익, 유원근, 조용래, 부키(2004)

국가의 역할에 관심은 <시장인가, 정부인가?>라는 경제학의 오랜 논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통령님은 예전에 읽었던 여러 책을 다시 꺼내들어 자유주의 성립과 몰락, 케인즈주의의 등장,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고전적 자유주의가 부활하게 된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는 한편, <시장인가, 정부인가?> 등의 국내 서적도 참고로 하여 ‘시장’을 바라보는 보수적 시각과 진보적 시각의 차이를 구명해 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 사회정책의 제3의 길 - 한국형 사회투자정책의 모색 (2008)
- 김혜원, 양재진, 이종태, 정형선, 백산서당(2008)

<사회정책의 제3의 길>은 신자유주의의 발전모델이나 전통적 복지국가 모델이 아닌 새로운 사회투자정책을 모색하는 책입니다. 대통령님은 <시장인가, 정부인가?>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이 책에 관심을 두셨습니다.



* 제 3의 길 (The)Third way
- 앤서니 기든스 (한상진 옮김), 생각의나무(2001)

보수, 진보에 대한 관심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케인즈주의를 대체하여 경제학을 지배하게 된 근본 배경 탐구로 이어졌습니다. 1980년을 전후하여 신자유주의 시대라는 보수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진보가 실패했기 때문인가 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인가?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던 노무현대통령은 유럽 사민주의 진영의 제3의 길 또는 신중도노선을 전면으로 재검토해 보기로 합니다. 가장 먼저 꺼내 든 책이 앤서니 기든스의 <제 3의 길>이었습니다.


* 노동의 미래 Where Now for New Labour
- 앤서니 기든스 (신광영 옮김), 을유문화사 (2002)
* 이제 당신 차례요, Mr. 브라운 Over to You, Mr. Brown
- 앤서니 기든스 (김연각 옮김), 인간사랑 (2007)

대통령님은 <제3의 길>을 시작으로 기든스의 <노동의 미래>, <이제 당신차례요, Mr. 브라운> 등을 순서대로 다시 읽으셨습니다. 이미 읽으신 책을 다시 찾아 읽으신 이유는 토니 블레어로 대표되는 유럽 진보진영의 리더들이 제3의 길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한 탐구를 위한 준비였습니다. 이러한 지적 호기심의 배경에는 진보진영에게 ‘제3의 길 이외 선택은 없었던가?’라는 의문이 자리잡고 있던 듯합니다. 최근까지도 대통령님은 이러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종류의 책을 주문하셨기 때문입니다.


* 생각의 오류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 토머스 키다 (박윤정 옮김), 열음사, (2006)

최근 대통령님은 사람이 사실과 다른 말을 하게 되는 심리적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셨습니다. 또 자신들이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으려 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셨습니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 하던 중 추천 받은 책 가운데 하나가 <생각의 오류>였습니다.

이 책은 누구나 구조적으로 저지르기 쉬운 ‘생각의 오류’를 6가지 유형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으려고 하는데 “통계수치보다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더 솔깃해한다”, “내 생각에 의문을 품기보다 확신하려 든다”, “세상에는 운과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있음을 간과한다”, “인간의 기억은 이따금 부정확하다” 등이 이러한 생각의 오류를 낳는 이유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Opening Skinner's Box
- 로렌 슬레이터(조증열 옮김), 에코의서재 (2004)

이 책도 심리학에 대한 대통령님의 관심에서 선택된 것입니다. 20세기 심리학이 인간 행동을 관찰한 끝에 던진 질문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자유 의지와 복종의 문제, 사랑의 본질, 군중 심리와 방관자 효과, 기억의 메커니즘 등 인간 심리와 관련된 핵심 주제를 파헤치는 실험을 통해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예리하고 중요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디케의 눈
- 금태섭, 궁리(2008)

법률가로서 대통령님의 관심을 반영하는 책입니다. 18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일반 국민을 비롯하여 약자와 소수를 위한 법체계가 진정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http://www.knowhow.or.kr/rmh_rohbest/v ··· 99760418
2009/06/02 06:47 2009/06/0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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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참한 노무현죽음 2009/06/02 1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무현 타살설부추기는 양아치같은 노빠들~~

    정토원장 증언도 있었지만, 경호원은 정토원장이 있나없나 확인하러 온 건 정토원장 증언대로 사실이고, 노무현은 경호원이 정토원으로 간 사이에 투신자살한거다....노무현때 급성장한 태광실업 회장 박연차에게 돈 받고 결국 검찰수사과정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거다. 노무현이 정당했다면 투신자살하지 않는다. 법정공방을 해서라도 무죄받을 사람이다. 노무현은 변호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검찰수사과정에서 박연차와 대질심문도 거부함으로써 혐의를 인정한 셈이다. 이제 기소되어 구치소 들어갈 판국인데 얼마나 쪽 팔린 일이겠는가!! 죽음으로 묻어 버린 거다. 또한 bbk-박연차게이트 수사와 관련해서 로얄티들(노무현.이명박)은 거드리지 말자는 노건평과 이상득간의 2007대선 빅딜 밀약설이 사실이면 이 또한 드러나면 쪽 팔릴 일이다. 노무현의 선택은 결국 죽음으로 사건을 덮고 가족과 측근들을 보호하려 했다고 봐야 맞다. 노빠들이야 어케든 노무현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려고 하겠지만 말이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면 분노만 앞서게 되고 진실규명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유서도 자필로 쓸 일이지 컴푸터에 남겨서 분란만 일으키고 간거다...비참한 죽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