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죽은 자를 지나치게 존중하는 사회다. 김선일씨 사건은 대표적인 경우가 아니었던가 싶다.
<중략>
유명인들의 자살 사건에서도 같은 일은 반복된다. 2004년에는 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있던 안상영 부산시장이 구치소에서 자살을 선택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에게 인사 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던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비리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박태영 전남지사도 역시 자살을 선택했다.

이분들에게 물론 억울한 사연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법정에서 진실을 가려야 마땅한 일이었는데 이들은 자신이 유죄가 입증되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안 시장의 경우에도 유죄가 되었다면 수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연금 혜택도 받을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모든 것이 무죄에 입각해서 처리되었을 뿐 아니라 그의 장례식은 시장(市葬)으로 치러졌다.

죽음은 때로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한나라당은 안 시장의 죽음을 ‘권력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했고 ‘현 정권이 안 시장을 회유해 이를 거부하다 자살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 가족들조차 한나라당의 주장이 ‘소설에 불과하다’고 부인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피해자로 미화시켰다. 곧이어 치러진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여유 있게 승리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죽음의 미화에 언론사들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누가 되었건 이들이 죽음을 선택한 뒤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억울하다고 말했다’느니, ‘오죽했으면 자살했겠느냐’는 식의 동정론에 입각하여 보도하기 때문에 원래 사건의 본질은 쉽게 사라지고 만다. <중략>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잘못이 있다면 처벌과 비난까지도 감수하고 반성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고, 만약 부당한 혐의와 비난을 받고 있다면 그에 맞서서 싸우는 용기 또한 필요로 한다.

언론에서는 사회적 명사든 연예인이든 죽은 자라고 해서 모든 책임을 면해주고 미화하는 일은 이제 삼갔으면 한다. 자살이 자신에 대한 모든 비난과 억울함을 해결해 주는 가장 손쉬운 길처럼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후략>
 
서홍관/국립암센터 의사·시인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195793.html
2009/05/26 07:08 2009/05/2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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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가식적으로만 보이는 사회...

    Tracked from Xeonia 2009/05/26 09:50  삭제

    前 대통령이 서거하셨다.그 분이 돌아가신 사인에 대한 말들은 많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돌아가신 것이다.지난 주에 이 비보를 전해 들었을 때 나는 무덤덤했다. '아, 안타깝구나.' 이 이상, 이하의 생각도 들지가 않았다.그가 생 전에 대통령 직에 있을 때, 좋아했었던 인물도 아니었고비판을 했으면 비판을 했지 옹호하던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를 탄핵하자는 촛불시위도 그닥 찬성하는 편은 아니었고,그를 다시 복권시키라는 촛불시위도 좋은 눈으로 바라보지...

  2. Subject: 봉하 메카를 순례하는 종교인들

    Tracked from 추억의 책장 2009/05/26 15:21  삭제

    봉하마을에 2-3일 만에 40만이 다녀갔다고 한다. 전국 방방곡곡...온 매스컴...심지어 포털 사이트들 까지 메인 화면을 바꾸고 '장례식장' 을 연출한다. 한글 사랑하자면서 이럴땐 꼭 쓰지도 읽지도 못하는 '근조'라는 말을 애용한다. 지금의 봉하는 이슬람교의 성지인 '메카'를 보는 것 같다. 마치 거기에 안가면 '노대통령을 애도하지 않는 사람' 이라는 낙인이라도 찍히는 것 같다. 하나의 '종교적 현상' 인 것이다. 한국교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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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ㄷㄷ 2009/05/26 07: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중권같은 놈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는 인간들이 여기서는 욕하고 난리들이네요. 그들의 이중잣대가 혐오스럽습니다. http://www.bignews.co.kr/news/article.html?no=230658

  2. 양용현 2009/05/26 08: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된 글이군요. 잘 봤습니다.
    미화하지 말자는 말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자는 것을 뜻한다면, 대체로 그 뜻에 동의합니다. 그런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3. Xeonia 2009/05/26 0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보았습니다^^
    전 대통령의 서거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미화되어 그 사람이 영웅처럼 받들어질 이야기도 아니겠지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RSS신청이랑 트랙백 걸어봅니다)

  4. 2009/05/26 1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화가 안된다고 해도 지금도 착착 진행되고 있을거고, 벌써 노무현의 후광을 이어받을 것인가? 하는 논쟁도 오고가는 듯. 왠지 한국사회에서의 자살은 최후의 면죄부같은 느낌이 너무 강하것 같습니다. 원래 동정심이 많은 나라여서 그런가... 쩝. 뭔가 자살을 권하는 세상이 되버렸네요.

    고인이 온갖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살아남아서 뭔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으면 하고 내심기대했습니다. 앞으로 할 일이 많은 사람이었는데요. 살아있다면 뭔가 좋은 일도 생겼었을 수 있을텐데. 그 놈의 도덕성, 청렴성이 사람 목숨보다 백배,천배 중요한가 봅니다.

  5. 대단한 진중권 2009/05/26 1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명인사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주로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데 대한 절망감이나



    억울함때문으로 분석된다."라는




    진중권의 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의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방지대책도 2004년 4월 29일자 신문사설에서



    아래처럼 명쾌하게 밝혀 주었다.



    "스스로 죽을 용기가 있다면 왜 꿋꿋이 살아 견뎌내지 못하느냐’는

    너무나 당연한 의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죄가 없다면 살아서

    끝까지 결백을 밝혀내야 하고, 만약 죄가 있다면 떳떳이 죄값을

    치르고 반성하면 될 게 아니냐는 게 누구나 갖는 소박한 생각이다."

  6. 국물이 끝내줘요 2009/05/26 12: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빠들에게 희망으로 떠 오르는 인물 유시민..문제는 국민들은 크게 반응이 없을 거라는..

    노빠들만의 자기위안에 불과한 김칫국물 마시기가 아닐까?

  7. 공생관계-노명박 2009/05/26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졸나게 국민들 말 듣지 않는 고집불통의

    노무현과 이명박은 신자유주의 노선의 동지들이다.

    미국소고기전면개방과 한미FTA에 서로가 전혀 상반된 견해는 없었다.

    미국의 파병요구에 대해 미국의 식민지 이라크에 한국군을 파병해 주었다.

    박근혜가 거부해서 그렇지 노무현은 한나라당과의 연합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로가 합하면 전선이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혼선을 주기위해서도 합쳐서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도움이 안된다.

    역시나 다를까 노무현세력은 한나라당의 경제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는 뉴플랜으로 자신들의 실체를 드러내 보였다.

    분배보다 성장만을 강조하여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여

    노무현정부는 민심을 상실했고, 이명박정부 또한

    노무현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득과 노건평이 2007대선 때 만나서

    BKK-박연차게이트 서로 봐주기했다는 빅딜 밀약설 또한

    그 진실이 드러나면 노무현의 투신자살의 진실도 드러나게 된다.

    고로 노무현과 이명박은 동지이면서

    서로를 위해서 적대적 관계로 공존해야 하는 관계다.



    촛불시위로 노이로제로 걸려

    불가피하게 노무현세력을 쳐 버린

    이명박 또한 노무현의 투신자살에 대해

    충격에 휩싸이며 미래의 자신의 모습은 아닐지

    심적 쇼크를 받았을 것이다.

    청와대 뒤에 바위가 선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8. 하게타카 2009/05/26 18: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가 자살했을 때 살아남은 놈들이 이런 논쟁을 하고 있는 모양을 본다면... 참....

    죽음에 이르는 결단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말한번 싸지르고 고고한척 하는 태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릅니다.

    물론 궁지에 몰려 저항의 표현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인간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 일은 쉽지 않음을 생각한다면,

    궁지에 몰린 상황에 대해 토론하고 논쟁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만...

  9. 커피믹스 2009/05/26 1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에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 할지라도 최소한 자살까지 가지 않게 할 수도 있었던게 있었는데 그게 커피믹스였다면??

    안 시장 자살 후부터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커피믹스를 사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건 안 시장이 자살하면서 남긴 유서에 커피 한잔만이라도 마실 수 있다면 삶에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었을 거라는 귀절이 있었기 때문이라오..

    어쨌든 안시장 덕분에 재소자들이 지금 식 후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10. 엠프 2009/05/26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자살해서 국민세금 쓰게 만드냐고 하던 진중권은
    저같으면 쪽팔려서 입다물고 있을 거 같은데
    아직도 힘이 남아도네요.

    • 하민혁 2009/05/26 2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중권도 아마 많이 쪽 팔려 하고 있을 겁니다. 앞으로는 좀 조신하겠구요.

      <덧> 진중권의 글을 왜 안 까느냐고 하는 분 더러 있는데 그래서입니다. 자신이 쪽 팔려 하고 있는 글을 다른 이가 굳이 나서 다시 까발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제 성격에도 잘 안 맞는 일이구요.

  11. 시궁창내가폴폴 2009/05/31 04: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일하며 독립군 잡으러다니던.......... 독립군 토벌대 친일장교 출신 박정희.
    일왕한테 충성 맹세하고 황국신민을 자처하며 혈서까지 쓴 친일파.
    한때는 공산주의자에서 갑자기 일왕만세를 부르짖었던 기회주의자.

    친형도 공산주의활동 하다가 경찰에게 사살되고,
    본인도 남로당 활동하다가 체포돼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빨갱이 박정희.
    그뒤 친일파로 변신해서 독립운동 탄압하고 독립군 잡으러다니던 친일앞잡이 새끼.


    군사 독재를 하면서 자신의 평생 집권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한낱 파리목숨 다루듯 무차별로 학살하고
    국민들의 눈과 입을 그 무시무시한 군사권력으로 가려놓고는
    경제라고 개소릴 해대게 만들었던 친일 정치세력들!

    그런 박정희의 사상을 계승하고 그곳에 뿌리를 둔 정치세력이 지금의 왜나라당.


    친일파 + 살인마 + 독재자 = 박정희
    남한의 김정일... 아니 이새끼는 친일까지 한 놈이라 더 쳐죽일 호로새끼지.

    부관참시해도 시원찮을 박정희 군사독재나 미화하지 마라. 이 꼴통새끼야

  12. kkk 2009/06/01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로서는 진중권의 글에서 큰 문제점을 찾지 못하겟군요.
    설사 자살의 책임(?)의 90%가 누가 말한것 처럼 그냥 자신의 문제이고
    그 나머지 10%가 누군가 다른이의 책임이라고 하더라고,
    그 나머지 10%의 책임을 추궁하고 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요?
    더구나 그 10%가 공권력이라면 이는 더더욱 중요한 일이겠구요.

    위의 글에서 언급된 안상영시장을 비롯한 일부의 자살의 경우
    특별하게 다른 누군가의 책임을 추궁할 만한 구체적 근거나 정황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자살했다는 하나의 사실만으로 무조건적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미화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 아닌가요?

  13. kkk 2009/06/01 1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중권의 이번 글들 어디에 자살을 미화하는 부분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제 눈에는 그냥 공권력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