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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넘어 들오는,
아직은 한여름밤의 습기가 그대로 묻어 있는 새벽 바람에서 애써 가을을 찾는다.
(지난) 여름이 너무 혹독했던 탓이다.

인터넷이 살풍경한 말과 글들로 넘쳐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신념 혹은 이념의 각축장이라도 된 듯한 양상을 띠며 더욱 살풍경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블로고스피어는 과잉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신념 혹은 이념들이 넘쳐나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믿음이 충만하다는 것은 '항상'은 아니라 해도 '대개는' 좋은 일이니까.
믿음이 넘쳐나는 시대에 신념을 잃은 자가 설 곳은 없다.

여름이 힘들었던 건 새롭게 시작한 일 때문이 아니었다. 신념을 잃은 때문이었다. 준비해온 일이 있었고 그 일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많은 이가 신념에 충만해 있는 이 시대에 나는 그 신념을 잃었다.

신념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공허와 독한 회의다. 여름은 그렇게 혹독했다. 애써 가을이다.



2008/08/20 05:32 2008/08/2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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