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을 새로 만들어야하는 이유


이 법안은 1940년에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에서 제정 발표한 법안이다.

이 시기는 일제가 중일전쟁을 수행 중이었으며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기 바로 1년 전에 해당한다.

전쟁에 광분한 일제는 더욱 감시의 눈초리를 번득이고 있던 때라 조금이라도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그 법은 시행되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일재의 잔재를 많이 내포하고 있는 법안이므로 폐기하고 새 시대에 걸맞게 우리 방식으로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야한다.


<외래어 표기법>을 새로 만들어야하는 이유를 지적한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전문(全文)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2장부터 제4장까지는 세부시행 규칙으로 시대에 따라 개정되어 왔으나 이 법안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제1장은 일제 치하에서 만들어진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첫째 한글 자모의 수를 제한한 것은 잘못이다.


이는 <한글 맞춤법>을 고쳐야하는 이유에서 충분히 검토되었지만, 지금 우리는

국제음성기호 가운데 [f, l, v, ð, ?] 등과 같은 소리를 나타낼 수 없어 우리 말글살이에

많은 혼란을 격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심혼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f]와 [l]의 소리이다.

현재 [f]의 소리를 [ㅍ]으로 쓰고 있어서 [p]와 충돌이 가장 심하고, [l]은 [ㄹ]로 쓰고 있어서 [r]의 소리와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한글은 하나의 글자는 한 개의 소릿값밖에 가지지 못하는 글자인데 현재 <한글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한글의 글자가 마치 여러 개의 소릿값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어제훈민정음(御製訓民正音)에는 「ㅍ. 脣音순음. 如漂字初發聲音여표자초발성음.」이라하였고,
「ㄹ. 半舌音반설음. 如閭字初發聲音여려자초발성음.」이라 하여 각기 「漂」자와 「閭」에서 맨 처음 나오는 소리라 하였다.

이 뜻은 글자 하나의 소릿값은 제각기 하나씩밖에 가지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규칙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ㅍ]으로 [f]와 [p], [ㄹ]로 [r]과 [l]의 소리를 적고 있어서 마치 한글의 글자가 여러 개의 소릿값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잘못 인식시키고 있다.

이것은 <한글 맞춤법>에서 한글 자모의 수를 40 개로 제한하고 그 이외의 글자는 한글이 아닌 것처럼 잘못 인식시키며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연서(連書) 규칙이나 병서(竝書) 규칙을 써서 어떤 소리라도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
능력을 폐쇄시켜 무한대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막아놓은 꼴이 되었다.

어제훈민정음(御製訓民正音)에는 「ㅇ連書脣音之下연서순음지하, 則爲脣輕音칙위순경음.」이라 하여 “ㅇ”을 입술소리아래에 붙여 쓰면 입술가벼운소리가 된다고 하였다.

한글에서 입술소리는 “ㅂ”, “ㅍ”, “ㅁ”의 세 가지 글자이다.

따라서 이들 글자 밑에 “ㅇ”을 붙여 쓴 글자 즉, [?, ?, ?] 등의 글자는 입술가벼운소리를 나타내는 글자가 되는 것이다.


[f]의 소리나 [v]의 소리는 모두 입술가벼운소리다.

따라서 [f]는 [?]로, [v]는 [?]로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또한 병서(竝書) 규칙은 된소리를 만들거나 우리말에 없는 새로운 소리에 대처하기 위해서 마련된 규칙이다.

즉 우리말에는 [?]로 시작되는 말은 없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r]과 [l]의 소리를 구별하기 위해서 [?]이라는 글자가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위의 「ㄹ. 半舌音반설음. 如閭字初發聲音여려자초발성음.」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첨가하여 소릿값을 주고 모든 백성들이 찬동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ㄹ. 半舌音반설음. 如閭字初發聲音여려자초발성음, 竝書병서 西洋語서양어 lion

初發聲音초발성음.」이라고 하면 [?]이라는 글자는 자동적으로 [l]의 소릿값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글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게을러서 그렇지 훈민정음 안에는 이처럼 천문학적인
숫자에 달하는 소리글자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서울대 명예교수 이현복교수는 한글 국제음성기호를 창안함에 있어서 훈민정음의 기본 28 글자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새로운 모양의 글자를 만들어 냈으니 제2의 세종대왕이 탄생한 것이다.


훈민정음의 기본 28 글자와 다른 모양의 글자는 한글이 아니다.

이처럼 무한한 발전성을 지닌 한글을 겨우 40 개의 글자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모 숫자의 제한을 풀어 놓고 모든 사람들이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서 어떠한 국제음성기호도 한글로 적을 수 있도록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한다.


둘째 제2항은 지극히 당연한 조항으로 있으나마나한 필요치 않은 조항이다.


셋째 제3항은 끝소리글자를 제한한 조항인데 훈민정음을 무시한 조항이다.


세종대왕께서는 “모든 끝소리글자는 첫소리글자로 다시 쓴다.”고 하셨다.

그런데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적는다.”라고 되어있다.

물론 ‘ㄱ’이나 ‘ㅋ’이나 끝소리는 같은 소리가 되고, ‘ㅅ’은 ‘ㄷ’이나 ‘ㅌ’과도 끝소리는

똑같은 소리가 된다.


그러나 소리의 옮는 현상(移音現象)에서는 그 결과가 엄청난 차이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It is my book.”에서 “It”을 현행 한글 표기법으로 하면 “잍”이 아니라 “잇”으로 표기해야하고, “book”은 “붘”이 아니라 “북”으로 표기해야한다.

위의 문자을 한글로 표기하면 “잇 이즈 마이 북.”이다.

이것을 연이어서 발음하면 “이시즈 마이 북.”으로 발음될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이티즈 마이 붘.”이라고 발음하는데, 우리는 “이시즈 마이 북.”으로

발음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That book is mine.”에서 “book”을 “북”으로 표기하면 “댙 부키즈 마인”으로 발음해야
되는 것을 “댓 부기즈 마인.”이라는 소리로 발음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끝소리글자는 본래의 소리글자로 적어야한다.”는 원칙을 지켜야하므로 구태여 이런 조항은 필요치 않다.


끝소리글자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끝소리글자가 없는 일본글자의 약점을 감싸주기 위한
배려로 생각할 수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 없는 조항이다.


4항은 된소리글자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인데 이것도 일본글자는 “ぱ”행의 글자들
이외에는 된소리가 없어서 “~っ의 용법”이라든가, 표의적기사법이므로 경우에 따라 글자와 소리를 다르게 된소리로 발음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東とう
ょうに 行ます?”라는 말은 “도오오니 이마스?”로 발음된다.

위에서 빨간 색으로 표기된 [,か]의 본래의 소리는 [기, 가]의 소리인데 다른 소리와 이어지는 소리가 되는 경우에는 된소리로 발음해야한다.

또한 “學校”는 “がこう”로 표기되는데 발음은 [?꼬오]로 발음한다.


여기에서 보듯이 “~っ”라는 글자를 이용해서 뒷소리를 된소리로 만들어 쓰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본어 용법이 우리말글살이에 “사이시옷”이라는 용법으로 인용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은 “が”의 소리로 콧소리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병서(竝書) 규칙을 응용하면 콧소리(鼻音)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훈민정음으로 어떤 까다로운 표현도 척척 해낼 수 있는 능력, 어떤 새로운 필요가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감당해 낼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한글이라는 글자이다.


일본말과 우리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들은 오랜 옛날부터 우리문화를 전수받은 민족이므로 그들이 우리말법을 따르는 것은 몰라도 우리가 그들의 말법을 따라야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조항도 사실상 필요치 않은 조항이다.

이유는 한글은 소리 나오는 대로 적을 수 있는 글자이므로 소리에 따라 적절히 적으면 되기 때문이다.


5항이 가장 문제가 많은 조항이다.


<제5항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를 상세히
검토해 보자.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한다.”라는 문구는 일본식 발음으로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아무리 잘못되었더라도 고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까 일본식 발음으로 된 말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고치지 못한다는 말인데 물론 그 당시 총독부의 감시도 감시려니와 한글과 우리말을 말살하려는 일제의 탄압을 다소라도 완화하려는 뜻에서 어쩔 수 없는 방편이었다고 보아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광복이후 오늘날까지 일제의 잔재인 “잘못된 일본식 외래어”를 청산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이 조항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에 news라는 영어의 올바른 발음은 [뉴우즈] 또는 [누우즈]이며 [뉴스]는 일본식
발음이니 바꿔야 한다고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에 질의했던 일이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역시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한다.”는 규정에 의해서 고칠 수 없으며 <외래어 표기법>을 충실히 시행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제5항의 “관용을 존중한다.”는 규정은 부칙의 성격을 띤 조항으로 news라는 낱말처럼 [뉴우즈]냐 [누우즈]냐 하고 충돌이 생겼을 때 선택하는 기준 잣대의 역할을 하는 조항이지 결코 잘못된 말을 그대로 방치해 두라는 조항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였으나 자신들은 오로지 <외래어 표기법>을 성실히 적용하였을 뿐이라는 답변이다.


이 조항은 제아무리 잘못된 말이라도 관용으로 굳어지면 고칠 수 없다는 말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이 해괴망측한 법이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다.

아무리 잘못된 관행이라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은 공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직무유기이며, 복지부동이 아닐까?

이 조항은 정책 담당자들의 직무유기와 복지부동을 유발시키는 독소조항이다.

이상은 <외래어 표기법> 제1장이다.


2장부터는 각 나라 별로 음성기호를 한글로 표기한 대비표와 표기의 예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도 외국어를 잘 모르는 국문학자나 정책 당국자들끼리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곳이 많다.


이런 대비표를 만드는 것은 한글학자(국문학자는 자격이 없음)와 그 나랏말에 권위 있는
사람이나 현지인을 상대로 직접 소리를 들어보고 연구하여 신중하고 정확하게 만들어서 보급해야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외래어>라는 용어에 대한 풀이에 달려있다.

<외래어>란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가라는 문제가 핵심이다.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외래어>의 뜻풀이에 대해서 과연 어느 나라말인가 소신을

밝혀달라고 질의를 하였던바 <외래어>는 귀화어(歸化語)로 결국 국어라는 답변이었다.


<외래어>는 '외래어'라고 하는 개념은 폭이 넓기 때문에 '귀화어', '차용어', '외래어'로 더
세분하는 관점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즉 넓은 의미의 외래어에는 국어라고 할 수 있는 귀화어가 포함되며, 좁은 의미의 외래어는 언중의 외국어 인식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 국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을 일컫는 관점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도 널리 오래 쓰이다보면 외국어라고 하는 인식이 희박해져서 결국 귀화어로 분류할 날이 오겠지요.〕


그런데 막상 <외래어>라는 용어의 본고장인 일본에서는 “외래어는 외국어다”라고 한다.

즉 그들은 제한된 수의 글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휘가 부족하여 다른 나랏말을 많이 빌려 쓰고 있지만 결코 <외래어>에 대하여 영주권만 주고 있을 뿐 우리처럼 후하게 국적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외래어의 범람을 막을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학계나 정책 당국에서 “<외래어>는 국어 어휘로 우리말이다.”라는 데서 <외래어>의 범람을 막을 길이 없어진 것이다.


지난 한글날에 국립국어원의 어느 학술 연구원이 “wellbeing” 등등 몇 가지 <외래어>들을
우리말로 풀이하여 사용하도록 하였다고 연구실적을 자랑삼아 발표하였으나 우리 언중들은 관심을 두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웰빙]으로 쓰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웰빙]도 우리말이므로 구태여 [참살이]라는 생소한 말은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다.

더욱이 영어의 well은 우리말의 “참(眞)”이 아니다.

“좋음” “만족”, “건강”, “행복”의 뜻이지 “참(眞)”의 뜻을 가진 말이 아닌데도 “참살이”라고 풀이하였으니 너무나 동떨어진 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잘못 풀이된 말을 쓰느니 [웰빙]도 우리말이니까 그대로 쓰겠다는 것이다.


<외래어>라는 용어 자체도 일제의 잔재이다.

<외래어>라는 용어를 버리고 <빌린 말>이라고 바꾸고 “<빌린 말>은 외국어”라는 관념을

백성들에게 심어주고, <빌린 말>의 표기를 원산지의 발음과 똑같이 적어서 발음하기

어렵도록 표기해놓는 한편 국문학자들은 열심히 연구하여 <빌린 말>을 우리말로 풀이하여 보급한다면 우리말의 어휘가 많이 생겨나고 어려운 <빌린 말>의 사용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같은 정책을 편다면 현재 [커피]는 우리말이고 [코?]는 외국어라는 잘못된

생각이라든가, [커피]라는 우리말과 [코?]라는 외국어를 따로따로 기억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덜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어발음을 잘못하는 민족으로 낙인이 찍혀있는데
일상생활을 원산지 발음으로 말하는 습관이 붙으면 그 불명예를 씻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훈민정음의 특성을 살리면 세계 모든 나라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할 수 있다!



              한글 연구회
           최 성철



: 특수 문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http://cafe.daum.net/rakhy        한글 연구회

             를 방문하시면 자세히 보실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2006/10/30 17:29 2006/10/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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