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방송과 신문을 온통 장식하고 있는 논란은 그 요란함에도 불구하고 뭔가 빠진 듯이 허랑해만보인다.

작통권 환수는 사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문제다. 반대하는 쪽에서조차도 작통권 환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정치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첫째는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 논리가 작동한 때문이고 둘째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 탓이다.

하지만 실은 이것도 이 논란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고 봐야 한다. 바로 '신뢰'의 문제다. 요란하면서도 뭔가 빠진 듯이 이야기가 겉돌고 있는 것은 논란의 이면에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 즉 '불신'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예(예)와 같은 활의 명수가 활을 쏘게 되면,
먼 월(越)나라 사람과 같이 전혀 남남인 사람도 기꺼이 과녘잡이를 자원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이 활을 쏘려 하면,
자애로운 어머니마저도 방으로 도망쳐 문을 잠근다.

결국, 반드시 틀림이 없으면 월나라 사람도 예를 의심치 않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아무리 자애로운 어머니라도 자식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한비자에 나오는 혜자의 말이다.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부모조차도 그 자식이 하는 일에 두려움을 갖게 된다는 예화로 "서투른 자가 쏘는 화살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작통권 환수 논란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저런 오만가지 이유를 대고 있지만(노 대통령 표현이다. -_-), 예전에는 작통권 환수를 주장하던 이들이 지금은 반대로 돌아선 이유란 결국 "노무현을 믿지 못하겠다"는 한가지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에 대한 '불신' 곧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싶지 않다'는 것이 이 논란의 본질인 것이다.

따라서 작통권 환수를 두고 벌어지는 이 논란의 해답 또한 여기서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논란은 온통 남북 관계나 한미 관계 등에만 모아져 있다. 답이 나올 리가 없고, 지루한 싸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참으로 무용하기 짝이 없는 힘의 낭비인 셈이다.

내가 보기에 이 논란에서 정작 우리가 따져봐야 할 것은 이런 것이다.
믿지 못하는 넘과 믿음을 주지 못한 넘이 있는 경우, 그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더 있는 것인가?

 
2006/08/12 02:19 2006/08/12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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