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장관이 '불량식품' 중앙일보와 인터뷰 를 했다. 스스로 '불량식품'이라 말한 언론과 인터뷰를 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거기서 나온 얘기들이 사뭇 '깨는' 내용들이다. 

-자신을 스스로 자유주의자라고 주장하는데.

"인간은 뭐가 진짜로 옳은지를 잘 알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모든 게 불확실하다. 내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유럽 좌파와 우파는 돌 들고, 죽봉 들고, 화염병 들고 안 싸운다. 의사당에서 멱살 잡고 저지하는 것도 없다."

-유 장관도 정치인으로서 몸싸움에 앞장서지 않았나.

"나 혼자 현실을 비켜 살 순 없다. 현실이란 게 머릿속으로 그걸 부정하고 싫어도 삶의 조건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에 그리로 가는 거다. 서울대 폐지론을 주장해도 자기 딸이 공부 잘해서 서울대 가겠다면 못 말린다. 이중적인 게 아니라, 사는 게 그렇다. 우리가 탄핵 때 저지했지만 나는 나중에 그게 잘못됐다고 얘기했다."

-탄핵 저지가 잘못됐다는 건가.

"물리적인 표결 저지는 문제다. 노 대통령도 괜찮으니 막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열린우리당)는 불안하니까, 숫자도 적고 하니까 막았다. 요새 한나라당도 우리에게 '너희도 탄핵 때 막았잖아'라고 한다. 한번 손해를 감수하고 어떤 정치세력이 그 고리를 끊어줘야 했다. 우리가 탄핵 때 막지 않고, 충분히 토론해서 표결했다면 가결됐든 부결됐든 우리 의회사에서 (물리적 저지는) 단절됐을 것이다. 그걸 지키지 않은 것을 몹시 후회했다."

-평택 미군기지 반대 시위를 어떻게 보나. 폭력사태가 벌어지는데.

"헌법이 보장한 의사 표현 자유를 물리적으로 탄압할 때는 정당 방위 차원에서 폭력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가 평택서 미군 철수 주장하고 미군기지 반대하는 분들 집회를 불허하거나 예비 검속으로 잡아 넣지 않는다. 그런데 왜 죽봉 들고 오나. 지금은 시위대가 도발하지 않는 공권력에 대해 물리적으로 부딪히는 양상이다. 나도 옛날에 데모 많이 했다. 이제 장관이라고 해서 평택 시위대 욕하는 것 같지만, 우린 1980년대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평화 집회 허용해주면 집회만 했다. 거기 줄 서 있는 경찰관들 공격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그냥 넘어가자. 유시민을 비판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제기해온 문제들이고, 그런 의미에서 특별히 재론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 이야기를 듣다보면, 유시민의 '게임의 법칙'과 '민노 사표론'이 다시 생각난다.
 

-정치인 유시민은 막말을 하는 걸로 악명이 높았다. 한데 장관이 되고 나서 달라졌다. 어떤 게 진짜 유시민이냐.

"둘 다다. 보직 변경에 따른 것이다. 당에서 내 역할은 주로 싸우는 것이었다. 지금은 행정부에 와 있다. 국회 협조를 못 받으면 입법이 안 되니까 국회의원들을 잘 모실 수밖에 없다. 옛날엔 돌격대장하면서 밤중에 총기 난사해서 민가 유리창도 깨지고 그랬다. 사령부에서 나보고 돌격대장 하라고 해서 총 들고 나가 깜깜하고 사방도 어둑어둑한데 총탄 날아오면 그쪽 방향 향해서 자동으로 놓고 갈겼다."

-과거 함부로 했던 말들을 후회하나.

"함부로가 아니다. 나름대로 충분히 계산해서 했다. 그래야 언론에서 써주지 않나. 여론전을 하는데 어필하는(먹혀드는) 발언을 해야 될 것 아닌가. 최민수씨가 깡패 역을 잘한다고 해서 성격이 포악하다고 볼 순 없는 거 아닌가."


유시민의 논리대로라면, 지금 평택서 '깽판'치고 있는 범대위 친구들 또한 '나름대로 충분히 계산해서 하는 돌격대장 역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유시민 자신에게는 상황논리로 면피되는 일이 왜 다른 친구들에게는 허용되어선 안 된다는 것인가?

유시민은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만든 '게임에 법칙'에 따라 게임을 계속하고싶은 모양이다.


 
2006/05/15 12:31 2006/05/1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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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뉴이스트 2006/05/15 1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요.. 유시민이 한 막말들은 불법적인 부분이 없었죠.
    허위사실유포 같은건 전혀 없었고, 같은 말을 해도 단지 좀 싸가지없이 강한 표현을 했다 뿐이죠.
    평택 문제에 대해서 사실 저는 깊이 알지 못하지만
    유시민씨 발언의 이중잣대를 비판하시는 것 같애서, 유시민씨 발언에만 비추어 변호를 하자면
    평택서 '깽판'치고 있는 범대위 친구들의 행동은 불법적인 폭력행위라서 문제가 된다는 것이 아닐까요?

    • 하민혁 2006/05/16 0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가 이야기한 부분은, 싸가지 없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싸가지가 있건 없건.. 나는 그런 부분에는 별로 큰 신경을 안 씁니다.

      "나름대로 충분히 계산해서 했다. 그래야 언론에서 써주지 않나. 여론전을 하는데 어필하는(먹혀드는) 발언을 해야 될 것 아닌가."

      이 부분에 대해, 그렇다면.. 평택서 시위하는 친구들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했던 겁니다. 다시말해, 유시민의 논리대로라면 평택 친구들 또한 '여론전'을 위해 그같은 시도를 했다는 변명이 가능하다는 거지요.

  2. 如水 2006/05/15 2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시민씨의 발언이 논리적 오류가 있다 손 치더라도
    평택 문제와 연결하는건 좀 과장인 듯 합니다.

    • 하민혁 2006/05/16 0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니죠. 유시민은 분명히 평택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잖아요. 내가 억지로 평택 문제에다 끼워맞춘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른 부분은.. 바로 위에 적은 글로 답변을 대신합니다.

  3. ◆박군 2006/05/15 2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에 유시민을 참 좋게 봤던 이유는 그가 내던진 출사표를 보고 아, 말된다! 싶어서였습니다. 노무현 후보 대통령 당선되던 날 밤, MBC에서 긴급좌담회 할 때 노비어천가 부르라고 앉혀놓은 패널에서 독설을 쏟아낼 때도 좋게 봤었지요...
    그런데 그 후의 정치판에서의 행보를 보고 슬슬 뭔가 이게 아닌데 싶었습니다. 그 와중에 서울대 프락치 사건의 또 다른 면을 보고 인간적으로 조금 실망한 것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는지 지친 듯한 발언을 보이기 시작하네요. 뭔가 전체적으로 말 잘 하는 사람에게 속은 듯한 찜찜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 하민혁 2006/05/16 0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서울대 프락치 사건'이 아닙니다. '서울대생 민간인 감금 폭행 사건'이지요. 사건의 잘못된 명칭 만큼이나 이 사건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진실이 잘못 알려져 있어요.

      다른 걸 모두 떠나서, 그 피해자들은 지금까지도 그 사건의 후유증으로 신난한 삶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만일 이같은 일이 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졌다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구제를 받았을 테지만, 사적으로 행해진 일이기 때문에 어떤 보상도 받지 못 하고 있지요.

      내가 사적인 처벌(私刑)-예컨대, 범대위 등에 의해 저질러지는-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4. 시얀다 2006/05/15 2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시민의 논리대로라면, 지금 평택서 '깽판'치고 있는 범대위 친구들 또한 '나름대로 충분히 계산해서 하는 돌격대장 역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유시민 자신에게는 상황논리로 면피되는 일이 왜 다른 친구들에게는 허용되어선 안 된다는 것인가?
    ----------------------------------------------------------------
    뭐..두 상황을 같게 보신다면 할말 없지만..제가보기엔 상황이 다른데요.
    유시민이 깽판친건 같은 의원들 상대였죠. 서로 동등한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치고받고 한겁니다.
    하지만 평택의 일은 범대위의 주장이 옳든 그르든간에 국가 공권력을 향한 깽판이죠.

    • 하민혁 2006/05/16 0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럴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암튼 이에 대한 내 입장은 뉴이스트님의 댓글에 대한 답변에서 이미 밝혔기에 생략합니다.

      다만, 내가 이같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굳이 한번 더 말한다면, 유시민의 논리가 나는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에 김대중 필패를 주장한 '게임의 법칙'이나 민주노동당을 찍으면 사표 된다고 말한 '민노 사표' 주장에서처럼 말이지요.

  5. 바뉴신 2007/09/08 0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은 변하는 존재이지요...누구나 나이를 먹어가고 시대나 상황에 따라 변해 가지요...
    그것은 단순히 외모가 변해가는 것처럼 쉽사리 들어 나지는 않지요...
    사고가 변하기에,생각하는 방향과 벙법이 변하기에,
    예전의 그사람과 오늘의 그 사람이 달라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변절이라고 하고,좋게 얘기하면 성숙해가는 것이겠지요...

    하지만...문제는 누구나 변해가는 것이 사람인데...
    사람이 늘 생각하는 방향과 사물이나 사건을 다르게 다른 각도로 볼 줄 안다고 해서 변절이라고는 볼수 없겠지요....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하고,다른 방향과 각도에서 생각하지 못했던것을
    보게 되었을때 사람은 바뀌게 된다고 봅니다.
    처신이라는 것도 그렇고..처세라는 것도 그런것에서 기인한 것이겠지요...
    바른 방향으로 현실을...변해가는 세상을....
    바로 볼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현자라 할 수 있겠지요...
    나쁘게 보면 기회주의자 같지만...
    그 현실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엄청난 오류로 더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겠지요...

    정치는 현실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정의 지도자,나라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적절하게
    안배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 하겠지요....
    지금 배고픈 사람들 한테는 밥을 줘야 할 것이고,과거의 고통으로 힘겨운 이들에게는
    그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며 지금 배고픈 사람들이 앞으로는 굶지않고 자급할 수 있도록 대비책도 세워줘야 합니다...
    그러나,현실이 고달프면 ....미래는 없는 것이고...과거의 좋았을때만 회상하고
    그곳에서 빠져 나오려 하지 않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려 돌아갈 수 없는 허사인데도 말 입니다....
    과거속에서 사는 사람은 현실도 미래도 없고 오직 회한의 과거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네...어찌 오늘 현실에서 현실을 바로보고,미래를 구상 할수 있겠는지요...

    오늘,현실을 잘보는 사람은 과거에 매달리지도,미래를 지나치게 걱정 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오늘..현실을 정확히 직시하며 ...
    바로 오늘을 바르게 잘 살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현면한 정치인이고 현면한 리더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이 없다고 하실것 같아서..사족을 붙입니다...
    저는 유시민의 답변은 많은 고뇌와 더블어 사고를 거쳐 밖으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현실론은 지극히 타당하고,모든것은 조건지어져 있는 것이라는 것도 맞다고 봅니다.
    하나의 문제가 꼭 그 문제만을 얘기하지 않고 이것저것 다 연계되어 있듯이...
    상황과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과 생각이 예전과는 달리 더 부드러워졌으나...더 실용적이라고 봅니다.
    복잡하지 않고,군더더기없이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집어낼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봅니다.자신의 생각과 바라는 바,추구하는 바는 우리는 대체로 막연합니다...왜냐하면 그것들은 조건지어졌기 때문에 조건이 맞아야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 입니다...
    저는 유시민이 그런 맥락에서 얘기한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이해하고 받아 들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