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식 혁명과 개혁당의 혁명에 대하여
하민혁
(2004-02-12 오전 12:42:58)

 
한때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아니,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당시는 시대의 대세라고 봐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건 사실 얼마나 웃기는 말인가?

민주주의면 민주주의지 '한국적 민주주의'라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임에도 난다긴다 하는 넘들이 앞에 나서 그것을 언필칭 '시대의 흐름'이라 강변해마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 시절을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암흑기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시기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또 하나의 '한국적 거시기'가 등장했다. '한국적 혁명론'이라 불러도 좋을 '노무현식 혁명론'이 그것이다.

한국적 민주주의와 노무현식 혁명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혁명' 어쩌고 하는 말을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노무현을 '시대정신'이라 부르며 그가 헛소리를 하건 마려운 소리를 하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하고 알랑 방귀 끼던 이기붕이보다 더맹목적인 태도로 꺄꺄~ 하고 몰려다니는 빠돌이 똘마니들의 행태를 보면서, 예의 저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말이 다시 생각났다.

혁명이란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혁신적 전향이 없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철저한 자기 희생을 담보하지 않고는 결코 이루어낼 수 없는 게 혁명인 것이다. 그러므로 잃을 것 하나 없는 게임을 하면서 거기에 '혁명'이라는 말을 갖다붙이는 자가 있다면 그런 자에게는 기꺼이 '사기꾼'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무방한 일이겠다.

노무현이 말하는 혁명이라는 걸 한번 보자.

'나는 10분의 1밖에 안 먹었어요~(그러니 봐주세요)' '다른 쪽은 그랜저 타고 가는데 나는 티코 타고 갔어요~(나도 그랜저 타고 가고싶어요)' '진흙탕에 들어가면서 진흙을 묻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러니 내가 진흙투성이더라도 나는 좀 예외로 해주세요)'

이렇게 징징거리는 사람이 부르짖는 혁명이 과연 혁명에 값하는 것일까? 이런 징징거림은 어줍잖은 변명일 뿐 결코 혁명을 말하는 자의 발언이 아니다. 게다가 노무현식 혁명론은 여기서 한 술을 더 뜬다.

'빠돌이 여러분, 여러분이 혁명해주세요, 여러분이 혁명의 주역입니다..징징징~'

참말로 웃기지도 않는다. 세상 살다살다 지는 쏙 빠지면서 남들더러 혁명하라고 부추기는 혁명론자는 또 첨 봤다. 하기사 정치개혁 한답시고

'돈을 내세요. 안 내면 정치개혁 모합니다. 여러분이 내는 돈이 정치개혁의 초석입니다. 여러분이 주인입니다. 백년 가는 당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돈 내라, 돈!'

을 외치다가 그 돈 모아서 입신을 한 다음에는 '각자 알아서들 하세요~!' 한마디를 남기고 자신 역시 알아서 제 갈길을 간 치도 있지만. 그리고 그래도 그런 치를 쫓아다니는 빠돌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혁명은 남이 아니라 지가 하는 거다. 그리고 거기에는 무한책임이 따른다. 목숨 내놓고 하는 것이 혁명이다. 그런데, 지는 최고 권력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아랫 것들에게 '혁명하라'고 외치고 있는 게 작금의 노무현이 보여주고 있는 혁명이다. 가히 '노무현표 혁명'이라는 새로운 학명이라도 하나 만들어야 할 판이다. 각설하고,

이런 얘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은 개혁당에 지금 필요한 것이 바로 혁명이라는 말을 하고싶어서다.

아래서 안**님은 자신이 전당대회를 충분히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안**님이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혁명을 하지 않고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즉, 안**님이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걸고 집행부를 갈아엎은 다음 스스로가 집행부의 권한을 갖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은 일인 것이다.

혁명은 결국 나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차기 집행부 선출에 임하는 모든 당원은 '혁명'이라는 이 단어를 가슴에 새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제인가 송**님은 그동안 당이 보여준 분란의 중심에 특정인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한 진단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벌써 몇 번을 말했듯이, 현재의 당이 분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스템 자체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의 의사소통 라인이 특정한 몇 사람에 집중되어 있는 때문이고, 특히 그것이 당게를 통한 오픈된 방식이 아니라 주로 전화나 오프를 통한 비선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때문이다. 당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이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때문에 나는 이번 전당대회가 혁명적인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구태 정치와 하나 다를 바 없는 방식, 이를테면 이넘은 우리 지역구이니까..저넘은 나랑 개인적으로 친하니까.. 저넘과는 연대키로 했으니까.. 이 따위 기준으로 투표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니, 주어진 3개 가운데 2 개의 투표권은 설사 그렇게 행사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최소한 나머지 1 개의 투표권 만큼은 정말로 후보자의 입후보에 대한 변을 잘 듣고 그에 따른 투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은 혁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당내에 자신을 죽이고 당을 살릴만한 혁명가는 보이지 않는다. 혁명을 주도할만한 세력조차도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당원 각자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변화에 대한 바램밖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 변화에 대한 그 바램이 모두 모인다면 적어도 변화의 작은 불씨 하나는 피울 수 있는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당원 각자가 혁명을 해야 할 시간이다. 구태 정치판의 그것과 똑같이 후보자와의 친소나 호오를 따지기 이전에 변화에 대한 자신의 바램을 누가 가장 잘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인지, 변화의 불씨를 지펴올릴 사람이 누구인지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먼저 혁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내가 이번 2.14 당 전당대회를 통해 실현되기를 바라는 개혁당의 혁명이다.


 
2006/04/25 01:19 2006/04/25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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