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와 논거 - 언젠가부터 이 두 마디 빼놓고는 어떤 얘기도 할 줄 모르는 족속들이 생겨났다. 도대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오직 자기 글 속에서만 성립 가능할 듯싶은 요상한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누군가 그거 뭔가 이상한 것 아니냐고 한마디 하면 으레

"니 말에는 팩트가 없어"
"논거를 대라"
"당신 주장에는 논리가 없어"
"오류가 어쩌고.. 증명이 저쩌고.."  

하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 하는 사람들 치고 팩트나 논거를 제대로 갖춘 이들을 나는 거의 보지 못 했다. 이들이 의견이랍시고 늘어놓고 있는 것들을 살펴보면 거의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 곧 넌센스거나 한갓된 자기 주장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사례를 찾아서 멀리 갈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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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약간의 짬이 난 틈을 타서 오랜만에 웹서핑을 나섰다. 위의 포스팅은 그 어름에 보게 된 글이다. '하는 짓도 가지가지'라며 한미FTA에 대해 뭔가를 말하고 있는데 노는 수준이 이게 장난이 아니다. 글쓴이한테 노무현과 이명박, 부시와 오바마 정도는 그저 한 주먹감도 안 되는 한낱 철부지 애들이다.

그래서 살펴봤다. "이 모든 것은 노무현과 이명박을 포함한 한국의 보수세력이 한미FTA가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 못한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그의 대단한 주장이 대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싶어서였다.

먼저 이 친구가 노무현과 이명박을 '똥인지 된장인지조차 구별 못하는 세력'으로 몰아간 근거는 다음과 같다.

1.1.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FTA 협상을 타결했다.
1.2.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재협상을 이야기하는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었다.
2.1 그렇다면 노무현이 국가간 약속을 왜 재협상으로 깨냐고 따져야 하고, 이명박은 재협상을 해서라도 한미FTA를 비준하자고 주장해야 한다.
2.2. 그러나 이명박이는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비준안 통과시키려고 하고 노무현이는 재협상을 얘기하고 있다.
3. 그러므로 이건 헷소리다.


한마디로 말하자. 지금 헷소리를 하고 있는 건 다름아닌 글쓴이다.

글쓴이는 1에서 2를 끌어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글쓴이한테는 자연스러울지 몰라도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는 너무 많은 변수 즉 반론적 성격의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당장 노무현 정부에서 타결한 FTA의 협상 성격이 변질되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고, 정치/사회/경제적 이해 관계와 상황의 변화 등이 개입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명박이 비준안을 통과시키려 애를 쓰고 노무현이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고 해서 그 자체를 헷소리라고 결론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이 경우에는 왜 그런지에 대한 논구가 우선되어야 하고, 따져 묻는 것 또한 그 지점이어야 한다. 다시말해 왜 재협상을 꺼내고 비준을 고수하려는지 그 이유를 묻고 그 타당성을 따져야 하는 것이다. 그게 변수가 더해진 상황과 그 변화에 대응하는 바른 접근 방식이다.

물론 나이브하게 보자면, 글쓴이의 말에 공감을 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건 이를테면 백년해로를 약속하고 맺은 결혼을 이혼으로 끝낸 커플에게 약속을 어기고 왜 이혼을 했느냐고 따져묻는 경우에 갖게되는 공감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다시말해 심정적인 공감을 표할 수는 있다 해도 그건 딱 거기까지지 그 과정에 대한 어떤 이해도 구하지 않은 채 '백년해로 하지 않았으니 너희는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글쓴이는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이라고 우긴다. 나아가 논거까지 제시했으니 이의가 있으면 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반론을 제기하라고 설래발이다. 도대체 논리라고는 찾을 수 없는 글에 대고 논리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이 배짱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얼척 없기는 하지만 여기서 그친다면 그래도 살짝 한번 웃고 넘어갈 수 있다. 이런 경우 논리고 뭐고를 떠나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대개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얄궂은 건 이런 이들일수록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꼭 한 발을 더 나아간다. 자기 주장에 도취되어 붙은 가속도를 스스로가 제어할 수 없게 되는 탓이다. 위의 글쓴이 또한 예외가 아니다.
글쓴이는 기어이 한마디를 더 한다.

"자동차협상에서도 미국이 이긴 건 또라이가 아닌 한 인정해야 할 일이다.
관세인하의 폭에서도 한국산이 훨씬 덜 이득을 보고
(소나타가 한화로 2~30만원 내린다고 미국인이 그걸 사겠어..)
특별소비세, 배기가스 규제 등등 비관세장벽은 싸그리 다 풀어 버렸다."
 

요약하자면, 자동차협상에서는 미국이 이겼다는 얘기다.
"관세인하의 폭에서 한국산이 이득을 별로 얻지 못한 반면, 특별소비세, 배기가스 규제 등의 비관세장벽은 모두 풀어줬다"는 것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라는 게 아주 재밌다.

"소나타가 한화로 2~30만원 내린다고 미국인이 그걸 사겠어.."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를 말하고 있는, 자신은 충분한 충분한 논거를 제시했다고 말하는 이 대단히 논리적인 글에서 유일하게 논거라고 제시되고 있는 게 바로 이 말, "소나타가 한화로 2~30만원 내린다고 미국인이 그걸 사겠어.."인 것이다.

무슨 말을 더 할까?

한미FTA의 결과로 소나타가 정확히 얼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갖는지 나는 모른다. 글쓴이가 말한대로 2~3십만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고 할 때, 그 함의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 다시말해 그 2~3십만원이 원가를 말하는 건지 딜러가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판매가를 말하는 건지 확인한 바가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그것이 단 1원이라고 할지라도 가격이 시장에서 갖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안다. 그렇기에 글쓴이의 이 말, "그걸 사겠어.."라는 말에 할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게 사실에 값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도대체 거기에 어떤 구체적인 데이터도 없기 때문이고 그래서 한갓된 자기 주장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때문이다.

그런데 글쓴이는 이를 근거로 "자동차협상에서도 미국이 이긴 건 또라이가 아닌 한 인정해야 할 일이다"고 단언한다. 가당찮은 일이다.

자기만의 한갓된 생각을 일반화하고, 그걸 근거로 상대의 주장을 '엉터리'로 치부하는가 하면 자기주장만이 맞다고 우기는 것보다 어처구니없는 짓도 없다. 하지만 그 짓을 하고 있으면서도 글쓴이는 도무지 거리낄 게 없다는 투다. 노무현과 이명박, 부시와 오바마 정도는 아예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노는 손오공 취급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안하무인 기고만장 - 저 혼자 그렇게 거칠 것이 없다.  

논거를 제시하세요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토론방이나 댓글 등에서 자주 "당신의 주장에는 논거가 없어요. 논거를 제시하세요"라는 말을 듣보게 된다. 재밌는 것은 마치 잘 훈련된 앵무새처럼 자주 그리고 많이 이같은 말을 하는 이들일수록 도무지 논거와는 거리가 먼 얘기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논거를 제시하라'는 말이 본래의 용처를 벗어나 스스로의 논리 부재에 대한 방어기제로 활용되기에 이르러 있는 것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용도 변경된 말 가운데 '팩트'가 있다. 황당무계한 주장을 늘어놓다가 스스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싶은 경우에 자주 꺼내드는 카드가 바로 "당신 말에는 팩트가 없다"는 말이다. 당신 말에는 팩트가 없어요. 이 말을 꺼내는 순간 대화는 이내 본질에서 벗어나고 느닷없는 팩트 타령이 되어버린다.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게 또 있으랴 싶을 정도로 훌륭한 탈출 도구인 셈이다.

그러니 허접하기 이를 데 없는 위의 대화에서 이 훌륭한 도구가 빠질 리 없다. 어김없이 등장하여, 그것도 거의 무기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잘 활용되고 있다.

하도 허접한 주장을 너무 당당하게 펼치고 있는 터라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한마디 하자 마치 매크로로 등록해두기나 한 것처럼 이내 터져 나오는 말이 논거를 제시하라는 소리고 팩트가 없다는 말이다. "당신 말에는 논거가 없어요, 논거를 제시하세요." "당신 말에는 팩트가 없어요, 팩트를 갖고 말하세요." 블라~블라~

이것이 없는 시간 쪼개서 굳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다
계속되는 저 스테레오타입의 막무가내에 어떻게든 답을 해줄 필요성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우선 위에 옮긴 글과 관련하여 대화가 시작된 지점을 살피면 다음과 같다

[1] 글쓴이의 주장
1. 한미FTA는 노무현과 이명박이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별 못하고 덤빈 데서 비롯된 것으로 잘못된 것이다
2. 노-이가 잘 된 것으로 치는 자동차협상의 경우만을 보더라도  
  관세인하의 폭에서도 한국산이 훨씬 덜 이득을 본 데 반해,
  특별소비세, 배기가스 규제 등등 비관세장벽은 싸그리 다 풀어 버렸다는 점에서 보듯
  한국은 득 될 것 하나 없는 협상을 벌였다  
2.1. 실제로 소나타가 한화로 2~30만원 내린다고 그걸 살 미국인은 없다
3. 그런 점에서 협상에서 미국이 이겼다는 사실은 또라이가 아닌 한 인정해야 할 것이다

[2] 나의 문제 제기
1. 다툼이 있는 사안에서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려면 거기에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2. 초딩도 내 말은 무조건 옳으니까 또라이가 아니라면 인정해야 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은 하지 않는다
3. 그럼에도 글쓴이는 이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

[3] 글쓴이의 반박
1. 자동차협상 완존 실패했다고, 비관세장벽 철폐되고 관세장벽 철폐만 양쪽 결과를 비교해 봐도 미국이 압승했다고 실컷 설명했다
2. 노무현이가 어쩌고.. 마이클 잭슨이 어쩌고 ..  
3. 니 또라이냐?

[4] 나의 확인요청  
그러니까 글쓴이의 주장은,
1. 글쓴이가 자동차협상 완존 실패했다고, 비관세장벽 철폐되고 관세장벽 철폐만 양쪽 결과를 비교해 봐도 미국이 압승했다고 실컷 설명했다
2. 그러므로 자동차협상에서도 미국이 이긴 건 또라이가 아닌 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5] 글쓴이의 답변
1. (느닷없이) ISD하고 자동차, 섬유협상 등등 개판친 것 설명해봐라 
2. 남의 어법 갖고 개수작하려 들지 말고 FTA에 대해 직접적으로 논거를 들어 의견을 펴라
3. 아니면 입을 닫아라
4. 니들 주군이 어쩌고 .. 중얼중얼 ..
5. <덧> 휴머니즘을 발휘해서 한미FTA 체결의 문제점 지적한 반박글 붙이니 참고해라

[6] 나의 재 확인요청
1. 나는 지금 당신과 한미FTA 의 찬반논쟁 하자는 게 아니다
   그건 다른 자리서 내가 보고 판단할 문제다  
2. 저 위에 있는 글에서 당신이 말하고 있는 요지가
2.1  당신이 자동차협상 완존 실패했다고, 비관세장벽 철폐되고 관세장벽 철폐만 양쪽 결과를 비교해 봐도 미국이 압승했다고 실컷 설명했다
2.2. 그러므로 자동차협상에서도 미국이 이긴 건 또라이가 아닌 한 인정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7] 글쓴이의 횔설수설
1. 어법가지고 투닥거릴 게 아니라 내용에 충실하게 논쟁을 하자
2. 당신이 문제 삼는 내 표현에는 논거가 있다
3. 어법이 어쩌고.. 조선일보가 어쩌고.. 박정희가 어쩌고 놈현이 개수작이 어쩌고..
 

[8] 나
1. 참 이상하다 도대체 지금 뭔 소리 하고 있는 거냐
2. 난 당신 어법 갖고 뭐라 한 적 없다
3. 게다가 니들은 왜 맨날 얘기하다 말문 막히면 박정희부터 시작해서 조선일보와 노무현 찍고  부시 오바마까지 가는지 모르겠다
4. 뻘소리 제발 그만 하고 그냥 내가 확인 요청한 사항에만 간단히 답해줬으면 좋겠다

[9] 글쓴이의 비약삐약
1. 당신이 논술 배울 여력이 없었다는 걸 몰랐다
2. 당신은 지금 일종의 착란을 일으키고 있다
3. 하고싶은 말을 해라 해외에다 정신 놔두고 왔느냐
4. 씨방새야 기분 나쁘면 논리적으로 논거를 들어서 반박을 해라
5. 또 쓸데 없는 거 쳐달면 님의 정신상태가 심히 의심스럽달 수밖에 없고 니는 또라이다
6. 품성논쟁 하지 말어라

[10] 나
1. 내가 이 대화를 통해 확인하고싶은 건 오직 하나
2. "미국이 압승했다"고 당신이 설명했으니 "자동차협상에서도 미국이 이긴 건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3. 이것만 답해주면 대화는 끝난다
4. 나는 당신과 품성 논쟁할 생각 추호도 없다 그러나 말은 조심해라  
5. 다시 말하지만 나는 당신 어법 갖고 토 다는 것 아니고 한미FTA 논쟁 벌이자는 것도 아니다
  - 사족. 이미 자기 주장이 절대하다고 믿는 넘과 논쟁을 해서 무엇할까
    아주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문제의 확인요청에도 계속해서 딴청만 피오고 있는 넘과는 더욱

[11] 글쓴이의 딴짓
1. 관세장벽 철폐 관한 부분에 대해 쉽게 쓴 것 이외에 바로 밑에 비관세장벽철폐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쩌고 저쩌고 횡설수설
2. 이 새끼가 어쩌고 돌았나 저 또라이가 저쩌고 생각대로 하며누 되고 어쩌고
 

[12] 나
1. 딱 보니 너 우리 속에 대가리 처박고 사는 방구석 진보의 전형이다
2. 대화를 할 때는 대화를 해라 무조건 니 말만 앵무새처럼 지저귀지 좀 말고
3. 그건 니가 처박혀 사는 똥통 우리 속에서나 통하지 다른 사람한테까지 통하지는 않는 거라는 얘기다

[13] 여전한 글쓴이의 딴짓
1. 정신 차리려면 멀었다
2. 또라이라는 말 한마디에 충격 먹었구나 어쩌고 저쩌고

[14] 나
1. 좌파집권연구회씩이나를 만들어서 좌파집권을 연구한다는 애의 수준이 이 바닥이니
2. 그게 영낙없는 똥통우리가 아니고 뭐겠느냐
3. 어디 가서 좌파니 진보니 하는 말 하지 말어라 너같은 애들 때문에 진보가 욕 먹고 좌파가 왕따 당하는 거다

[15] 글쓴이
1. 비관세 장벽이 어쩌고 블라블라~ 장벽 쌓으러가자


그래도 인터넷에서 나름 단련될대로 단련되었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이런 경우 한번 겪고 나면  황당하다는 느낌은 여전하다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아무리 그렇기로 어쩌면 이렇게 철저하게 서로 다른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할 수 있을까싶어서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여기까지라면 이 글을 쓰겠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을 일이다 사실 새로운 글을 쓸 생각이 있었다면 저렇게 계속 댓글 놀이를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기로 작정한 건 긴가민가 하면서 설마 설마 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바로 유령의 출현이다

인터넷서 논쟁을 하다보면 어느 시점인가에선 꼭 유령이 등장하곤 한다 대개 '우리'라는 패거리 의식이 논리의 전부인 '그들만의 리그'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번에도 어느 시점에인가부터 내가 긴가민가 했던 게 이 때문인데, 위의 댓글 놀이가 이루어지는 그 공간이 바로 유령이 서식하기 딱인 조건을 두루 갖춘 그런 곳으로 보인 탓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유령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십수년 인터넷 짬밥이 주는 감이 어디 갈까 싶을 정도로 정확히 예상한 바로 딱 그 타이밍에서다

이른바 '유림질'로 불리는 유령놀음의 역사는 인터넷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인터넷이 다종 다변 다양화하면서 유림질도 그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고 하지만 유림질이 횡행하는 데는 지금도 여전히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 그 서식처가 주로 자기 둥지나 패거리를 떠나서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소위 '방안퉁쇠'들이 모여 지내는 구역이라는 것과 그 유형과 역할 또한 예의 정해진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게 그것이다

이 유령들의 유형과 역할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대화의 당사자가 자기 스스로는 차마 하지 못하는, 그러나 어떻게든 하고싶어 못 견디는 일을 양심의 가책 없이 행하게 해주는 부류의 유령이다 이 유형의 유령들은 예컨대, 지금까지 진행된 대화 내용을 모조리 삭제해버리라거나, 카페 같은 경우 강퇴를 시키라고 부추기면서 당사자에게 논쟁의 흔적 자체를 제거할 근거를 제공해준다 뒤가 구린 논쟁을 한 당사자로부터 가장 환영 받는 유형의 유령들이다

이번 언쟁에서도 이 유령은 어김없이 등장하여 딱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진다.


지나가다 2008/11/25 18:37  
주인장 똥 덩어리는 좀 치워주시죠? ^^ 필요할 땐 청소를 마다하지 않는 센스가 ^^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이 유형의 유령은 언제나 아이덴티티를 갖지 않는다 '지나가다' 혹은 '지나다가' 혹은 '나도 한마디' 식의 유령다운 닉을 지니고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진다 물론 이게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이덴티티를 공개하지 않는 유령의 특성을 이용하여 가끔씩은 주인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는 주장이 무성할 뿐이다)

그리고 또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같은 유령의 한마디는 늘 언제나 항상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낸다 이번 경우라고 해서 예외일 리가 없다 내가 보낸 트랙백이 즉각 제거되었다 쿨럭~

두번째 유형은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며 등장하는 유령이다
이 유령의 역할은 논쟁 당사자의 주장에 최대한 객관의 옷을 입히는 일이다 물론 이 유령이 입히는 객관의 옷은 언제나 한쪽으로 철저하게 경도되는 특성을 갖는다 예컨대, 상대의 옷에 묻은 티끌은 용서할 수 없는 흠이지만, 우리 편 옷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똥덩어리는 맡아서 기꺼운 향수가 되는 식이다.

이 부류의 유령은 대개 거의 모든 논쟁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이번 언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구정물 2008/11/25 17:00  

님께서는 비논리와 욕지거리로 가득찬 댓글을 달아놓고서
나는 상식적인 선의 얘기를 하고 있다라고 주장하십니다.
오류를 스스로 증명하시고 계시다고 생각치는 않으신지요.

위의 내용들에 동의하지 않으시다면 근거를 대시면 될 일입니다.
팩트에 기초한 논리로 위의 논거들을 간단하게 부셔보세요.
그런데 아래의 댓글들을 모두 읽어보았지만
그 무수한 댓글을 다는 와중에 왜 그 간단한 일들은 하지 않으시는지요.


도대체 무슨 근거를 대라고 말하는 건지를 모르겠고 누가 욕지거리로 가득찬 댓글을 달았다는 건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이 유령한테는 내가 하는 말은 모조리 욕지거리로 들리고 글쓴이가 하는 말은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로만 들리고 있는 모냥이다

게다가 이 유령은 내게 뭘 부수라는 주문까지 하고 나선다 나는 뭘 부수고자 하는 거 아니다 그냥 아주 간단한 것 하나를 확인하고싶은 것 뿐이다 대체 내가 한 그 간단한 확인 요청에 무슨 팩트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무슨 근거가 필요하다는 말인지 도무지 모를 소리들이다 아주 친절하게도 "댓글들을 모두 읽었지만"이라고 밝히면서 하는 얘기가 그러하다 이 유령은 대체 무엇을 읽었다는 말일까?

세번째 유형의 유령은 본질 흐리기 유령이다
이 부류의 유형은 당사자가 버벅대는 시점에 나타나 논점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얘기를 늘어놓음으로써 논쟁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가는 역할을 맡는다 그 역할의 특성상 때로 두번째 유형의 유령과 그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때도 있다 예컨대, 위의 언쟁에 나타난 두번째 유형의 유령이 하고 있는 팩트 타령이 거기에 해당한다 하겠다

네번째 유형의 유령은 천둥벌거숭이 유령이다
이 유령은 다투고 있는 논쟁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 그저 한 두 줄 제멋대로 읽고 제멋대로 해석한 다음 논쟁과 동떨어진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지는 유령이다 내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싶거나 애들 이거 별 거 아니네싶어서 한마디 남기는 부류라 할 수 있다


gomgoem 2008/11/26 00:06 

저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위험한 것이 '이명박과 아이들'이 아니라 '노무현과 아이들'이라는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았습니다. 참여, 진보.. 거시기 모시기한 단어들을 죄다 가져다가 정권 내내 말아먹고 역사 속으로 후퇴한 세력 정도로 여겼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온라인 여기저기 다니면서 뻘짓하는 아해들을 보면서 '노무현과 아이들'의 위험성을 예견한 이들의 해안에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 글에 마침표를 어디에다가 찍어야 되는지도 모르는 저런 아해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노빠놀이도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할텐데..


아닌 밤중에 봉창 두드리는 것도 유분수지 대체 이게 뭔 소리라는 말인가?
노빠가 여기서 왜 나오는 것일까? 설마 이 친구가 지금 날더러 노빠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쿨럭~



 
2008/11/26 06:40 2008/11/2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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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바나나 2008/11/26 1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앞에 올리신 글을 엊그제 봤었구만요. 솔직히 그 글이 논리나 논거를 들어 쓴 대단한 글도 아니고 그냥 맘에 안 든다며 조소를 날리는 가벼운 글이라 하민혁님께서 너무 심하신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구만요.

    사실 블로그에 쓰는 모든 글을 다 무장해서 쓰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저런식으로 이죽거리는 것은 있으니요. 요컨대 가만히 앉아서 신선놀음하는 것을 보고 가짜라 생각하셔서 그러신 거 아닌가라는 추측을 해봤었구만요.

    근디 오늘도 글을 올리셔서 거길 다시 가보니 댓글은 싹 다 지워졌고 진짜 유령만 남아 찬양댓글만 있더군요. 절대적으로 유리한 홈그라운드에서 싸우면서도 저러는 거 보니 사람 잘 보실 듯싶구만요. 날도 추운디 따땃한 방구석에 있는 거이 좋긴 좋구만요.

    • 하민혁 2008/11/27 1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이 그랬습니다 심하다 아니다를 떠나서 도발한 건 사실이었으니까요 글쓴이나 지켜보는 이들이나 껄끄러워보이는 게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무장'해서 쓴 글도 아니고 블로그에 가볍게 올린 생각을 트집잡아서 걸고 넘어진다면, 그리고 거기서 논리 찾고 의도 찾고 한다면 누구라도 살짝 열받기 마련이지요

      솔직히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쌓인 게 좀 많았던 게 아닌가싶어요 예컨대 한겨레나 경향 등을 보면 기자가 쓰는 기사 특히 기획기사 등은 굉장히 좋아요 설득력도 있구요 그런데 사설이나 칼럼으로 이루어지는 오피니언 난을 보면 이건 완전히 대학교 1학년이 쓴 레포트 수준입니다 사안을 보는 인식틀부터가 그렇고 사안에 접근하여 주장하는 방식이 딱 그 수준에 머물러 있지요

      그러나 거기까지라면 문제될 게 없어요 배워 익힐 여지가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리 좋게 봐준다고 해도 어거지로밖에 보이지 않는 얘기를 자신의 인식틀 속에서나 가능한 논리로 쏟아내고 있으면서도 그걸 도무지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데 그게 더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사실 이 정도면 발전은 고사하고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쌩쌩하게 잘들 살아가고 있어요 그들이 악의 축으로 상정한 이른바 기득권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요(그들을 가리켜 때로 '기생층'이라 말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입니다)

      저 글에 굳이 시비를 걸었던 건 아마 이같은 맥락에서였을 겁니다 여기저기서 글 몇 개를 읽다가 (내가 보기에는)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을 펴면서도 너무 당당해 하는 모습에 많이 거슬려 하고 질려 하던 차에 딱 저 글에서 그만 터지고 말았다고나 할까요

      FTA는 기본적으로 경제논리에서 비롯되고 있는 협정입니다 경제적 이득을 보기 위해 맺는 협정이지요 그런데 거기에 대고 협상을 잘 했네 못 했네 누가 더 이익을 보고 누가 덜 이익을 봤네 해봤자 그건 결국 FTA의 당위성을 인정하는 것밖에는 안 됩니다 FTA를 반대한다면 그건 FTA가 비롯되고 있는 현재의 경제논리, 곧 게임판 자체를 뒤집어엎는 방식이어야만 하지요 경제 논리에서 비롯된 FTA를 바로 그 논리로 부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기껏 한다는 얘기가 '쏘나타가 2~3십만원 싸다고 미국인이 그거 사겠어' 하고 있으니, 게다가 그걸로 한미FTA의 문제를 까발렸다고 설래발을 치고 있으니 그게 하답답해서 한마디 하게됐던 거지요 그건 결국 경제적으로 이익만 볼 수 있다면 FTA는 해야 한다는 주장의 다른 버전에 지나지 않는 것이거든요 좌파집권을 말하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봤던 거지요

      거기다가 거기서 읽은 몇 개의 글이 모두 너무 아니다싶었어요 자기 컨텐츠는 별 게 없어 보이는데 모든 지도자와 모든 주의주장은 죄다 발바닥 아래 깔아뭉개고 있더라구요 위에 옮긴 언쟁에서도 그런 경향은 그대로 드러나 있지요 암튼 그거 별로 아름답지 않은 짓이라는 거 이번 기회에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반성 많이 하고 있습니다)


      <덧> 허거~ 그런데 휴지통에 님의 글이 무려 12개나 버려져 있더군요 흑~ 미안합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아래서 엉뚱한 걸 링크하면서 그 링크 아니냐고 묻고 있었으니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