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은 역시 파워맨이다. '진중권' 이름 석 자 들어간 포스팅만으로 블로고스피어에서 '날로 먹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내가 쓴 글에 줄줄이 달린, 내용없이 아름다운 댓글들이 그걸 말해주고, 내 글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적은(내용은 별로 없는 ^^) 글이 어제와 오늘, 이틀 연속으로 올블로그의 '가장 많이 추천받은 글'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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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진중권 이름을 팔아 '날로 먹는 포스팅' 하나 더 해보기로 한다. 아래에 달린 댓글들 가운데 한번쯤은 다시 읽어도 좋은 글들을 몇 개 모아봤다. 물론 무조건은 아니다. '진중권의 싸가지와 그 논리'에 대한 얘기의 연장선에 있는 글들이다. (주 : 몇몇 글을 넣었다가 일단 뺐다. 너무 정황하게 길어져서다. 그러다보니, 타이틀이 좀 이상해졌다. 암튼, 뺀 글들은 다른 기회를 통해 소개하련다.)

의미있는 대화의 상대가 되어주신 borongs 님께 감사드린다.
 

borongs 2008/03/15 10:43

진중권이 싸가지가 없게 말하는게 거슬린다는 것을 굳이 논리를 붙이시려다 보니까 좀 무리가 있으셨던 것 같은데...

뭐 저는 개인적으로 간만에 속시원해서 좋았습니다. 미친 넘들을 미쳤다고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이 하나쯤은 있는게 좋은 것 같아서요. 워낙 정신분열적 수준의 꼴통들이 넘쳐나서 '합리적 의사소통의 부재'가 우리나라의 핵심적인 문제라는 진중권의 지적이 많이 공감이 가더라고요.

영국에서 오래 있다보니 BBC, 채널4, 가디언, 타임즈 같은 고급 언론 공간이 따로 있어서, 선이나 데일리 메일 같은 황색지들이 아무리 별 이상한 꼴통짓을 해도 전체 사회의 합리적 의사소통이 막히지는 않는 것이 좀 부럽게 보이더군요. 보수나 진보를 떠나서 말입니다. 정치인들도 그런 고급 언론 공간에서 끊임없이 검증이 되니 정신병자같은 넘들이 권력잡는 일도 없고 말이죠. (여기도 영국민족당이라고 거의 우리나라 꼴통 정치인에 가까운 인간들이 있는데 지방선거에나 몇석 내느게 고작이죠. 그정도도 우리사회가 어떻게 되는거냐 난리가 났었드랬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스포츠 황색지와 시사 황색지로만 구분이되니 상식이하의 인간들이 도대체 걸러지질 않고 결국 자리까지 꿰차고 않으니 그런 미친넘들을 미쳤다고 말해주는 사람이라도 하나라도 없으면 어디 복창터져서 살겠습니까?


하민혁 2008/03/15 17:25

그렇지요. 미친 넘을 미쳤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겠지요. 마찬가지로 그게 영 싸가지 없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겠구요. 그런 측면에서 읽어주시면 글을 읽는 데 큰 무리는 없어보일 듯싶습니다만.

언론의 문제는.. 얘기를 하려면 아주 긴데요. 그래서 몇마디로 정리하기 힘든 측면이 있는데.. 그건 꼭 언론 탓만을 할 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막말로, 그게 황색지가 되었건 꼴통지가 되었건, 밥줄 끊겠다고 덤비면 거기에는 누구라도 반발하기 마련입니다. 밥줄 끊겼다는데, 죽이겠다고 나서는데 어느 누가 날 잡아잡수 하고 칼날에 모가지 갖다 바칠 사람/언론이 있겠어요? 님 같으면 그러겠어요? 죽을 죄 지었으니, 날 죽여주슈~ 하겠어요? 그럴 사람들이라면 아예 그런 일 자체를 만들지 않았겠지요.

그렇다면 문제는 방법론으로 모아집니다. 그리고 그 최상단에 능력의 문제가 존재합니다. 상대를 죽이려면 죽이겠다며 주디로만 설래발칠 게 아니라, 전략이 있어야 하고 죽일 힘을 먼저 길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보세요. 죽이겠다고 나섰다가 죽이기는 커녕 되레 기만 더 살려주고 오히려는 죽이겠다고 주디로 설래발치던 지가 나가떨어져서 뒈지고 말았잖아요. 이게 저들의 캐퍼시티입니다. 한마디로 역량이 한참을 모자란, 함량 미달의 애들이 죽이겠다는 의욕만 앞섰던 결과입니다.

게다가 바른 언론이 그렇게 부럽다면, 그걸 왜 못 만들까요? 맨날 지금 진중권이 같은, 우선 듣기에 카타르시 느껴 좋다는 이런 지달들만 떨어서인 겁니다. 거기에 그 짓으로 호구지책을 삼는 기생층들이 득세하고 있는 탓이구요. 정리합니다. 복장 터지지 않으려면 먼저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할 줄 아는 건 쥐뿔도 없이, 진중권같이 이런 개같은 짓만 골라 해서는 우선은 션할 지 몰라도 복장 터질 일은 앞으로도 계속 될 수밖에 없습니다. 쭈욱~~

이렇게 가서 안 된다 여긴다면, 그건 이런 더티한 플레이에 앞서 그 아래 또아리를 틀고 있는 '기생층' 프레임부터 먼저 깨야 합니다.



borongs
2008/03/16 02:37

"게다가 바른 언론이 그렇게 부럽다면, 그걸 왜 못 만들까요? 맨날 지금 진중권이 같은, 우선 듣기에 카타르시 느껴 좋다는 이런 지달들만 떨어서인 겁니다." 라굽쇼?

글쎄요. 저는 진중권같은 존재가 넥타이 메고 앉아서 또박또박 원고만 잘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언론인 보다 훨씬 바른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는 것 같은데요.

영국 언론을 얘기하자면 뭐 상당히 살벌합니다. 장관이건 총리건 야당 대표건 간에 말이 안되거나 말을 뒤집는 발언을 하면 메인 뉴스 생방송 인터뷰에서 바로 '거짓말 아니냐', '왜 말이 다르냐' 며 집요하게 따져듭니다. 글자 그대로 욕만 안먹었다 뿐이지 거의 '봉변' 수준이지요. 그래서 그런만큼 권력의 핵심에 있을 수록 정치인은 바짝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년 내내 '코드인사'에 맹비난을 퍼붇다가 자기 정권 잡으니까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임기제로 임명된 기관장들까지 '코드가 안맞으니 나가라'고 으름장 놓으면서 '낙하산 인사' 하겠다고 대놓고 떠들어도 언론은 중계보도만 하고 따져묻지들을 않으니 그런 꼴통들이 마음놓고 활개칠 수가 있지요.

아마 존 스노우나 제레미 팍스만 같은 영국의 쟁쟁한 언론인들이 한국와서 일한다면 '싸가지가 없다' '편파적이다'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을 것입니다. 아마 버텨도 너무 말이 안되는 인간들이 권력에 넘쳐나니 차라리 독설가로 전향을 할지도 모르죠. 그들의 살벌한 인터뷰들을 보면 그럴 것도 같습니다.

진중권이야 객관성을 지켜야하는 언론인도 아니고 자기 주장을 하는 비평가인데 정신 분열적 수준의 인간들을 보고 미친놈이라고 이야기 하는 게 예의 바르게 자란 분들에게 거슬릴 수는 있지만서도 '네가 미친놈이다'란 식으로 별 논리도 없어보이는 감정적 비난을 하는 것이 별로 적합해 보이진 않습니다.

정말 문제는 미친넘을 미친넘 취급해주기는 커녕 자기 체면만 차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지 미친넘을 미친넘이라고 말할 줄 아는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죠.

특히 진중권의 경우 황우석 논란때 같이 머리 깨나 들었다는 수많은 인간들이 다 헤메고 있을때 융단 폭격에도 끄떡없이 직설적으로 돌파했던 것을 보면 독설가로서의 자격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쥐뿔도 없이 말만 험하게 하는 것들과는 좀 다르다는 것이지요.



하민혁
2008/03/16 11:59

님이 떼오신 글을 제가 다시한번 떼어서 옮겨보지요.

"게다가 바른 언론이 그렇게 부럽다면, 그걸 왜 못 만들까요? 맨날 지금 진중권이 같은, 우선 듣기에 카타르시 느껴 좋다는 이런 지달들만 떨어서인 겁니다. 거기에 그 짓으로 호구지책을 삼는 기생층들이 득세하고 있는 탓이구요. 정리합니다. 복장 터지지 않으려면 먼저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할 줄 아는 건 쥐뿔도 없이, 진중권같이 이런 개같은 짓만 골라 해서는 우선은 션할 지 몰라도 복장 터질 일은 앞으로도 계속 될 수밖에 없습니다. 쭈욱~~
이렇게 가서 안 된다 여긴다면, 그건 이런 더티한 플레이에 앞서 그 아래 또아리를 틀고 있는 '기생층' 프레임부터 먼저 깨야 합니다."

'게다가'로 시작합니다. 부언해서 하는 얘기라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앞에서는 무슨 얘기가 있었을까요? '캐퍼시티'에 관한 얘기입니다. 주디를 뒷받침하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지요. 주디가 필요없다는 얘기가 아니라(이건 필요한 겁니다.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 선전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 그래서 전 인민을 하나로 아우르는 북조선의 파워부처 가운데 하나가 '선전부'일 터입니다. 자본주의 나라인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건 정부이건 홍보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겠구요), 주디만 갖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나서 님이 옮기신 저 멘트를 시작하지요. 좋은 언론 그깟 거 하나 왜 못 만드느냐고. 맨날 주디로만 지달들 떨어서인 것 아니겠느냐고. 왜 그런지에 대한 얘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어지지요. 주디로 먹고 사는 짓으로 호구지책 삼는 기생층들이 득세하는 탓이라고. 그런 다음 정리를 합니다.

우선 션하다고 주디로 적을 만드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이런 개같은 짓 그만 하고 그런 짓 할 시간에 힘을 키워가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같은 상황을 고착화하고 있는 '기생층 프레임'을 깨야 하는 거라고.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요. 님의 글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말이었습니다. 님은 외국의 몇몇 언론인을 사례로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거기서 보는 것은 그들 각자의 캐퍼시티고, 그 캐퍼시티가 발휘될 수 있는 건전한 프레임입니다. 나는 지금 그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구요.

제가 언론과 관련한 얘기를 하면서 토를 하나 분명하게 달아둡니다.

"언론의 문제는.. 얘기를 하려면 아주 길고. 그래서 몇마디로 정리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구요. 그런 다음 입장을 밝힙니다. "(님이 비판하고 있는) 그건 꼭 언론 탓만을 할 건 아니라는 입장"이라구요. 그러니까 위의 댓글은 이 전제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얘기였던 겁니다. 그것도 수십 개나 달린 댓글 가운데 하나로 쓰인 글이었지요.

지금 나는 님이 하고 있는 말이 맞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향점은 같은 데 있는 것으로 보이니까요. "미친 넘을 미쳤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겠지요. 마찬가지로 그게 영 싸가지 없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겠구요." 이게 내가 님께 드린 첫 댓글의 허두에 있는 말입니다. 님의 얘기를 부정하는 내용이 아니었지요. "그런 측면에서 읽어주시면" 좋겠다는 부탁도 드렸댔구요.

그렇다면 얘기가 좀더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건데.. 제자리를 맴들고 있기에 그게 안타깝다는 애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다른 자리를 통해서는 모쪼록 한발 나아간 얘기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08/03/16 13:24 2008/03/1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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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그래도 진중권처럼 미친 놈은 양반이다.

    Tracked from With Sunny Side Up 2008/03/19 14:56  삭제

    < 정신병자는 진중권이다 - 하민혁님의 블로그> 얼마전, 때아닌 정신병자論이 블로그계에 살짝 불었다. 대충 아는 사람은 아는 것 처럼, 이 정신병자 논쟁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진중권의 정신병 진단에 대한 한 블로거의 글을 계기로 널리 퍼지게 된 듯하다. 나도 지나가다 한줄 덧글을 달아놓긴 했는데, 이제는 충분히 무르익거나 사람들에게 잊혀진 헤프닝으로 남을 듯하여 이제 나도 답을 좀 달아볼까 한다. 사실, 바쁜 시간대였고 해서 이리저리 자세한 리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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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orongs 2008/03/16 2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요. 님의 글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말이었습니다. 님은 외국의 몇몇 언론인을 사례로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거기서 보는 것은 그들 각자의 캐퍼시티고, 그 캐퍼시티가 발휘될 수 있는 건전한 프레임입니다. 나는 지금 그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구요."

    ... 진중권에 대한 글을 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남의 말을 하면서 곧 그걸 자기에 대한 말로 만드는 묘한 능력이 있으시군요 ^^

    진중권이 말만 험하게 하는 전여옥 같은 인간과 다른 이유는 꾸준하게 사회적 쟁점에 대해 발언하면서 험한 말 뒤에 논리적 정합성과 일관된 틀이 받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이게 시사 평론가로서의 '캐퍼시티'이겠지요. 그런데 말 싸가지 없게 한다는 거 마음에 안든다고 '네가 미쳤네'하고 하시면서 논리를 갖다붙이시려고 하는 것을 보고 그 싸가지 없는 말이 그가 싸가지 없게 성토하는 대상인 그 문제들의 어처구니 없음에 비하면 오히려 그 싸가지 없는 말이 더 정확해 보인다는 것이구요.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문제를 싸가지 없게라도 정확하게 집어주는 것이 그것도 제대로 안되는 현실보다는 낫다는 것입니다.

    헥헥;;; 논리가 필요없는 간단한 말을 다 설명하려니 정말 어렵긴 한데. 그냥 간단히 말하면 그래서 '시원하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지요. 많은 이들이 그렇게 얘기하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넌 시원할지 모르지만 난 거슬린다고 하시면 될 것은 논리를 장황하게 붙여가지고 말을 만들려고 하시다보니까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다 논리나 갖춰라 이런 댓글들이 주루룩 붙고 진중권이 노빠다, 노빠가 좌파다 뭐 이런 소리나 하시는 분들의 격려나 받으시고 그런 거에 또 므흣해하시니 쩝...

    아무튼 뭐 댓글을 포스트로 올려주신 배려를 생각해서 또 시간내어 댓글을 남깁니다. 건승하십시오.

    p.s. 저는 처음에 '캐퍼시티'가 먼가 했습니다. capacity를 말하는 것이지요? 이게 추상적인 의미로도 쓰이기도 하지만 주로 양적 맥락에서 많이 쓰는 것이고 주로 질적인 맥락에서는 오히려 '(그럴싸한 걷보기가 아닌) 실질적인 내용이나 실체'을 이야기 할때 많이 쓰는 substance가 더 적합한 표현인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요즘 대통령이 '비지니스 푸렌들리'니 '두잉 베스트'니 하시던데 이런 게 유행인가 보죠? 쩝...

    개인적으로는 효율적인 의사소통에 오히려 도움도 안되고 가끔 국어의 언어적 맥락이 영어의 맥락과 다른 경우가 많은데 그냥 갖다 붙이니까 영어 원어민 들이 보고 많이들 웃었다는 하이 서울 이나 택시에 붙어 있는 '베스트 드라이버' 같이 좀 거시기 하기도 하고 좀 그렇습니다.

    • 하민혁 2008/03/17 0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씀 잘 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부분은 서로가 서 있는 입지의 차이 혹은 사태를 보는 관점의 차이려니 여기고, 그걸 확인하는 선에서 일단은 넘어가겠습니다. 다른 할 일이 많이 밀려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덧붙이는 글 가운데 하나는 짚어드리고 싶군요.

      님이 "이런 게 유행인가 보죠?"라며 입맛을 다시고 있는 부분인데요. 이거 내가 예전부터 쓰던 표현입니다. 캐퍼시티에 걸맞는 정확한 우리말 표현을 찾지 못해서 나는 그 말을 오래도록 사용해왔습니다. '역량' 등의 우리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너무 추상적이어서 '부피' 혹은 '양'의 의미까지를 갖는 저 단어를 대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였지요.

      그럼에도 님은 이걸 비웃듯이 말하고 있네요. 그거 아주 못된 버릇입니다. 참고로, 님께서 지금 영국에 유학 중이신 건 알지만, 저도 영문은 어느 정도 익혔답니다. 이런 얘기 하면 또 뭐라 삐딱선을 탈지 모르겠지만, 제 전공이 (영미)언어분석이었구요. 논문 또한 '말에 대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언어, 특히 내가 사용하는 말에 대해서는 나름 표현에 많이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라는 말씀을 드려둡니다.

    • borongs 2008/03/18 07:43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이쿠, 제가 몰라뵈었네요. 이거 제가 유학생 나부랭이만 아니었어도 제대로 한소리 들었겠습니다. (이런 삐딱선 말씀이신가요?)

      그런데 내가 뭘 좀 알아서 영어 섞어쓰기할 자격이 있다고 하시려는 말씀은 아니시지요? 제 말은 영어를 제대로 쓰라는 말이 아니라 우리말로 충분한 걸 굳이 영어를 어색하게 갖다붙이는 것이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뭐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좀 유치하게 잘난 척하는 것 처럼 보여서 거슬리기도 하고요.)

      제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아직도 왜 거기에 양적 맥락이 갖는 그 단어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역시 이미 '양(量)'자가 들어있는 '역량'이라는 단어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구요. 용어해설이라도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저도 훈계 한 번 받았으니 보답을 좀 드려야할 것 같은데... 그래서 제가 운이 좋아서 몇몇 석학이라고 하는 분들을 만나고 느꼈던 바를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물론 그런 분들을 만나기 전엔 많이 긴장도 하고 그랬는데 만났을때 느낌은 말을 놀랄 정도로 쉽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짧은 제 영어로도 못알아 듣는 단어나 표현이 거의 없을 정도지요.

      그래도 뒷받침되는 논지가 굵고 분명하여 말의 힘이 느껴지고 어떤 질문에도 가볍게 받아 치는 것이 쉽게 논박할 수 없는 내공의 힘을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적으로도 많이 배우게 되지만 그런 학자로서의 기본 자세랄까요? 그런데에도 좀 감명을 받게 되지요.

      반면 얼치기 학자들의 특징은 같은 말도 일부러 어렵고 복잡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자기만 알아들을 만한 개념들을 만들어서 갖다 붙이기를 좋아하는 것인데 처음엔 뭔가 있어 보여서 들여다 보아도 결국 쥐뿔도 없이 말만 복잡할 뿐이라는 것을 알고나면 솔직히 짜증이 많이 나지요.

      공부하다가 이제는 결국 학쟁이의 길로 빠지는 저도 석학은 못될 지언정 얼치기는 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님께서도 학쟁이질을 하시진 않아도 논리를 펴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듯 하여 혹 제 경험이 도움이 되실까 해서 말씀드려봅니다. 그럼...

    • 하민혁 2008/03/18 1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식인/전문가란 자신의 지식/전문 영역을 지식인/전문가 아닌 일반인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거.. 아마 님이 자주 말하는 어느 '석학'인가가 한 얘기일 겁니다.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저 디위는 누구라도 이르고픈 최고/최후의 경지이지요. 그렇게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수가 없어서 못 할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2. borongs 2008/03/16 2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프레임'과 '실력'에 대한 말씀은 백번 공감합니다. 그래서 저도 나름 열공 중입니다. ^^;;;

  3. HitMedia 2008/03/17 0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길게 쓸 필요 없는 글에 굉장한 정성을 보이시는 이유를 잘 모르겠군요.
    하민혁님께서는 본인은 한단계 위에 있다 그건 다름아닌 힘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보면 안다.
    뭐 그런건데...참으로 기네요 글이......
    말씀하신 하민혁님의 힘이란건 대단히 추상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보이는데, 그걸 굳이 자신의 지성에 빚대어 말씀을 하시니 대단히 어색하군요.

    힘을 갖추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힘을 모을 수 있는 핵이 있어야 합니다.
    님께서는 말만 험하게 하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리실지 몰라도 제가 보기엔
    가능성 있는 여러 핵들 중 하나가 진중권교수라 생각합니다. 확실한 힘이 될지 안될지는
    그건 모르는거죠 미래의 일을 어떻게 알겠어요?
    어느 누가 나서서, 그리고 그 나서는 사람의 사회적 직위를 국민이 인정해 줄때 그 핵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나와줘야
    지금 님께서 말씀하시는 힘을 갖출 수 있는 배경이 됩니다.
    하지만, 범죄자가 대통령이 되고, 국민 바보 만드는 조중동이라는 거대 권력이
    이 핵들을 산산조각내며 국민에게 신뢰가 가지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에
    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힘이라는게 존재하기 힘든겁니다.
    진중권교수 같은 분이 더 많이 나와서, 그 쓰레기권력을 조금씩이라도 무너뜨려야 합니다.
    문제는 그 쓰레기권력을 무너뜨리는 방패가 무지한 국민이라는거죠.

    • 하민혁 2008/03/17 0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지요. 핵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백번 공감합니다. 그걸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 핵이 늘 주인을 잡아먹었다는 사실을 저는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핵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쩌면 그건 일종의 패배의식의 발로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인터넷을 통해 그 핵이 '우리'일 수도 있다고, 그런 길이 열렸다고 믿은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블로그를 보시면 알겠지만, 여기에는 과거 개혁당의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거기서도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으로, 객으로밖에 머물지 못 했지요.

      님은 진중권 교수가 그 핵을 담당할 수 있는 인물이라 말했지만, 저는 거기에 쉬이 동의하기 힘듭니다. 이유는, 진중권은 '우리'에게 있어 제2의 노무현 이상이 될 수 없다고 보는 때문입니다. 노무현을 비하하는 얘기가 아니라, '개인'은 영웅이 되지만 '우리'가 사라지고 마는 그 노무현 프레임을 말하는 겁니다.

  4. HitMedia 2008/03/17 0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중권은 '우리'에게 있어 제2의 노무현 이상이 될 수 없다고 보는 때문입니다. 개인은 영웅이 되지만, '우리'가 사라지고 마는 그 노무현 프레임을 말하는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깊이 공감하는 바 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그 핵이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에는 약간 회의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래도 가끔은 방송이나 기대 매체에 소개되는 진중권교수가 낫다는 말씀입니다.

    • 하민혁 2008/03/18 1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중권은 그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지요.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진중권에 열광하는 거.. 넘 빠지는 거.. 그건 좋지 않습니다. 그건 진중권의 버릇만 더 나쁘게 할 뿐이지요. 생산적이지 않은.

  5. 당신보단나아요 2009/01/17 1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디까지나 좌파 어쩌고 하는것에 아닌척 하시면서 흥분하시는 민혁님을 제외한 특정 인물들께서 고군분투한 흔적 잘 견식하였습니다..^^
    진중권 씨뿐만이 아니라, 이런류의 분들 역시 은연중의 자기자만에 도취되고, 동시에 상대방을 묘하게 비꼬시는 스킬도 장난이 아니군요. 영국 유학이 얼마나 귀하의 안목을 넓혀주었는지는 모르나, 미국 유학을 하는 어린 학생인 본인이 보기엔 일종의 벽에 막힌 생각을 하는 분으로 보여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 행복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