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나 블로그를 보면 '이게 과연 사실일까'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도 분명한 사실로 적시되고 있는 양을 자주 듣보게 된다. 그때마다 묻고싶어진다. 그게 정말로 사실인가 하고. 확인을 거친 건가 하고. 예컨대 다음과 같은 글이 그런 경우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작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새로 정권을 잡은 자들은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컴맹들이었다.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정보시스템에 어떻게 접속하는지 알 수 없는 자들이었다. 평생을 삽질로 살았던 자들이 21세기 정보기술 시대에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부도덕은 기본이고, 그들은 무능했다. 열등감이 뼈에 사무쳤다.


소요유님의 전직 대통령 예우법이라는 글의 허두다. 여기서 소요유님은 "새로 정권을 잡은 자들은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컴맹들이었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그게 과연 사실일까? 그래도 명색이 청와대에 들어간 친구들이다. 그들이 과연 진중권 등이 말하는 것처럼 몇 주 동안이나 컴터의 전원도 넣을 줄 모르는 컴맹들이었을까?

소요유님은 그들을 가리켜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정보시스템에 어떻게 접속하는지 알 수 없는 자들이었다"면서 "평생을 삽질로 살았던 자들이 21세기 정보기술 시대에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과연 얼마마큼이나 사실에 값하는 이야기들일까?

앞쪽은 바로 윗 문장에서 의문을 제기한 터니 그렇다 치고, 이명박 정부를 들어 자주 '삽질 정부'라고 말한다. 모든 걸 토목 건설 쪽으로만 접근하려 한다는 비판을 담아서다. 그러나 토목 건설을 강조한다고 해서 과연 21세기 정보 기술과 무관하다 말할 수가 있을까?

우리가 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토목공학과는 최고 학과였다. 인기도나 취직 등 모든 측면에서 다 그랬다. 문과계열의 법대보다 인기가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았다. 당연히 최고의 수재들이 지원했던 과가 토목 공학과였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지금도 다르지 않은 사실은 있다. 바로 토목 건설이 단순히 삽질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설마 하니 당대 최고의 수재들이 삽질을 하기 위해 줄을 섰을 리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내가 알기로 지금도 토목 건설은 고도의 전자 전기 기술과 정보 통신 기술이 어울어진 종합 산업 가운데 하나다. 토목 건설을 어떻게 단순히 삽질 수준으로 폄하할 수 있을까? 그것도 컴터에는 아주 문외한으로 단순화할 수 있을까? 혹시 정말로 문외한인 것은 토목 건설을 단순한 삽질로만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아닐까?



 

2009/05/02 05:33 2009/05/02 05:33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09/05/02 07: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민혁은 왜 이글루스에서 깔짝댈까?

  2. tea 2009/05/02 1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가 뭘로 먹고사는지 이해를 못하니, 정치사회의 중추에 있을 일 백날 없고, 그래서 돈도 빽도 없으니 불안감 유도 언론플레이에 의존하는거죠. 별거 있나요. 그저 사회 밑바닥에서 영원히 생고생 하며 살아줬음 좋겠네요.

    • 하민혁 2009/05/03 0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좀 과격하긴 하지만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 지나가다 2009/06/29 0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팩트를 중심으로 논리적으로 글을 쓰려하는 자유주의자라는 느낌이 들어서 살펴봤는데 결국 이런 점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군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습니다. 그저 사회 밑바닥에서 영원히 생고생하라는 사람이나 고맙다는 주인장이나.. 빨갱이나 보수를 떠나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은 가지고 글을 쓰신다면 자유주의를 알리는데 좀 더 도움이 될 겁니다만..
      이런건 쉽게 바뀌는게 아니죠.

    • 하민혁 2009/06/29 01:1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건 좀 살짝 비약한 듯싶네요. 아마 마지막 말 때문에 앞에 단서를 달았을 성부러서 말이지요. 그리고 전 tea님의 댓글을 본문에 인용된

      "부도덕은 기본이고, 그들은 무능했다. 열등감이 뼈에 사무쳤다."

      는 말에 대한 데칼코마니 정도로 이해하고 단 답글이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넘 오버하지는 말자구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이런 글 쓰고 있을 이유도 없을테니요.

  3. 언럭키즈 2009/05/02 1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유유님이 지적하시는 부분은 작년 초에 화면보호기 비밀번호를 몰라서 이지원에 접속하지 못 했던 에피소드라 대통령이 컴퓨터에 무능하다는 말은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를 '봉하마을 서버 반출 사건'과 '박연차 리스트'로 넘어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셨던데, 이 부분에 대해선 제가 아는게 그리 없고 수사결과가 아직 안 나온걸로 아니 패스.
    그나저나 여긴 멀티이신건가요?

    • 하민혁 2009/05/03 0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다고 해도 그걸 저런 식으로 조를 잡아 글을 쓰면 안 될 일입니다. 아름답지 않은 방식이지요. 소요유님이 근거로 오마이뉴스 기사를 링크해두었는데, 전형적인 '~라면' 기사일 뿐입니다. 내가 하면 '~라면' 기사든 짬뽕 기사든 관계가 없고 조중동이 쓰면 비난을 받아야 하고 뭐 그런 모양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 ··· 00858074

      <덧> 아무래도 좀더 사적인 얘기를 할 공간이 필요해서입니다. 6개월 정도 되어서 분리를 할 예정이었는데 시기가 좀 앞당겨졌습니다.

  4. Firo 2009/05/02 14: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봉하마을 기록물유출사건관련하여 청와대에서 내놓은 말들만 봐도 `서버`나 `전자기록물` `정보시스템` 등에 대해 무지하다는걸 바로 알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많이 나아졌겠지만 처음엔 정말 보기 민망할 정도로 무지함을 드러내더군요.

    • 하민혁 2009/05/03 0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요. 내가 아는 그쪽 친구들은 그래도 다들 난다 긴다 하는 이들이었는데 말이죠. 그런 상식에 비추어보면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글이기에 하는 얘기입니다.

  5. antiwa 2009/05/02 14: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걸 떠나 삽질은 삽질일 뿐이죠.

    1.07짜리 경제효용성이면

    은행에 맏겨두고 이자타 쓰겠어요.

  6. ... 2009/05/02 17: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대 최고의 수재들이 설마 삽질을...'

    의외로 순진한 면이 있네요.. (귀엽.. -_-;; )

    고도 산업 사회인 미국에서도 최고의 자연계 수재들이 남의 이빨이나 뽑거나 대량 살상 무기 프로젝트에 끼기 위해 줄서는 바람에 '잘 팔리는 자동차'를 못 만들게 되었습니다. 뭐, 인문계 수재들 역시 "그러니까, Mike가 쏜 총알이 증인의 머리가 아닌 Tom의 머리에만 맞았다는 것이 확실한가요?" 따위의 소모적인 법률 공방에 매달리느라 정작 총기 관련 사회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져 왔지요.

    그래도 다른 행성에까지 삽질(?) 로봇을 보내어 토양 분석하는 미국이나 유럽을 우리가 걱정해 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문제는 우리에게도 최고의 수재들은 있지만 쓸데없는 삽질에도 양껏 동원할 만큼 그 수가 많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물류 중심 대운하 yeah~" -> "관광 자원..." -> "죽은(?) 강 살리기 ㅠㅠ" 이런 식으로, 지들도 솔직히 뭐하려는 건지 잘 모르고 있는 듯한 대토목 공사를 들이내미는데 "멍청한 삽질"보다 더 좋게 평가해 줄 이유가 있을까요? 혹 직접적인 이해 관계 때문에 그렇게 호의적인 거라면 오히려 나을 듯... (적어도 멍청한 분은 아니라는 의미니깐 -_- )

    상대적으로 가장 관련이 적은 토목건설과 전자전기/정보통신을 어떻게 엮어 보시려는 것 같은데, 과학기술계의 한 사람으로서(즉, 소위 최고의 수재가 아닌 한 사람... 최고의 수재라는 친구들은 어디서 남의 몸을 까보거나 황당한 사건사고 판결 사례 외우고 있음) 참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그런 시도라도 한다는 건, 우리의 현재 포지션에서 전자전기/정보통신의 (토목건설에 대한) 상대적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의미겠지요? 그럼 현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무슨 구국의 결단인양 밀어붙였던 정부 부처 리뉴얼 - 특히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교육과학, 지식경제, 산업자원, ... (또 있나;; ) 등으로 개편*통합해 버린 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제가 보기엔 교육과학부 장관이란 분은 딱히 교육이라고 하기도 뭐한 그놈의 "입시 업무"에만 시달리느라 학부모들이 관심없어 하는 과학 쪽은 gg 치신 지 오래되었고, 지식경제 쪽 장관이란 분은 그놈의 "인터넷 여론 관리"에만 신경쓰느라 지난 십 년 가까이 (국제 표준의 관점에서 좀 기형적이긴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아 온 정보통신 분야를 앞장서서 찌그러뜨리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 양반들 모두 아마 자기 부처의 예산 절반을 떼어다 무슨 "죽은(?) 강 살리기~" 쪽으로 전용한다고 해도 찍 소리 않을 듯...

    (덧) 고향에 오가면서 낙동강을 보고, 또 무슨 유행가인 양 곳곳에서 마주치는 현 정부의 '죽은 강 살리기' 구호를 보고 있자니... 치석 좀 청소하러 찾아온 고객을 전신 마취시키고 임플란트 준비하는 또라이 치과 의사 비슷한... 공포마저 느껴집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