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비전문가인 일반인에게 전문 영역을 일반적인 말로 알아듣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빈치 코드는, 다빈치 코드를 쓴 작자는 확실히 해당 분야의 전문가적인 식견을 갖춘 사람이라고 봐도 좋겠다. 이에 비한다면 이문열의 경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나는 자주 이문열의 대표작이라 일컬어지는 '사람의 아들'에 대해 장편으로 개작하기 이전의 중편이 훨씬 더 좋다고 이야기해왔다. 바로 위의 전문가론에 의해서다. 개작하기 이전의 중편 사람의 아들은 읽는 데 큰 부담이 없다. 기독교사 일반에 대한 이해가 없이도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장편 사람의 아들 경우는 우선 읽는 일이 지겹다.

이문열의 '호모 엑세쿠탄스'를 읽었다. [footnote]호모 엑세쿠탄스 - 이문열의 신작 소설을 읽고 있다. 3권으로 된 소설 가운데 이제 막 1권 읽기를 마쳤다. 지난 2002년의 여러가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우선 '성민'이라는 주인공 이름이 낯익다. 2003년까지 내가 쓰던 닉이 '백성민'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은 성이 다른 '신성민'이고. 소설에 등장하는 대화와 장소들 또한 낯익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할 얘기가 꽤 있지싶다. 그러나 소설 읽기는 이쯤에서 마쳐야 한다.
도대체 사는 게 팍팍하다. 정리해야 할 일이 있다. 눈까풀은 밀려 내려오고. 일단은 커피부터 쏟아부어야겠다. 버텨야 할테니. -_   2007/02/05 11:17 [/footnote]


이문열의 호모 엑세쿠탄스

이문열의 호모 엑세쿠탄스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작가의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이 정도였는가 하는 점에서 그랬고, 무엇보다 현학적인 소설 내용을 읽기가 지겨워서였다. 다빈치코드는 단 한 챕터도 쉽게 건너뛰지 못할 정도의 응집력이 있다. 그러나 호모 엑세쿠탄스는 몇 페이지씩 건성으로 읽고 넘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굳이 애써 읽지 않아도 좋은 내용들이 산더미다. 이건 작가의 현학적 취미를 충족시키는 것 외에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독자는 역사서를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설 읽기를 기대하고 호모 엑세쿠탄스를 택했을 터다. 호모 엑세쿠탄스는 독자의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소설이다. 경향성에 이야기가 잡아먹혀버린 꼴이다. 이에 대해 이문열은 황석영 등을 들며, 참여 아닌 작가가 있느냐고 투정이다. 그러나 바로 그 사실 때문에 황석영 등을 비판해온 사람들이 없지 않은 것이고 보면 이 또한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덧붙이는글> 이 글은 아래 댓글 놀이에서 나온 호모 엑세쿠탄스에 대한 얘기를 보충하는 의미에서 대중없이 적는 글입니다.  http://blog.mintong.org/498#comment4664 (새 창으로 열기)
 
2009/03/19 02:24 2009/03/19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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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섹시고니 2009/03/19 0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한 때는 문열이형 책 좀 끼고 다녔었어요. 물론 라면 끊여 먹을 때 가장 유용하게 쓰고는 했죠. 그 중에서도 '젊은날의 초상'(맞나?)을 읽고 상당히 많은 생각할 거리를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저는 '사람의 아들' 중편을 읽었어요. 가물가물하기는 해도 나름 재미있었다는..

    사실 제가 워낙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라서(뭥미? ㅎㅎ) 문열형 작품보다는 좀 시시껄렁하고 가볍게 느껴지는 작가들로 갈아 탔다는..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있어요. ㅎ

    덧) 하선생님, 6월 섹스파티에서 뵈요.

    • 하민혁 2009/03/19 03: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볼 때는 가볍고 시시껄렁한 이야기에 이 분 재능 있습니다. 근데 그걸로는 성이 안 차나 봅니다. 21세기를 사는 양반이 19세기 톨스토이가 되고싶어 하는 듯 보여 해보는 얘기입니다.

      <덧> 헉스~! 아, 진짜.. : (
      흑~ 통촉해주시오소서. 화장녀 건으로 아직도 냉전(내전에 가까운) 중이옵니다. -_-

    • 무한 2009/03/19 04:08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제 하루종일 남대문 갔다 오고,
      오늘은 인천 다녀와야 하네요.
      출장이 있어서 OTL

      저 없는 동안 제 블로그도 함께(?) 지켜주세요 ㅋ

      아.. 출장은 싫다는..

    • 하민혁 2009/03/19 05:23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게 정상인의 삶이지요. 섹시고니님과는 다른. ^^

      <덧> 담부터 자리 비울 때는 야구하세요. 대신 지켜드리겠습니다. ㅎㅎ

  2. rainyvale 2009/03/21 1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찾아보니 2년쯤 전에 제가 적었던 문답 중에 이런게 있었습니다.
    이문열 작가 참 아까운 사람이죠.

    ---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 고 정운영 선생의 책을 참 좋아했었습니다. 이념적으로는 반대쪽에 있지만 '이념과 관념이 그의 문학을 완전히 지배해 버리기 전'에 좀 더 세련되게 그의 이념을 형상화했던 이문열의 소설도 참 좋아했었구요.

    좋아하는 작가에게 한 말씀 하시죠?
    - 두 분 모두 편히 쉬시길...

    • 하민혁 2009/03/21 15: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두 분 모두 편히 쉬시길..

      훅..
      rainyvale 님, 력쒸 칼이십니다. 정말로 공감이 갑니다.

      <덧> 다만, 그들의 행태가 이해는 됩니다. 제가 보기에도 도무지 비전과 전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니까요. 오죽 답답했으면 저럴까 싶더라는 얘기입니다.